전기車로 가는 징검다리..하이브리드카의 재발견

김경민 2021. 2. 1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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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김 모 씨는 연내 자가용을 전기차로 바꿀까 고민했지만 얼마 전 구매 계획을 접었다. 아무리 전기차가 대세라도 전국 곳곳에 충전소가 많지 않아 지방 장거리 여행이 겁나기 때문이다. 잇따른 디젤게이트로 내연기관차는 썩 내키지 않았던 그는 대안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을 알아보는 중이다. 연비가 좋고 배출가스가 적은 친환경 차량인 데다 국산, 수입차 업체마다 다양한 신차를 내놓은 만큼 선택폭도 넓어졌다. 김 씨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충전 부담이 없고 연비 효율성도 높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하이브리드카를 몇 년 탄 뒤 전기차나 수소전기차로 갈아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판매 급증

▷지난해 국산 판매량 13만대 육박

친환경차 시대를 맞아 하이브리드 차량이 인기몰이 중이다. 전기차 시장이 커졌지만 아직까지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전기차 시대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시장 초기 단계인 전기차와 달리 하이브리드카는 업체마다 오랜 기간 판매를 통해 검증돼온 것도 매력 요인이다. 완성차 업체마다 다양한 하이브리드 신차를 쏟아내며 고객을 유혹하는 모습이다.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브리드카의 국내 시장 판매량은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산, 수입차 할 것 없이 인기를 끌었다.

국산 하이브리드차는 지난 한 해 12만7996대 판매돼 2019년(7만5966대) 대비 68.5%가량 늘었다. 2020년 국산 승용차 판매량이 137만4715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 10대 중 1대는 하이브리드차였다는 의미다. 국산 하이브리드 차량 중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은 니로 하이브리드(6만3350대)다. 이어 그랜저 하이브리드(3만8989대), 코나 하이브리드(3만5946대), 쏘렌토 하이브리드(2만8337대), 투싼 하이브리드(1만6545대) 등이 뒤를 이었다.

수입 하이브리드카도 국산 못지않게 인기를 끌었다. 수입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2019년 2만7723대에서 지난해 4만6455대로 급증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브리드 중 가장 인기를 끈 차량은 렉서스 대표 하이브리드 모델 ES300h다. 5732대가 팔렸다. 이어 메르세데스-벤츠 E350 4MATIC(2666대), CLS 450 4MATIC(2558대)이 뒤를 이었다. BMW 530e(2118대), 토요타 RAV4-HV(2041대) 등도 2000대 이상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新車 줄줄이 출시

▷뉴 CR-V, 어코드, 싼타페 눈길

신축년에도 하이브리드카 인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인기에 힘입어 완성차 업체마다 올해 하이브리드 신차를 쏟아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하이브리드 세단이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도 속속 등장하면서 운전자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올 들어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혼다코리아. 혼다는 최근 ‘뉴 CR-V 하이브리드’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내놓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두 모델은 2모터 시스템을 기반으로 최고 출력 184마력의 힘을 뿜어내는 i-MMD(Intelligent Multi-Mode Drive) 파워트레인 시스템을 탑재했다. EV·하이브리드·엔진 주행 모드를 통해 상황별로 최적의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혼다 측 설명이다.

뉴 CR-V 하이브리드는 혼다 최초의 하이브리드 SUV 모델이다. 전면부에는 하이브리드 전용 인라인 타입의 LED 안개등, 후면부에는 하이브리드 전용 리어 범퍼 가니시를 적용해 역동적 외관을 담았다. 연비는 도심 기준 ℓ당 15.3㎞로 수준급이라는 평가다. 4WD EX-L, 4WD 투어링 2개 트림으로 나온다. 판매 가격은 4WD EX-L 4510만원, 4WD 투어링 4770만원이다.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날렵하게 다듬은 전면 그릴에 한층 커진 19인치 휠을 장착해 역동성을 강조했다. 다양한 안전장치를 담은 점도 눈길을 끈다. 후진 중 후측방 접근을 감지해 디스플레이에 경고를 알리는 ‘크로스 트래픽 모니터’, 저속에서 전후방의 근거리 외벽을 감지해 부주의에 의한 충돌 회피를 돕는 ‘저속 브레이크 컨트롤’을 비롯해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까지 갖췄다. 연비는 도심 기준 ℓ당 18㎞로 뉴 CR-V 하이브리드보다 우수하다. 판매 가격은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 투어링 4570만원, 뉴 어코드 터보 3740만원이다.

한동안 판매 부진에 시달려온 혼다 입장에서는 이들 하이브리드 모델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는 “두 모델 중심으로 연간 3000대 판매 목표를 세웠다. 향후 3년 내 4개의 하이브리드 신차를 더 선보여 2024년까지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비중을 8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렉서스 ES300h 인기로 하이브리드 대표 주자로 떠오른 한국토요타자동차 역시 올해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오는 3월에는 신형 렉서스 LS 하이브리드, 4월에는 시에나 하이브리드를 선보이기로 했다. 이 중 눈길을 끄는 것은 국내 시장에 처음 상륙하는 미니밴 하이브리드 시에나다.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4기통 2.5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탑재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갖추고, 3060㎜에 달하는 휠베이스로 넉넉한 실내 공간을 자랑한다. 국산 미니밴 대표 주자 기아 카니발과 정면 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카니발이 국내 미니밴 시장을 독식해왔지만 아직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는 만큼 이 틈을 시에나 하이브리드가 파고들어 판매량을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형 세단 대표 모델인 캠리 하이브리드도 연내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돌아온다.

독일, 미국차 브랜드 공세도 만만찮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10월 국내 시장에 출시한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C 300e 4MATIC’이 인기몰이 중이다. 최대 출력 211마력, 최대 토크 35.7㎏·m를 발휘하는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과 최고 출력 122마력, 최대 토크 44.9㎏·m를 발휘하는 새로운 전기 모터가 결합돼 합산 출력이 320마력에 달한다. 또 다른 인기 모델 벤츠 E300e 4MATIC도 지난해 12월 한 달간 국내 시장에서 950대가 팔리며 저력을 과시했다. 여세를 몰아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20종 이상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이기로 했다.

아우디는 A3 스포트백, Q3 스포트백 TFSI에 이어 SUV 모델인 Q8 TFSI e콰트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는다. BMW도 530e, 330e, X5 x드라이브45e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하이브리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에 질세라 스포츠카 브랜드도 하이브리드 신차를 속속 내놓는 중이다.

포르쉐는 최근 준대형 SUV 카이엔 하이브리드를 공개했다. 카이엔 E-하이브리드는 최고 출력 340마력 성능을 발휘하는 3ℓ V6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가 조합돼 합산 최고 출력 462마력을 뿜어낸다. 카이엔 터보S E-하이브리드는 힘이 더 세다. 550마력의 4ℓ V8 가솔린 바이터보 엔진에 전기모터가 결합돼 합산 최고 출력이 680마력에 달한다.

람보르기니도 오픈탑 하이브리드 슈퍼카 ‘시안 로드스터’를 선보였다. 785마력 파워를 발휘하는 6.5ℓ V12 엔진과 48V 전기모터가 결합돼 총 시스템 최고 출력 819마력을 발휘한다. 최고 속도는 350㎞/h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2.9초 만에 도달한다.

수입차 공세에 맞서 국산차 브랜드도 올해 하이브리드 모델을 대거 내놓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중형 SUV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을 준비 중이다. 올 상반기 북미와 유럽, 호주 시장에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내놓은 뒤 하반기 국내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쟁 모델인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지난해에만 2만8337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끈 만큼 내부적으로 기대가 크다.

최근 선보인 현대차 하이브리드 중 가장 눈길을 끈 모델은 올 뉴 아반떼 하이브리드다. ℓ당 21.1㎞에 달하는 연비를 자랑해 ‘연비 끝판왕’으로 불린다. 최고 출력 105마력의 가솔린 1.6 하이브리드 엔진과 최고 출력 43.5마력의 고효율 구동모터 조합으로 시스템 최고 출력은 141마력에 달한다. 판매 가격도 2199만~2814만원으로 가성비가 높다는 평가다.

기아는 올해 스포티지, K7의 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이면서 하이브리드 모델도 함께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만큼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포부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연비는 ℓ당 15.3㎞로 1.6ℓ 스마트스트림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에 구동모터를 조합해 최고 230마력의 힘을 낸다. 최고 출력만 놓고 보면 쏘렌토 디젤 2.2(202마력)를 웃돌 정도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도 이에 못지않은 힘을 낼 것이라는 기대다.

왼쪽부터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인기를 끈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렉서스 ES300h,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카 장점 들여다보니

▷전기차보다 주행 거리 길고 편리

하이브리드 차량이 인기지만 전기차, 내연기관차와 어떻게 다른지 헷갈려하는 소비자가 많다.

하이브리드카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자. 하이브리드카는 말 그대로 두 가지 이상의 구동 장치를 가진 자동차를 의미한다. 주로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장착한다. 휘발유를 주 원료로 사용하면서 전기모터를 보조적으로 활용해 연비를 높이는 개념의 친환경차다. 순수전기차나 수소전기차 등으로 넘어가기 위한 과도기 단계의 친환경차로 평가받는다.

하이브리드카는 크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와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두 종류로 나뉜다. 순수전기차인 코나EV, 볼트EV 이름에서 알 수 있듯 EV가 붙은 만큼 넓은 의미의 전기차로 분류된다.

이 중 PHEV는 순수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중간 단계 모델이다. 플러그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처럼 외부 충전이 가능하다. 주행할 때 보통 전기모터를 사용하고 고속 주행하거나 전기모터가 방전되면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국산차 중 현재 판매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소수에 그친다.

외부 충전을 할 수 없는 HEV는 순수전기차보다는 내연기관차에 더 가까운 모델이다. 도심에서 저속 주행을 하거나 가속 페달을 밟지 않는 관성 주행을 할 때만 전기모터를 활용할 뿐 나머지 주행 시에는 가솔린 엔진을 가동한다. 전기모터는 엔진의 보조 역할만 할 뿐이다. 정리해보면 PHEV는 순수전기차를 내연기관이 보조하는 성격이고, HEV는 내연기관차를 전기모터가 보조하는 개념이다.

하이브리드차의 가장 큰 매력 요인은 연비다. 현대차 쏘나타와 아반떼, 기아 K5 하이브리드 모델 연비는 ℓ당 20㎞를 넘는다. 주행 가능 거리가 900㎞에 달해 한 번 주유로 서울~부산은 거뜬히 왕복할 수 있다. 완충해도 최대 300~400㎞ 주행에 그치는 일반 순수전기차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거리다. 덕분에 지난해 현대차, 기아의 친환경차 판매량(50만1487대) 중 하이브리드 차량이 26만2186대로 가장 많았고 전기차(17만8158대)가 뒤를 이었다.

▶하이브리드 인기 지속될까

▷취득세 감면 혜택 축소 변수

완성차 업계에서는 당분간 하이브리드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자동차 시장에 친환경 바람이 부는 데다 연비와 정숙성만 앞서갔던 하이브리드카가 최근 탁월한 주행 성능까지 갖춘 덕분이다. 이에 비해 순수전기차, 수소전기차는 아직까지 충전 인프라가 부족해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순수전기차나 수소전기차는 충전소 문제로 구입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아 하이브리드 차량이 현실적인 친환경차 모델로 인기다. 당분간 하이브리드 차량 열풍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올해부터 하이브리드카 취득세 감면 혜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2019년 140만원 한도였던 하이브리드카 취득세 감면 혜택은 지난해 90만원, 올해는 40만원으로 줄었다. 테슬라 모델Y를 비롯한 인기 전기차 모델이 쏟아지는 만큼 하이브리드카 인기가 상대적으로 주춤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6호 (2021.02.17~2021.02.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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