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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SK는 현대차와 경쟁할까

입력 2021. 01. 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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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체식 배터리는 완성차 전제돼야 성공
 -제조 대신 수입 선택도 가능

 자동차용 배터리를 만드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교체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를 두고 '교체식 vs 충전식' 논란이 오가지만 그 뒤에 숨겨진 의미는 SK의 이른바 '운송 수단 제조 또는 수입'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배터리 교체식 사업이 성공하려면 동일한 배터리팩을 사용하는 이동 수단이 많아야 가능해서다. 다시 말해 이동 수단을 제조하는 기업이 교체식에 나서는 것과 배터리를 만드는 기업이 교체식에 뛰어드는 것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겠다는 것이어서 흥미롭다. 

 실제 SK가 13.3%의 지분을 사들인 블루파크스마트에너지(BPSE)는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자회사로 베이징전기자동차가 만든 준중형 전기 세단 EU5의 배터리 교체를 위해 설립된 곳이다. 중국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전기차의 배터리팩 표준화를 추진하자 많은 전기차 제조기업이 전력 유통사업의 일환으로 표준 배터리 충전 및 교체에 나서는 중이고 BPSE도 베이징자동차그룹이 이를 위해 만들었다.  

 그런데 베이징자동차는 중국에서 현대차의 파트너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베이징자동차의 전기차 생산 기업인 베이징전기차(BJEV)가 독자 개발한 EU5 전기 세단 또한 동일 플랫폼이 활용됐고 디자인만 다를 뿐이다. 해당 차종 외에 한국을 겨냥한 또 다른 전기 세단 EU7도 있지만 EU7은 배터리 교체식이 아니어서 관심은 EU5 전기 세단의 한국 도입으로 집중된다. 현재 EU5 및 EU7의 국내 공식 수입을 준비 중인 곳은 베이징모터코리아(BMK)로 한국에서 이미 전기버스 등을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베이징모터코리아가 EU5를 수입, 판매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은 교체식 충전 시설을 구축하면 된다. 

 이런 점에서 SK이노베이션의 교체식 충전기 투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한국에서 SK가 EU5의 확대에 적극 나서겠다는 신호가 아닐 수 없다. 필요하면 베이징모터코리아를 인수, 물량 공세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U5의 타깃 시장을 영업용 택시로 삼고 판매 제품은 배터리를 제외한 차체에 한정한다는 얘기다. 이 방식은 택시 사업자가 운송 수단 조달비를 낮출 수 있는 데다 필요한 배터리는 잠시 렌탈로 사용하고 택시가 소모한 전력량까지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어 택시 사업자에게 이익이다. 반면 한전에서 전기를 구매한 뒤 렌탈 배터리에 담아 택시에 되파는 교체식 사업자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BSPE 교체식 충전기의 경우 사용 후 반납된 배터리의 남은 전력량까지 측정 가능한 기능이 이미 포함돼 있어서다. 
 
 그 다음은 앱 기반의 이동을 연결하는 티맵모빌리티의 역할이다. SK이노베이션이 교체식 충전기를 활용해 EU5 전기 택시를 늘리면 택시 이용자와 공급자 연결은 티맵모빌리티가 맡는다. 티맵모빌리티로선 EU5 전기 택시 중심의 가맹을 적극적으로 확장시켜 택시 이용을 티맵모빌리티 플랫폼 안에 묶어둘 수 있다. 예를 들어 SK이노베이션이 제주도에 배터리 교체식 충전시설과 함께 배터리 교체 사업에 나서고 택시 사업자에게 차체만 판매, 상당수의 택시가 EU5로 바뀌면 이들을 호출할 때 티맵모빌리티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현지는 물론 여행객 또한 택시를 호출할 때 티맵모빌리티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를 통해 티맵모빌리티는 현재 이 시장의 절대 강자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아성을 손쉽게 뛰어넘을 수 있다. 달리 보면 이동 수단의 직접 공급으로 호출 수요를 단숨에 뒤집겠다는 것이다. SK로선 배터리 기반의 서비스(BaaS, Battery as a Service)는 물론 EU5 전기 택시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MaaS, Mobility as a Service)까지 한 번에 구축 가능한 셈이다. 

 SK가 실제 이런 행보를 보인다면 경쟁은 자동차를 만들어 택시 시장에 공급하는 현대차 및 택시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차와 카카오모빌리티로선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는 게 난관이다. 현대차가 전기 택시를 만들어 공급할 때 배터리를 분리하면 제조물의 이익이 감소한다. 설령 영업용 시장이라도 지키기 위해 배터리팩 분리 판매에 나서면 자가용 또한 배터리 분리판매 요구가 제기되고 이때는 전기 모빌리티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현대차가 직접 택시회사로 나서 쏘나타 시장을 지키는 일이지만 이 경우 막대한 비용이 수반돼 쉽지 않다. 또 하나 현대차 입장에선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공급받는 배터리의 물량을 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원하는 구매자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효과는 미지수다.  

 그런데 현대차 뿐 아니라 SK 행보에 위기를 느끼는 것은 카카오모빌리티도 마찬가지다. 택시 호출 점유율을 지키려면 가맹 규모를 확대해야 하는데 SK가 EU5 전기 택시로 가맹 확장에 나서면 규모의 축소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 또한 이동 수단의 직접 제조 또는 수입 방법 등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곧 운송 수단 판매사업에 새롭게 뛰어드는 것이어서 쉽지 않다. 최근 기아차와 전기 택시 확대를 위해 업무 협약을 체결했지만 이 또한 배터리 분리 판매는 아니어서 SK를 상대하기엔 벅차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는 예측일 뿐이다. 하지만 모빌리티 생태계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는 구도임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SK로선 줄어드는 화석연료의 대체 시장으로 배터리를 통한 전력 유통사업에 뛰어들고 이를 뒷받침하는 방안으로 플랫폼 기반의 택시 모빌리티 시장을 활용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현대차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어떻게 대응할까? 이들의 미래 전략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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