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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 빠진 현대차 '글로벌 전략'.. 올해 美·中 판매량, 200만대에도 못 미칠 듯

연선옥 기자 입력 2020. 12. 03. 14:00 수정 2020. 12. 0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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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판매량 9년 만에 최저, 중국 판매량의 예년 절반 수준
정의선 회장, 이달 취임 후 첫 해외법인장 회의 주재

현대기아차가 올해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한 자동차가 200만대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미국에선 120만대, 중국에선 60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작용했다고는 하지만 판매량 감소폭이 커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달, 취임 이후 첫 해외법인장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매년 7월과 12월 열리는 이 회의에는 50여명의 해외법인장이 참석해 글로벌 전략을 논의하는데, 올해 현대기아차 1~2위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성적이 크게 부진한 만큼 판매 회복 전략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SUV 팰리세이드./AP

3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현대기아차는 110만1606대다. 12월 10만대가 더 팔린다고 가정해도 연간 판매량은 120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판매량으로 보면 지난 2011년(113만대) 이후 9년 만에 가장 적게 팔린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올해도 연간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월 공시를 통해 해외에서 총 628만4000대(현대 384만4000대, 기아 244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합산 판매량이 200만대에도 미치지 못해, 현대기아차 판매량이 목표에 미달하는 상황은 지난 2015년 이후 6년 연속 이어지게 됐다.

미국 판매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확산이었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공장 셧다운으로 생산 차질을 빚은 데다 딜러들의 영업 활동도 타격을 입었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의 랜디 파커 판매담당 부사장은 "코로나19가 (현지 영업에) 도전 과제로 추가됐다"고 말했다. 현대 팰리세이드와 코나, 기아 텔루라이드, 스포티지 등 SUV 판매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 여파에 G80 새 모델과 GV80 등 신차 투입이 지연된 것도 미국 판매가 부진한 요인이었다. 올해 11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제네시스는 1만327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9008대)보다 30.2% 급감했다.

그래픽=박길우

특히 현대차는 지난해 닛산 출신의 호세 무뇨스 사장을 영입하며 북미 판매를 끌어올리려고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가 처음 사장으로 바로 영입한 외국인인데, 도요타·푸조시트로앵·닛산에서 경력을 쌓은 글로벌 사업 전문가다.

도요타·혼다 등 다른 아시아 완성차 업체와 비교했을 때 현대차가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중국 지리가 인수한 볼보의 올해 미국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모든 자동차 업체가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똑같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중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올해 1~10월까지 중국에서 판매된 현대기아차는 52만7570대로,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월평균 판매량이 6만대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판매량은 65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2010년 이후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매년 100만대 이상을 판매해왔다. 사드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16년 연간 판매량은 180만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 사태가 터진 이후 판매량이 114만대, 2018년 116만대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91만대 수준으로 더 감소했다. 그런데 올해 판매량은 더 큰 폭 감소해 지난 2009년(81만대) 이후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2016년 3위까지 올랐던 중국 내 현대기아차 순위는 올해 9위까지 밀렸다.

그래픽=박길우

전문가들은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소비자의 반한(反韓) 감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가 현지에서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점을 패착으로 보고 있다. 독일과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 현지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시장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에도 연초 감소했던 중국 내수 자동차 판매가 하반기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고, 현대차가 쏘나타와 신형 엘란트라(아반떼)를 출시하고 최근 중국 내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시장에서 판매 급감은 더 뼈아프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중국 현지 조직을 재정비하고 인적 쇄신을 단행하기도 했다. 중국사업총괄을 이광국 사장으로 교체했고, 베이징현대 대표이사(총경리)에 최동우 부사장을 임명했다. 기아차 현지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 총경리에는 처음으로 현지인인 리펑 총경리를 영입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낸 셈이지만, 판매량은 오히려 더 줄었다.

현대차 밍투 2세대 모델./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중국 판매 회복을 위해 내년 전략 차종 미스트라(현지명 밍투)와 투싼 등 신차를 출시하고 국내 팰리세이드를 수출하는 등 물량 공세를 펼칠 계획이다. 올해 론칭한 제네시스 브랜드 홍보도 강화해 판매량 회복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모든 전략을 제로베이스에서 점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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