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전기차 주행거리 벤츠 앞서지만..충전인프라는 中 30분의1

서진우,박윤구 2020. 11. 1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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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전기차 비교해보니
테슬라 주행거리 507~610km
현대기아차 450km안팎 2위
르노닛산·폭스바겐보다 길어
충전기 보급대수 9.6만대 불과
국내 친환경 인프라 확보 시급
무선시스템·자율주행 뒤처져

◆ 친환경차 대전 ◆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H국회 수소충전소`에서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가 충전을 기다리고 있다. [김호영 기자]
5년 후 전기와 수소로 달리는 친환경차가 지금보다 4배 이상 늘어난다는 것은 '미래차 시대'가 결코 먼 훗날의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 때문인지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신시장 선점을 위해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 계획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이 같은 행보는 미국의 조 바이든 시대와 맞물려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국도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자동차 고객들은 내연기관차를 살 때 토크, 출력 등 주행 성능과 파워트레인(트랜스미션 등 동력 전달 기구 강도), 연료 소비 효율(연비), 핸들(스티어링) 제어 안전성 등을 주로 살폈다.

하지만 순수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이 확대되면 배터리 용량과 그에 따른 1회 충전 후 주행거리, 커넥티드카·자율주행 등 미래 신기술 결합 여부, 전기·수소 충전 인프라스트럭처, 각종 화재에 대비한 안전성, 가성비 등이 주요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일단 이 가운데 핵심인 1회 충전 후 주행거리는 국산 경쟁력이 의외로 높다. 노르웨이자동차연맹(NAF)이 최근 겨울철 순수 전기차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 주행거리가 507~610㎞로 가장 길다. 그다음이 바로 현대·기아자동차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 1~7월 기준 테슬라, 르노닛산,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4위이지만 1회 충전 후 주행거리는 기아차 '니로' 455㎞, '쏘울' 452㎞, 현대차 '코나' 449㎞ 등으로 테슬라에 이어 2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EQC'는 400㎞대 초반, 르노 '조에'와 닛산 '리프'는 380㎞대, 폭스바겐 'e골프' 등은 200㎞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차 보급 확대의 또 다른 핵심 요소인 충전시설 측면에서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과 미국의 전기차충전기 보급대수는 각각 291만8000여 대와 163만9000여 대다.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등도 30만대 이상 충전기를 구축했고, 일본도 22만7000여 대를 마련해 두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전기차충전기 보급대수는 9만6000여 대에 불과하다. 수소전기차를 위한 수소충전소 시설도 한국은 52개에 그쳐 독일(100개)과 일본(140개)에 비해 한참 적다. 비록 2040년까지 정부가 수소충전소를 현재의 23배 수준인 1200개까지 늘리기로 했지만 독일은 이미 2030년까지 1000개 마련 목표를 내세우고 본격 투자에 들어간 상태다.

가격 경쟁력은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국산 경쟁력이 아직 우위에 있다. 테슬라는 '모델S 100D' 가격(이하 정부 보조금 제외)이 1억33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매우 비싸지만 코나와 니로는 4890만원, 아이오닉(2018년형)은 4440만원 정도로 테슬라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2026년부터 정부 보조금이 없어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구매 가격이 세계적으로 유사한 상황이 올 것으로 전망돼 그때부터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량은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안전성 확보는 모든 전기차 업계가 안고 있는 고민으로, 향후 소비자들의 중요한 구매 결정 사안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15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생산된 고압 배터리 장착 전기차 '쉐보레 볼트EV'(2017~2019년형)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완전 충전이나 그에 근접해 충전할 경우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어 내린 조치다.

자율주행 등 미래 신기술과 융합한 친환경차도 아직 국내 업체들이 분발해야 할 지점으로 꼽힌다. 최근 현대차가 주력 차종에 내비게이션 자동 무선 업데이트(OTA)를 탑재하기 시작한 반면 테슬라는 OTA를 통해 자율주행 성능과 주행거리 향상, 주요 기능 개선 등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걸음마 수준인 자율주행차도 외국에서는 테슬라 오토파일럿, GM 슈퍼크루즈 등으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친환경차 자체만 쳐다볼 게 아니라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등 신기술을 종합적으로 개발해 상품성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데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 환경규제 여파로 내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200개 이상 전기차 신규 모델이 출시되면 단기적으로는 출혈 경쟁이 발생할 수 있지만 업체마다 지닌 자율주행 등 신기술이 뒷받침되면 친환경차량 부문에서 품질 업그레이드가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내연기관차는 2017~2018년 생산량 정점을 기록한 뒤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 만큼 물량 측면에서 과거 수준을 회복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정책도 내연기관차에는 불리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030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를 50만개까지 건립하고 스쿨버스 50만대와 연방정부 차량 300만대도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각국 정부가 탄소경제에 대해 서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연기관차 생산은 대폭 줄어들고 완성차 업체들은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 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대대적인 투자 확대로 벌써부터 전쟁에 돌입했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100만대를 판매해 이 부문 세계 시장점유율을 1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매년 20조원씩 총 100조원을 전동화를 비롯한 자율주행, 미래형 모빌리티 등 신사업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세계 1위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은 아예 미국 내 내연기관차 개발을 중단하고 현지 전기차 시장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내년부터 미국에서 만드는 전기차를 2배 늘리고 2022년까지 총 27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마련하기로 했다.

[서진우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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