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고가 전기차 보조금 상한제, 관건은 6000만원대 車?

조귀동 기자 2020. 11. 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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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특정 가격 이상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조금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가격 기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옵션 등을 포함해 6000만원대인 차량들이 해당되느냐 마느냐가 관건이다. 저온에서 연비(전비·電比) 기준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짧아지는 미국이나 유럽산 차량 등이 보조금이 더 많이 깎일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의 모델3. /테슬라

정부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미래 자동차 확산 및 시장선점 전략’에서 전기차 보조금 상한제를 내년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가격 인하 촉진을 위해 보조금 상한제를 도입하고, 저온 전비 등 성능요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환경부가 지난 8월 본격화한 전기차 보조금 산정체계 개편 논의의 결과다. 환경부는 8월부터 자동차 관련 이익단체 간담회를 시작으로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관련 협회 등과 협의를 했다.

정부의 보조금 상한제는 올해 수입차를 중심으로 고가 전기차가 속속 등장하면서 예고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은 1억원 전후의 고급 SUV(스포츠유틸리티차) 형태의 전기차를 내놓았는데, 2021년에는 다른 수입차 회사들도 전기차를 대거 출시할 예정이다. 또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모델3의 판매 증가에 힘입어 보조금을 쓸어가는 형국이 되자 전기차 보조금이 비효율적으로 쓰인다는 여론도 비등해졌다.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0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기차 보조금 1280억원 가운데 42.2%인 550억원이 테슬라에 지급됐다. 2019년 테슬라 차량에 지급된 보조금은 전체의 6.5%에 불과했다. 중형 세단형 전기차 모델3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보조금 지급액이 늘어난 것이다.

자동차 업계는 6000만원대 전기차가 어느 정도 보조금이 깎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모델3의 경우 아무 옵션이 없는 ‘깡통’ 모델의 경우 5479만원이다. 여기에 반자율 주행 기능인 ‘풀 셀프 드라이빙(FSD)’ 기능을 넣을 경우 904만원을 더 내야한다. FSD는 테슬라의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에 다수의 운전자는 이를 기본 탑재한다. 여기에 19인치 스포츠휠이 193만원이다. 또 기본 색상인 흰색 말고 다른 색깔 차량을 살 경우 도장비로 129만~257만원을 내야한다. 흰색에 FSD만을 탑재한 모델의 경우 6383만원이된다. 6000만원대 전기차부터 보조금이 삭감될 경우 테슬라 차량의 가격은 실질적으로 뛰게 된다. 현재 테슬라 차량의 기본 모델은 국고 보조금을 793만원 받는다. 지자체 보조금도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 보조금은 서울은 450만원, 경기도는 500만~600만원이고 경북은 최대 1000만원까지 지급한다. 주행거리가 늘어난 롱레인지(6479만원), 주행 성능을 높인 퍼포먼스(7479만원) 트림은 보조금 삭감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현대자동차가 내년에 출시하는 전기차 아이오닉5는 옵션을 포함하면 가격대가 6000만원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아이오닉5의 원형인 콘셉트카 45.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내년에 출시할 SUV 형태의 전기차 아이오닉5가 보조금을 모두 받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현대차 안팎에 따르면 아이오닉5는 5000만원대 초중반으로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여기에 옵션을 더하면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차는 아이오닉5부터 구매자의 필요와 기호에 맞게 공간을 구성하고 다양한 전자기기를 탑재할 수 있는 ‘스타일 셋 프리(Style Set Free)’를 선보일 예정이다. 옵션이 풍부해 질 뿐더러 풀옵션 차량의 경우 가격대가 크게 뛸 수 있는 것이다. 주행거리가 긴 고급형 모델에 웬만한 옵션을 탑재할 경우 6000만원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나라들도 6000만~7000만원 정도에서 보조금 상한제 내지 차등제를 실시한다. 미국은 차량 가격 6만 달러(6800만원)를 상한선으로 한다. 프랑스는 4만5000유로(5960만원), 독일은 6만유로(7950만원)를 기준으로 각각 보조금을 다르게 준다. 중국의 보조금 지급 기준은 30만위안(5090만원) 이하 차량이다.

보조금 상한제가 일종의 ‘비관세 장벽’처럼 기능해 통상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다른 나라들의 보조금 지급 기준에 맞추는 게 합리적이다. 결국 6000만원대부터 보조금이 깎이거나 상한선이 설정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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