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의 1단기어] '고급차는 6기통' 공식 깨졌다

박찬규 기자 2020. 10. 28.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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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차저와 전기 모터로 힘 보태 '고성능-고효율' 잡아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는 배기량 2000㏄급이 대세다. 사진은 현대 4기통 엔진.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는 배기량 2000㏄급이 대세다. 10여년 전만 해도 고급 중대형 세단의 기준과도 같던 3000㏄ 이상 6기통 엔진 대신 대부분 ‘2리터급’으로 배기량을 줄였다. 배기량만으로 차의 ‘급’을 결정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평이다.



덜 먹어도 큰 힘 내는 마법


배기량이 자동차의 ‘급’을 결정한 건 각 제조사가 차명 외에 등급을 구분할 때 배기량을 상징하는 숫자를 넣은 탓이다. 이를테면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라인업인 AMG는 클래스 뒤에 63이라는 숫자를 붙여 배기량 6300cc급 엔진이 탑재됐음을 의미했다. BMW도 535i라면 3500cc급 엔진, 현대 에쿠스의 VS380은 3800cc급 엔진을 상징한다. 하지만 지금은 등급을 상징하는 이름만 남았을 뿐 엔진은 모두 다운사이징됐다. 하지만 성능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힘이 센 경우도 생겨났다.

자동차의 배기량은 말 그대로 엔진이 일한 뒤 배출하는 가스의 양이다. 많은 가스를 내뿜는다는 건 그만큼 연료를 태워 일을 많이 한다는 뜻이며 차의 덩치가 클수록 그에 맞는 큰 엔진이 필요하다.
한때 자동차제조사는 차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배기량을 늘리는 방법을 썼다. 6기통과 8기통을 넘어 12기통 엔진까지 등장했다. 평균적으로 기통(실린더) 당 용량은 500㏄가량이다. 4기통이면 2000㏄ 이하이며 6기통이면 3000㏄ 정도. 8기통이면 4000㏄급 이상으로 볼 수 있다.
자동차는 엔진에서 연료와 공기(산소)가 실린더에서 만나 불꽃이 튈 때 폭발하는 힘을 활용해 움직인다. 많은 연료를 쓰면 그만큼 폭발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차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선 배기량을 키우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BMW는 직렬 6기통 엔진으로 유명하다./사진제공=BMW
하지만 꾸준히 엄격해지는 각종 환경 규제와 고유가가 맞물린 상황에서 자동차업계는 무작정 배기량을 키우는 방법에 한계를 느꼈다. 업계 관계자는 “배기량 키우기 경쟁을 벌이던 업체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전략을 수정했고 이른바 ‘엔진 다운사이징’ 경쟁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자동차 회사들은 잠시 딜레마에 빠졌다. 적게 먹으면 내보내는 것이 줄지만 힘을 내기 어렵다. 이때부터 조금이라도 제대로 먹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배기량을 줄이면서도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터보차저’나 ‘슈퍼차저’ 같은 과급기에 주목한 배경이다. 이 기술은 공기가 희박한 곳에서도 연소하며 안정적인 힘을 내는 항공기 엔진에서 비롯됐다.
과급기는 엔진의 폭발력을 높이기 위해 연소 시 필요한 산소를 많이 밀어넣는 장치다. 연료를 덜 쓰더라도 같은 힘을 낼 수 있다. 터보차저는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발생하는 배기 압력을 활용해서 터빈을 돌리고 그 힘을 이용해 엔진이 들이마실 공기를 압축한다. 슈퍼차저는 배기 압력이 아니라 엔진의 힘으로 터빈을 강제로 돌려 힘을 얻는 방식이어서 반응이 빠르다. 최근엔 전기 모터가 슈퍼차저를 대신해 작동하며 터보차저와 어우러지기도 한다.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는 터보차저가 일을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터보랙) 그때 슈퍼차저가 일을 대신하며 과급기의 이질감을 줄일 수 있다.
다운사이징 경쟁이 시작됐을 때는 오로지 기존 엔진을 대체하는 데만 관심이 쏠렸다. 운전의 재미나 차의 콘셉트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모터스포츠업계 관계자는 “다운사이징을 하더라도 효율을 추구할 것인지 고성능을 낼 것인지 성격을 분명히 하는 게 추세”라며 “단지 작지만 강한 차가 아니라 작고 강한 차를 만드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왜 2000㏄일까


배기량 2000㏄는 의미가 남다르다. 과거엔 부의 상징으로서 배기량 2000cc급 차를 탄다는 건 자랑거리였다. 자동차관리법에서도 배기량 2000cc가 대형차와 중형차를 구분하는 기준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의미가 퇴색되는 중이다. 배기량은 과세의 기준이기도 해서 크기나 가격 등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엔진 다운사이징 트렌드에 따라 기존 기준을 한참 밑도는 차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며 “배기량으로 차의 급을 결정짓는 방식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출시된 BMW 5시리즈는 8종 중 6종이,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E-클래스도 2종을 제외한 7종이 배기량 2000㏄급이다. 볼보자동차는 모든 라인업의 배기량을 최고 2000㏄급으로 통일했고 캐딜락·혼다·현대자동차도 주요 차종의 배기량을 비슷하게 맞추고 있다. 현재 2000㏄급 터보엔진은 과거 3000㏄급 엔진을 대체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현재 규제 내에서 중대형차의 최적 성능을 구현하기에 배기량 2000㏄급 엔진이 적합하다고 본다. 이전 3000㏄급을 1500㏄로 줄일 수도 있지만 같은 성능을 내기 위해선 추가 장치가 더 필요해 비용이 더 들고 결국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무조건 배기량을 줄이기만 한다고 효율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동차 크기와 무게는 물론 경제성 등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여러 자동차회사가 2000㏄ 엔진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MW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사진제공=BMW
최근엔 터보엔진과 함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각광받는다. 큰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장착해 전기만으로도 주행 가능하고 엔진에 많은 힘을 보태는 ‘풀 하이브리드’ 방식은 무게가 많이 나가고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이에 엔진에 힘을 보태는 전기모터가 적용된 48v(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터보엔진과 어우러지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BMW·벤츠·볼보 등에서 새로 출시한 주력 모델엔 모두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추월이나 출발 가속 시 상황에 따라 순간적으로 10마력 이상의 출력을 보태며 정속주행 중에는 엔진을 보조해 연료효율을 높인다. 탄력 주행 시엔 엔진 대신 힘을 내기도 한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터보차저가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엔진의 부담을 덜어주며 배출가스를 조금이라도 더 감축하고 있다”며 “2000㏄급과 1500㏄급 엔진을 필두로 두 장치의 조합이 당분간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게다가 8단 이상의 고단 변속기도 맞물리며 고성능과 고효율 모두를 챙긴 자동차 출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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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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