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갖출 것 다 갖춘 2000만원대 전기차, 푸조 e-208

조귀동 기자 입력 2020. 10. 26. 06:02 수정 2020. 10. 2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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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자동차 회사 푸조가 3분기 출시한 소형 해치백형 전기차 ‘e-208’은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르노 ‘조에(ZOE)’와 함께 국내에서 2000만원대 전기차 시장의 문을 연 모델이다. 가격은 4100만~4590만원인데, 국고 보조금 653만원에 시도에 따라 450만~900만원인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실부담액이 서울 기준 2997만~3487만원으로 내려간다. 지자체 보조금이 가장 많은 전북의 경우 2547만~3037만원이다.

그렇다고 차가 성능이나 디자인에서 처지는 것도 아니다. e-208과 함께 개발된 208 모델이 푸조의 주력 모델이고 같은 차급의 폴크스바겐 골프, 르노 클리오 등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회사 제이토다이나믹스(JATO Dynamics)에 따르면 유럽에서 올 1~8월 판매량이 가장 많은 차는 골프(17만3000대), 클리오(15만9000대), 208(12만1000대) 순이었다.

푸조 e-208을 시승했다. 시승은 서울 영등포와 경기도 파주 임진각, 서울과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등을 오가는 경로였다. 자동차 전용도로, 1차선 지방도, 러시아워 시간대의 도심을 골고루 경험했다. 도심 내 이동 및 근교 베드타운에서 대도시로 출퇴근했을 때와 비슷한 체험을 한 셈이다. 시승 모델은 고급형인 GT라인(4590만원)이었다. 일반 트림인 알뤼르(4100만원)과 비교해 휠이 17인치로 크고, 시트 재질이 고급인 것이 주로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구동계는 동일했다.

외관은 단단하면서도 날렵하다는 인상을 준다. 4055mm로 국내 대표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4650mm)는 물론 지난해 단종된 소형 세단 아반떼(4405mm)보다 짧다. 휠베이스는 2540mm로 아반떼(2720mm) 대비 180mm 짧다. 전장이 600mm 이상 차이가 나지만 축거에서는 큰 차이는 없다. 전폭은 1745mm, 전고는 1435mm로 아반떼(전폭 1825mm·전고 1420mm) 대비 폭은 약간 좁고 높이는 살짝 높다.

차량 후면부는 적당한 경사로 꺾여 내려가는 기조에서 리어램프 부분이 약간 튀어나와 있고, 바로 그 아래가 움푹 들어가 있는 형상을 취했다. 그 가운데에는 검정색 패널이 길게 있고 양쪽에 리어램프가 설치되어있다. 바퀴는 17인치 알로이 휠인데, 휠 가운데 검정색 플라스틱이 채워진 부분이 있어서 금속 소재가 공간을 많이 차지할 때의 단조로움을 피했다. 소형 해치백 모델이지만, 디자인이 세련되어 있고 주요한 부분에서 볼륨감을 느낄 수 있게 포인트를 주어서 전반적으로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주는데 성공했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차량 내장 디자인도 만족스럽다. 클러스터는 클러스터 천장 부분에서 표시된 영상을 45도쯤 기울어진 투명 플라스틱 패널을 통해 투영하는 방식으로 3D(3차원) 효과를 주는데, 미래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가시성이 뛰어나다. 스티어링 휠은 일반 차량보다 약간 작고 위아래가 잘려있는데, 다이나믹한 운전 감각을 제공한다. 8인치 디스플레이가 약간 작게 느껴지지만 큰 불편함은 없다.

운전자 입장에서 내장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스마트폰 무선충전용 도크(dock)가 굉장히 넓다는 점이다. 삼성 갤럭시 노트10에 두꺼운 충격방지 케이스를 끼워쓰는 터라 웬만한 무선충전용 도크는 휴대폰을 위에 올려놓기도 어렵고, 약간이라도 틀어지면 제대로 충전되지 않았다. 전기차라는 특성을 활용해 넓은 공간을 할애해, 충전이 용이했다. 도크 양 옆에 USB 포트가 있어 IT기기에 연결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바로 아래 공조 제어 장치와 기어 노브 뒤 전자식 파킹 프레이크 버튼도 세련된 형상이다. 푸조 계열사인 고급차 브랜드 DS오토모빌제 차량의 내부 버튼을 연상케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유럽산 소형 해치백을 탈 때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은 여전했다. 가령 앞좌석 위치와 등받이 기울기는 금속제 레버와 플라스틱 다이얼로 조절해야했다. 조수석의 경우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아서, 신장 180cm인 남성이 탔을 때 역시 소형차라는 느낌을 주었다. 뒷좌석도 레그룸이 협소하고 헤드룸도 없어서 장거리 주행 시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것 같았다. 다만 트렁크의 경우 311L로 생각보다 꽤 공간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실제 주행을 해보니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먼저 가속력이 뛰어났다. e-208은 최대 출력 136마력(ps), 최대 토크 26.5kg.m이고 전륜구동 방식이다. 전기차 특성상 저속에서 추진력이 뛰어나 정지 상태에서 빠르게 속도를 붙일 때 확 튀어나가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시속 60km 이상 속도에서는 가속 성능이 그저그런 편이다. e-208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8.1초로 평범하지만, 자동차 매니아들이 ‘제로오십’이라고 부르는 시속 50km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8초에 불과하다.

차체의 좌우 움직임도 기민해, 핸들을 돌리면 바로바로 차체가 반응하는 수준이었다. 전기차답게 무게 배분이 잘 되어있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스포츠모드로 전환하고 자유로를 달리니, 웜해치(warm hatch·고성능 해치백 부분개조차인 핫해치보다는 못하지만 준수한 성능을 내는 소형차)로 분류해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터를 구동하지 않고 감속할 때 운동에너지로 발전을 하는 회생제동 기능을 켜면 가속력이 다소 늦어지고 감속이 빨라져 차량이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대신 연비 면에서는 확실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주행거리는 244km로 올해 출시된 전기차라는 걸 감안하면 짧은 편이다. 영하 7도 저온에서는 215km로 떨어진다. 전기차의 연비인 전비가 4.4km/kWh인데, 실제 주행에서 회생재동을 적절하게 섞어서 185km를 달리니 6.5km/kWh 정도 나왔다. 50kWh 용량 배터리를 탑재하니, 1회 충전 시 300km 정도 주행할 수 있는 셈이다. 급속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급할 때 15분 정도 잠깐 충전해도 50km 이상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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