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충당금 3.4조원 쌓게 한 '세타2 엔진', 대체 뭐길래?

민서연 기자 2020. 10. 2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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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005380)기아자동차(000270)가 3분기에 총 3조4000억원의 충당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세타2 엔진 관련 품질비용으로 현대, 기아차 각 사 시가총액의 5.2%(2조1000억원), 6.7%(1조3000억원)에 해당할 정도다. 이번 품질비용 인식으로 현대차는 3분기 적자전환을 피할수 없음에도 현대차는 엔진 문제를 최대한 정리하고 가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4기통 첫시도 세타엔진
세타엔진은 한국을 엔진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바꿔놓은 현대차 파워트레인의 상징이다. 현대차는 90년대 후반부터 일본 미쓰비시에 로열티를 주고 사용하던 미쓰비시 시리우스엔진 등을 참고해 알파, 베타엔진 등 소형차용 엔진부터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2년부터는 중대형 차량용 엔진개발을 시작해 직렬 4기통 세타엔진을 개발했다.

기존까지 소형차용 엔진에 국한돼 수출 약세던 국산엔진은 중대형 세타엔진이 개발되면서 일본 미쓰비시, 미국 다임러크라이슬러 등에 수출되기 시작했다. 엔진 수출국으로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도 이때다. 이후 현대차는 세타엔진을 한층 개량해 배기량 2~2.4L의 가솔린 엔진 세타2를 선보였다.

특히 세타2 GDi는 미국 앨러배마공장과 국내 화성공장에서 생산된 국내 최초의 직분사 엔진으로 전 운전영역에서 7~12% 성능향상과 10%의 차량 연비 개선, 빠른 촉매 활성화를 통한 배출가스 저감으로 현대기아차의 쏘나타, 투싼, K5 등 대부분 트림에 적용되며 인기를 끌었다.

◇엔진 초기부터 문제 폭발한 세타2...결국 리콜에 평생보증까지
그러나 2015년 초 세타2 GDi엔진을 장착한 차량이 주행 중 멈추거나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생기기 시작했다. 잇따른 화재사고로 조사를 진행하던 중 결국 세타2 GDi 엔진의 결함이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엔진의 출력을 무리하게 높이다보니 강한 폭발력으로 엔진 내부의 피스톤이 세게 밀리고, 그 영향으로 베어링 메탈이 반복적으로 강한 마찰을 받아 마모되면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설명한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고급 엔진오일을 충분히 넣으라는 조언도 이 문제에서 비롯됐다.

현대차는 미국 공장에서 조립한 엔진에서 실린더 내 커넥팅 로드의 조립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2015년 9월부터 순차적으로 공식 리콜을 실시했다. 미국에서만 2015년 9월 47만대, 2017년 3월 119만대의 리콜이 이루어졌으나 이때까지도 국내 대처는 미미했다. 현대차의 해명과 달리 국내에서 조립된 엔진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해 2016년 10월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나섰고 결국 세타2 엔진이 들어간 3만8000대를 강제리콜하게 했다.

지난해 검찰은 지난 7월 현대차의 늑장대응 혐의로 현대·기아차 법인과 경영진 등을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같은 해 10월 미국에서는 세타2 GDi 엔진 집단소송에서 합의에 따라 세타2 GDi 엔진이 탑재된 차량을 대상으로 엔진 진동감지 시스템(KSDS) 적용을 확대하고 엔진을 평생 보증하기로 했다. 발표 당시 평생 보증 대상 차량은 미국 417만대, 국내 52만대 등 모두 469만대에 달한다. 현대차는 평생보증으로 비용이 쌓이면서 충당금을 더 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계속되는 엔진문제에 현대차 "3세대 세타엔진은 아직까지 이상 無"
현대차의 엔진문제는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지난 9월 현대차는 고급브랜드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8800여대에 대해 고압연료펌프 결함으로 리콜을 시행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조공정 과정 중 고압연료펌프에서 발생한 흠집으로 인해 내부에 이물질이 발생하고, 연료 공급이 되지 않아 시동이 꺼질 가능성이 확인된 탓이다.

현재 현대차는 세타2의 후속 엔진인 세타엔진 3세대 '스마트스트림'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현대차의 차세대 파워트레인인 스마트스트림은 연비와 열효율 극대화에 최우선 목표를 두는 동시에 엔진의 기본 구조를 완전히 바꿔 기존 결함에서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전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품질비용이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정됐고, 대상 엔진들 이후 양산된 3세대 엔진에서는 해당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잦은 엔진문제로 인해 쌓인 고객들의 불신을 회복하기 위해 최근 고객의 불만이 늘고 있는 세타2 MPi·HEV, 감마, 누우 등 다른 엔진 기종을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KSDS 장착 캠페인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결함이 발견된 세타2 GDi 뿐만 아니라 MPi에 대한 불만도 시정하면서 최근 불거진 코나 일렉트릭의 품질이슈를 다소 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이라도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는 등의 조치에 나서서 다행"이라며 "최근 코나 사태와 더불어 다시 떠오르는 '흉기차' 오명에서 벗어나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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