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결함 '리콜 판정'에도..국토부, 8건 '무상수리 권고'만
장경태 의원 "결함 시정 '리콜 명령' 내리게 자동차관리법 강화를"
[경향신문]
국토교통부가 2015년부터 5년 동안 자동차 결함조사 결과에서 리콜 판정을 받은 사례 8건에 대해 무상수리 권고를 내리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에어컨을 켜면 흰 가루인 ‘에바가루’가 나와 논란이 된 기아자동차 쏘렌토 등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무상수리 권고를 내린 후 위해성이 의심되는 연구 결과가 있었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자동차 리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동차 관련 공개 무상수리 권고 현황’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20년 9월까지 국토부는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를 거쳐 총 18회 ‘공개 무상수리 권고’를 내렸다. 이 중 8건은 조사 결과 상품을 회수해야 할 ‘리콜 판정’을 받았음에도 무상수리 권고에 그쳤다. 이때 기아차의 에바가루 분출 현상을 포함한 3건은 결함조사 결과에 앞서 국토부가 자체적으로 무상수리를 권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상수리 권고의 경우 리콜 명령과 달리 제조사에서 국토부에 계획서를 제출하거나, 차량 소유주에게 무상수리 계획을 통지할 의무가 없다. 무상수리를 진행한 후 시정현황에 대한 제조사의 보고 의무도 없다.
에바가루 분출 현상은 2018년 쏘렌토, 스포티지 등 현대기아자동차의 에어컨 송풍구에서 백색가루가 나와 소비자들 사이 논란이 되며 알려졌다. 백색가루는 에어컨 증발기인 에바포레이터 표면처리 불량으로 증발기 표면 소재인 알루미늄이 부식돼 발생한 것으로, 주성분인 수산화알루미늄은 장기간 흡입할 경우 인체에 유해하다. 2018년 6월 당시 공개 무상수리를 권고한 국토부는 호흡기 질환 등 건강 문제는 안전운행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없어 리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국토부가 소비자 안전이 아닌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리콜 대신 법적 근거가 없는 ‘무상수리 권고’를 내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입수한 국토부 보고서에 따르면, 무상수리 권고 이후 국토부는 그해 12월 비공개로 민간연구원에 에바가루 분출 현상에 대한 ‘위해성 평가 용역’ 등을 발주한 후 최종 문제가 없다고 자체 결론 내렸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에는 “0~2세 아동에 대한 위해성이 밝혀졌다”는 등 위해성이 의심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해당 보고서 내용 검토에 참여한 박동욱 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환경보건시민센터 운영위원)는 “차량의 공정결함으로 인체에 해로운 금속 먼지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특정 시간, 특정 차량 측정치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최종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국토부의 결론에 의문을 제기했다.
장 의원은 “국토부는 에바가루 분출 현상 등에 대해 결함 여부를 확인하고 시정명령을 내리는 책임을 이행하는 대신 무상수리를 권고해 제조사에 발생할 부담을 최소화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상품성이 떨어져 하자를 고치는 차원의 무상수리가 아니라 안정성 결함을 시정하는 리콜 명령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에바가루 분출 현상과 조치 과정의 재조사와 더불어 소비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자동차 결함을 협소하게 규정하는 현행 자동차관리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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