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전기차도 개성있게, 푸조 e-208

입력 2020. 9. 29. 10:18 수정 2020. 10. 2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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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 강조한 디자인 및 높은 상품성
 -자극 줄이고 부드러움 택한 주행 성능
 -주행가능거리 환경부(244㎞) 기준 넘어

 오랜 시간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제조사들이 최근 전동화 파워트레인에 집중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변하는 흐름을 따르고 틀에 박힌 브랜드 이미지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서다. 푸조도 마찬가지다. 디젤 장인 이미지를 내려놓고 새 길을 찾아 나선 모습이다. 구체적으로는 208과 2008시리즈를 시작으로 향후 전 라인업에 걸쳐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시승한 e-208은 소형 해치백 208의 순수 전기차버전이다.


 208은 국내에서도 제법 뿌리가 깊다. 지난 2015년 수입 해치백 열풍에 따라 등장한 이후 푸조의 엔트리카 역할을 도맡았다. 이후 SUV 인기에 밀려 잠시 주춤했으나 재정비를 거치고 올해 완전변경 신형으로 출시했다.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탑재해 순수 전기차로 돌아온 e-208이 성공할 수 있을 지 확인했다.

 ▲디자인
 새 차는 구형에 비해 더욱 날렵하고 다이내믹한 차체 비율을 가졌다. 차체 길이는 구형보다 90㎜ 길어진 4,055㎜이며 너비도 5㎜ 늘어난 1,745㎜다. 높이는 1,435㎜로 25㎜ 낮아졌다. 낮아지고 넓어진 차체 덕분에 차가 한층 안정적인 자세를 가졌다. 또 날카로운 디자인의 세부 요소가 맞물려 역동적인 인상을 풍긴다. 

 전면은 푸조의 새로운 디자인 컨셉트를 적용했다. 플래그십 세단에서부터 이어온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LED 주간주행등은 헤드 램프에서 범퍼 아래까지 수직으로 자리잡았다. 그릴을 키워 차가 더욱 커보이는 효과를 준다. 또 보닛 위에는 508에 적용한 것과 동일한 폰트의 '208' 엠블럼을 붙였다.


 측면은 해치백이 표현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자세를 보인다. 특히, A필러부터 C필러까지 이어지는 선은 볼륨감을 극대화해 듬직한 인상을 자아낸다. 감각적인 디자인의 17인치 휠과 주변을 감싼 유광 블랙 소재도 매력적이다. 후면은 최신 푸조 패밀리룩을 적용했다. 좌우로 길게 뻗은 검정 패널에 '사자 발톱'을 형상화한 LED 3D 램프를 넣었다. 트렁크는 안쪽으로 오목하게 포인트를 줬고 투톤으로 단정하게 마무리한 범퍼와 일체형 스포일러도 인상적이다.
 전기차 성격을 나타내는 부분도 쉽게 볼 수 있다. 먼저 차체와 동일한 색상을 반영한 전기차 전용 그릴이 눈에 띈다. 각도에 따라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보이는 전기차 전용 푸조 라이언 엠블럼도 특징이다. C필러와 트렁크에는 전기차 전용 'e' 모노그램을 추가했다
 

 실내는 인체 공학적 구조의 최신 아이-콕핏을 적용했다. 계기판이 대시보드 위에 있고 스티어링 휠 크기를 극단적으로 줄인 게 핵심이다.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강조하면서 기능적으로도 우수하다. 3D 계기판은 보는 내내 만족도를 높인다. 상단 디지털 패드에서 다양한 주행정보를 각각의 레이어에 보여주며 중요도나 긴급 여부에 따라 입체적으로 표현, 운전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위아래를 자른 'Z’컷' 형태의 스티어링 휠은 마감이 훌륭하고 손에 쥐는 맛이 좋다. 푸조 고유의 코너링을 만끽하는 데에도 부족하지 않다.
 
 센터페시아는 여러 단락으로 나눴다. 와이드 모니터는 간결한 인포테인먼트 구성으로 직관성이 우수하다. 반응속도는 살짝 느려 적응이 필요하다. 순정 내비게이션이 없어 다소 어색한 연동성도 흠이다. 아래에는 작은 송풍구와 토글스위치 버튼이 있고, 스마트폰 무선충전장치와 깊은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구형의 단점을 말끔히 지웠으며 최신 흐름에 맞춰 USB포트도 두 가지 타입으로 준비했다. 변속레버는 다른 PSA그룹 차들에서 본 익숙한 모양이다. 밑에는 전자식 주차 및 운전모드 버튼, 작은 크기의 컵홀더가 알차게 들어있다.
 

 시승차인 GT 라인에는 고급 감성을 높이는 장치가 가득하다. 녹색, 파란색, 빨간색, 흰색 등 여덟 가지 색상의 엠비언트 라이트와 실내 LED 조명은 보는 맛을 더한다. 형광 초록색과 파란색 스티치를 적절히 섞어 패널을 꾸민 점도 특징이다. 여기에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완성한 반가죽 시트는 라이벌은 물론 체급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2열 좌석은 구형과 비교하면 일취월장했지만 세그먼트 성격 상 여유롭거나 편하지는 않다. 초등학생 이하의 자녀를 태우기에는 문제없지만 성인은 다소 좁다고 느낄 수 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거나 짐을 싣는 목적이 더 나을 듯하다. 네모반듯한 트렁크는 무난하다. 2열 폴딩은 지원하지만 풀플랫까지는 어렵다. 

 ▲성능
 e-208은 50㎾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최고 136마력, 최대 26.5㎏·m의 성능을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150㎞/h이며 1회 완전충전 시 환경부 기준 상온에서 최장 244㎞(저온 215㎞)를 갈 수 있다. 이와 함께 100㎾ 출력의 급속충전기 기준으로 30분에 약 80%의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주행 모드는 일반, 절전, 스포츠로 나뉘며 회생제동 시스템을 더 활성화하는 제동모드도 갖췄다.


 시동을 걸면 계기판에 '레디'라는 표시가 뜨면서 출발을 알린다. 페달 반응은 예민하지 않다. 차분하게 속도를 올리고 담백하게 치고 나간다. 처음부터 강한 힘으로 밀어붙이는 테슬라와 사뭇 다르다. 내연기관에서 순수 전기로 넘어오는 소비자들의 이질감을 줄일 수 있고 운전에도 부담이 덜하다. 

 운전모드별 차이는 상당하다. 절전에서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쉽게 드러난다. 차의 반응이 묵직해지고 공조장치 간섭을 최소화해 소비전력을 막는다. 일반에서는 한결 경쾌한 감각으로 스트레스없는 주행을 할 수 있다. 스포츠는 힘을 순간적으로 끌어올려 전기차가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한다. 각 모드별 개성이 명확해 도로 주행조건에 맞춰 적절히 활용하면 재미있는 운전이 가능하다.  

 서스펜션은 경쟁차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소형차가 가진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세팅이 우수해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구현한다. 가볍거나 통통 튀지 않고 차를 탄탄하게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또 무거운 배터리가 바닥에 깔려 있어 무게중심을 낮추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푸조의 장점으로 꼽히는 핸들링 실력까지 더해 유쾌한 주행을 할 수 있다. 크기가 작은 전기 해치백이 주는 색다른 재미를 누릴 수 있다.
 

 실내로 들어오는 소리는 다소 아쉽다. 전기차답게 진동과 떨림은 없다. 다만 가속페달을 깊숙히 밟거나 급히 속도를 올릴 때는 특유의 전기 소리가 들린다. 지하철이 처음 출발할 때 내는 소리와 비슷한데 차가 워낙 조용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제동도 단점이 나타난다. 회생제동이 걸리는 시점과 양은 흠잡을 게 없다. 그러나 기본적인 브레이크 감각이 어설프다. 제동 초기에는 느슨하게 풀어져 있다가 뒤로 갈수록 강하고 급하게 차를 잡아세운다. 일정한 감각이 아니어서 처음 차를 몰 때는 적잖이 당황할 수 있다. 제동은 추후 소프트웨어 조정을 통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운전자보조 시스템은 유용했다. 먼저 앞유리 안쪽의 카메라를 통해 속도제한 표지판이나 다양한 도로 표지판을 계기판에 표시한다. 제한속도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크루즈컨트롤 시스템을 통해 설정한 속도에 맞게 운전할 수 있다. 이후 정차 및 출발 기능을 포함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이탈방지 어시스트, 차선중앙유지 기능은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안전운전을 돕는다. 사각지대경고 및 오토 하이빔 어시스트, 운전자주의경고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환경부가 인증한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244㎞다. WLTP 기준으로는 340㎞ 수준. 실제 100% 충전 후 달린 거리는 270㎞이며, 계기판에는 약 40㎞를 더 갈 수 있다고 나왔다. WLTP 수치까지 움직이는 건 모험이어서 재빨리 충전소로 향했다. 국내 기준보다 한참을 더 달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했다. 도심에서 일정 패턴으로 움직인다면 이 정도 숫자로도 충분할 것으로 생각한다. 

 ▲총평
 e-208은 요즘 전기차가 원하는 요구를 알차게 담아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친다. 기능이 부족하고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상품성이 떨어질 것이란 편견을 없애기에 충분하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구성이며, 3D계기판이나 화려한 소재로 꾸민 실내를 보고 있으면 오히려 한 수 위라는 느낌도 받는다.

 편의 및 안전기능을 챙기면서 주행감각은 내연기관차 성격에 맞춰 여유롭고 편하다. 일상생활 속 시티카 역할로 더없이 이상적인 세팅이다. 여기에 푸조만의 핸들링 실력을 변함없이 보여주므로 '펀 드라이빙'도 가능하다. 다재다능을 무기로 부담없는 전기차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사라진 닛산 리프의 자리를 메우는 건 물론 판이 커진 수입 전기차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만한 요소가 가득하다.


 새 차의 판매가격은 알뤼르 4,100만 원, GT 라인 4,590만 원이다. 여기에 환경부 국고 보조금 653만 원과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을 적용할 경우 서울시 기준(450만 원)으로 2,997만 원, 3,487만 원에 각각 구매할 수 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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