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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랜드로버 디펜더, 오프로드에서 빛나고 패밀리카로도 딱이네

조귀동 기자 입력 2020.09.2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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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랜드로버가 최근 출시한 준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올 뉴 디펜더’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차량이다. 먼저 SUV 차량 중에서 상징적인 존재인 1세대 디펜더의 후계 차량(2세대)이다. 두 번째는 디펜더가 고성능 오프로드용 차량이라는 SUV의 본질에 충실한 모델이라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고가 오프로더 수요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 방증한다. 세 번째는 랜드로버 차량의 발전을 보여주는 모델이라는 점이다.

랜드로버 디펜더는 군대에서도 사용하는 험지용 차량이었다. 1948년 영국 로버사는 군용 차량을 기반으로 랜드로버를 처음 출시했는데, 이 모델은 ‘시리즈1’부터 ‘시리즈3’까지 명칭이 붙으면서 1985년까지 생산됐다. 1983년에는 랜드로버90, 1984년에는 랜드로버110이 추가됐다.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 디스커버리 등 다른 SUV를 내놓으면서 1990년 ‘디펜더’라는 이름으로 개명한다. 각진 외양이나 오프로드 주행에 맞춰진 성능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다 2015년 단종됐다. 그리고 올해 2세대 모델이 새로 출시됐다. 디펜더가 국내에 판매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세대 디펜더를 시승했다. 시승 구간은 경기도 양평의 한 리조트에서 인근 유명산 패러글리이딩 활공장에 올라갔다가 돌아오는 경로였다. 또 농다치라고 불리우는 근처 고갯길을 따로 지나갔다. 총 24km 정도 되는 경로였는데, 그 중 10.8km가 오프로드 구간이었다. 큰 바위나 하천은 없었지만 굵은 자갈과 흙으로 이루어졌고, 몇 주 전 폭우로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신형 디펜더의 외양은 1세대 모델의 특징을 영리하게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주도록 했다. 전반적으로 직사각형을 쌓아올린 느낌이 들도록 하면서, 모서리 부분에는 적당히 구부러진 곡선 형태가 되도록 했다. 특히 정면의 경우 U자 형태로 둥그스름하게 앞으로 튀어나온 형태를 기조로 직선을 여러 개 써 각진 상자 형태였던 1세대 모델의 분위기를 살렸다. 보닛 부분이 위로 솟아있는 형태나, 둥그런 헤드램프 등 1세대 디펜더의 특징을 계승한 것이다.

측면도 직선을 위주로 한 디자인이다. 유리창 바로 아래쪽에 직선이 하나 있고, 그 위에 폭이 좁아지는 형태로 양감을 살렸다. 운전석 부분의 A필러는 경사진 직선인데, 1세대 디펜더보다 당시 출시된 디스커버리나 레인지로버와 유사하다. 2015~2016년형 디스커버리의 직선 형태 디자인 느낌도 꽤 난다. 하지만 모서리 부분이 넓은 호를 그린 곡선이고, 측면 중간이 아주 살짝 부풀어진 형태를 취하는 등의 요소가 모던한 인상을 준다. 정사각형 형태의 리어램프와 두툼한 직사각형 범퍼 등이 쓰인 뒷면은 클래식한 분위기를 냈다.

내장에서는 먼저 구조재(構造材)를 군데군데 노출시킨 게 눈에 띈다. 운전석 옆면의 경우 금속판에 플라스틱 패널을 붙인 뒤 볼트로 고정을 시킨 것까지 노출이 되어있다. 건축으로 치면 콘크리트를 부분부분 노출시킨 것인데, 오프로드 차량의 거친 느낌을 주면서도 금속 소재 특유의 날카로운 느낌을 더하는 기법으로 보였다. 앞좌석의 경우 센터페시아를 가로지르는 구조재인 ‘크로스카 빔’을 노출시키고 그 곳에 물건을 수납할 수 있도록 했다. 가령 조수석 쪽에 만들어진 공간에는 USB포트가 있어 스마트폰 충전 등에 쓸 수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손잡이를 설치해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오프로드 주행을 할 때 사용할 수 있게했다. 대신 글로브박스는 작은 편이다.

기존 랜드로버 SUV와 내장에서 차이를 주는 부분 중 하나는 10인치 터치스크린 아래에 기어 노브와 주행 모드 조절·공조 시스템 작동을 위한 물리버튼이 배치되어있다는 것이다. 현재 랜드로버 차량들은 검정색 플라스틱 패널 아래에 이런 버튼들이 숨어져있고, 두 개의 다이얼만 표면에 드러난다. 차량 내 기능을 쓰는 데 디펜더 쪽이 훨씬 더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편리했다. 디자인 면에서도 다소 휑한 느낌의 기존 방식보다 SUV의 정체성에 어울렸다. 기어 박스가 있던 공간에는 수납 공간이 설치되어 있는 데, 500ml 크기 물병 세 개 반 정도를 놓을 수 있는 정도다. 10인치 디스플레이의 반응 속도는 빨랐고, SK텔레콤 티맵 기반의 내비게이션 인터페이스도 직관적이었다.

뒷좌석은 아주 넉넉하다. 레그룸은 992mm로 앞 좌석을 뒤로 많이 빼도 여유가 남는다. 신형 디펜더의 휠베이스(축거)는 3022mm로 랜드로버 최고급 모델인 레인지로버보다 더 길다. 적재 공간도 1075L으로 여유가 있다. 가죽과 천이 섞인 좌석도 착좌감이 나쁘지 않다. 높이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형태의 짐을 싣기 유리하다.

뒷좌석을 앞으로 젖히면 평평한 공간이 만들어지는 데 신장 180cm인 성인 남성이 눕거나 앉아있기에도 편리했다. 적재함에는 고무 소재 패드가 깔려 있어 관리가 쉽다. 또 일반 가전기기에서 쓰는 220V 콘센트와 물건을 청소할 수 있는 물 세척 시스템(옵션)이 설치되어 있어 아웃도어 활동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뒷 좌석에 총 6개가 설치된 설치된 USB 포트와 전원 연결용 포트도 유용해 보였다.

오프로드 차량의 대명사답게 수월하게 산길을 타고 유명산에 오를 수 있었다. 엔진은 배기량 1999cc 디젤엔진이다. 최대 출력 240마력(hp), 최대 토크430 N⋅m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인 제로백은 9.1초다. 오프로드 주행을 높기 위해 차체 높이를 75mm 높일 수 있는데, 산악 지형 대응 모드를 구동하면 70mm가 추가로 높아진다. 자갈, 진흙, 모래, 바위 등 여러 지형에 대응할 수 있는 전용모드가 따로 있다. 최대 도강 깊이는 900mm이다.

산길을 오르내리는 동안 다이얼을 이용해 지형 대응 모드를 조절해가면서 주행을 했다. 주행 전 별도로 있는 버튼을 조작해 차체 높이를 높였다. 그리고 저단에서 구동하도록 조종했다. 돌과 굵은 자갈이 굴러다니고, 중간중간 깊게 페인 길이 있는 산길이었지만 큰 불편함 없이 주행을 할 수 있었다. 경사가 가파른 길에 전용 모드를 켜고 내려갔는 데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도 천천히 내려올 수 있었다. 서스펜션의 충격 흡수 능력이 우수해서 충격이 적절하게 흡수됐다. 중간중간 장애물이 있는 구간의 경우 차량에 앞뒤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서 살필 수 있었다. 또 센서가 주변 장애물 여부를 알렸다.

오프로드 주행 중간에 아스팔트 포장이 된 지방도를 달렸다.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내리막이었는 데, 차체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 없이 부드럽게 주행을 할 수 있었다. 중간에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현가장치에서 충격이 잘 흡수됐다. 랜드로버는 신형 디펜더의 현가 장치에 쓰인 연속 가변 댐퍼가 차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롤링 현상을 최소화하고 초당 최대 500회까지 차체 움직임을 측정에 미세 조정을 한다고 설명한다. 디젤엔진의 소음도 크지 않았다.

단점도 없지는 않다. 먼저 열선시트는 있지만 통풍시트가 없다는 점이다. 아웃도어 활동을 마친 뒤 체온을 식히는 데 통풍시트가 유용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스피커가 가장 싼 모델이 8500만원이 넘어가는 차급에 걸맞는 수준은 아니다. 랜드로버에서 제공한 음원으로 오스트레일리아 가수 트로이 시반 등의 노래를 들었을 때는 그루브한 멜로디를 잘 느낄 수 있었지만, 클래식 관현악 협주곡을 재생하니 음이 또렷하게 재생되는 감이 약했다.

랜드로버 차량에 따라다니는 내구성과 조립 품질에 대한 불만도 지켜봐야할 이슈다. 시승 전 차량 핸들 위치를 조정하는 레버를 작동시키다가 잘못했는지, 해당 부품을 빼버리게 됐다. 바로 끼워넣긴 했지만 다른 부품들의 조립 품질에 대한 약간의 미심쩍음이 들었다. 랜드로버는 각종 주행 시험 뿐만 아니라 염료를 혼합한 물 8만5000L(리터)를 붓는 등 내구성 시험을 했다고 설명한다. 가격은 D240S 8590만원, D240SE 9560만원, D240런치에디션 918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