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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실물도 안보고..' 사전계약 늘어난 이유

입력 2020.09.24. 13:21 수정 2020.09.2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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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차 출시 이전 관련 정보 쏟아져, 선택에 도움
 -사전계약 시 고급트림 선택 비중 높아, 제조사 수익성↑

 신차 출시 이전에 실물을 확인하지 않고 사전계약을 진행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가장 최근 현대자동차 투싼의 경우 사전계약 하루만에 1만2,000대 이상의 계약을 달성해 자사 SUV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앞서 기아자동차 카니발은 2만3,000대라는 사상 최대 사전계약을 기록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현대차 신차의 사전계약 대수는 일주일에 1만대 가량이었다.

 사전계약은 제조사들이 선호도가 높은 트림과 옵션을 미리 파악해 생산 물량을 확보하고자 도입한 전략적 활동이다. 판매 지역 등에 미리 재고를 배분해 물류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새 차를 빨리 인도받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인기 차종의 경우 적체현상이 심각해 계약에서 인도까지 수개월씩 걸리다보니 앞다퉈 사전계약에 서명을 한다.

 물론 이런 일이 가능해진 이유는 신차 출시 이전 관련 정보가 상당수 공개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문지와 전문 블로거, 유튜브와 인터넷 카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충분한 신차 정보가 쏟아진다. 자동차 내외관 디자인의 유출 사진은 물론이고 적용되는 엔진의 성능, 심지어는 새로 추가되는 편의·안전 품목에 대한 정보까지 제공된다. 소비자는 실제로 차를 타보지만 않았을 뿐 거의 대부분의 정보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극도로 꺼려했던 신차 정보 노출을 사전계약 유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제조사들은 신차 출시를 앞두고 티저와 외관, 실내, 가격 등으로 공개 범위를 넓혀가며 소비자 관심이 끊기지 않도록 조절한다. 그래야 신차 공개 이후부터 실제 출시 전까지의 공백 기간에 사전계약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조사가 발벗고 사전계약 강화에 나선 목적은 생산 및 분배 효율화 이외에도 수익성 향상을 위해서다. 통상적으로 사전계약을 하는 소비자는 상위트림의 선택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마케팅학회의 '사전예약판매 전략이 소비자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2013)' 보고서에 따르면 계약 시점과 실제 제품이 출시된 후 구매하는 시점 사이의 시간적 거리가 먼 상황에서 소비자는 상위수준의 해석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가격이 높고 품질이 좋은 고품질 대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제품 출시 후 즉시 구매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고품질 선택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가격 대안을 더 많이 선택하는 것이 입증됐다. 실제 기아차에 따르면 신형 쏘렌토는 총 사전계약 대수 중 47%가 가장 상위 트림인 시그니처를 선택했고, 신형 카니발은 48% 이상이 가장 고급 트림을 선택했다.
 
 결국 최근 사전계약 대수가 폭증한 상황은 제조사의 전략적 의도가 적중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다만 사전계약 비중이 높아질 수록 소비자에 대한 혜택 증진에도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차 검증 과정없이 신뢰를 바탕으로 계약을 진행하는 만큼 위험 감수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봐서다. 물론 사전계약에 대한 제조사의 최고 보답은 완성도 높은 제품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