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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진짜 멀티 플레이어, 랜드로버 디펜더

입력 2020.09.23. 10:21 수정 2020.09.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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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험로 주행 및 레저활동에 특화된 정통 SUV
 -차분하고 부드러운 온로드 실력 인상적

 수입 SUV 중에서도 차가 가진 본질에 집중하는 정통 SUV 시장이 커지고 있다. 캠핑을 비롯해 레저활동 인구가 늘어나고 있고 큰 차를 선호하는 추세에 맞춰서 공격적으로 신차를 선보인 결과다. 이 분야에서 자랑할 게 많은 랜드로버 역시 화끈한 정통 SUV를 부활시켰다. 바로 72년 역사를 지닌 디펜더다.

 디펜더는 랜드로버 역사 속에서 늘 함께하던 대표 차종이다.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능력을 갖춰 수십 년 동안 험로에서 활약을 펼쳤다. 물론 최근 선호도가 높은 도심형 SUV가 인기를 끌면서 잠시 자리를 내준 적도 있다. 하지만 랜드로버는 포기하지 않고 디펜더의 가치를 지키려 노력했고 2019년 신형을 선보여 다시 한번 옛 명성을 되찾으려 한다. 국내에는 이달 공식 출시했다. 옛 정신을 계승하면서 최신 트렌드를 어떻게 버무렸을지 반나절에 걸친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통해 디펜더의 상품성을 확인했다.
 ▲디자인&스타일
 겉모습은 디펜더만의 고유한 디자인을 유지시키는 동시에 재창조하여 새롭게 적용시켰다. 각진 차체와 껑충한 높이, 전후방의 짧은 오버행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에 옆으로 열리는 트렁크와 이탈각을 고려한 노출형 외부 타이어는 독보적인 감각을 키운다. 사각형의 휠 아치와 함께 보닛 및 범퍼 양 끝, 펜더에 내구성을 높인 돌기형 패드를 장착한 점도 차의 강인함을 상징하는 요소다. 

 앞은 크기가 작은 헤드램프와 둥근 범퍼 때문에 귀여운 맛도 난다. 반면 옆은 5m가 넘는 긴 차체와 큼직한 사각 유리창으로 존재감을 한층 키운다. 뒤쪽 필러 사이에는 차체와 색을 맞춘 두툼한 패널을 추가해 독특한 인상을 보여준다. 뒤는 반듯하게 철판을 자른 것처럼 평면 형태의 테일램프가 시선을 자극한다. 디펜더와 랜드로버 배지, 두꺼운 은색 범퍼도 만족스러운 구성이다. 
 입맛에 맞게 꾸밀 수 있는 액세서리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차의 오프로드 역량을 더욱 강화시키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루프렉과 사다리, 별도의 수납함 등 나만의 디펜더는 꾸미기 나름이다. 구체적으로는 익스플로러(Explorer), 어드벤처(Adventure), 컨트리(Country) 및 어반(Urban) 팩 등의 네 가지 패키지로 나뉘며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맞춤형 디펜더를 완성할 수 있다.

 견고한 인상은 실내에서 두드러진다. 단순하면서도 내구성을 강조한 형태 덕분이다. 특히 센터페시아를 가로지르는 '마그네슘 합금 크로스카 빔'은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온다. 자동차 브랜드 처음으로 차의 바디구조인 크로스카 빔의 표면을 인테리어 디자인 일부로 구성했다. 매끄럽게 처리해 촉감이 좋고 차를 탈 때 손잡이로도 활용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건축물에서나 볼 법한 노출 구조형 디자인을 차에서 접한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디펜더의 성격과 방향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풀 디지털 계기판은 시원스러운 크기로 신인성이 좋지만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다소 위치가 아래에 있고 크기가 크지 않아 살짝 아쉽다. UI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존 랜드로버 차들에서 볼 없던 새로운 방식이 사용된다. 처리 속도와 연동성을 높인 '피비 프로'와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 시스템인 SOTA 기술을 지원해 새로운 수준의 편의성을 제공한다.

 센터페시아에는 최소한의 공조장치 다이얼과 오프로드 주행 시 필요한 조작 버튼이 있다. 또 왼쪽에는 작은 변속레버가 달려있다. 센터터널은 온통 수납으로 꾸몄다. 크고 작은 짐을 다양하게 수납할 수 있겠다. 냉장 보관이 가능한 콘솔박스와 휴대폰 무선 충전 패드, 곳곳에 마련한 충전 포트도 인상적이다. 도어 패널은 차체 페인트와 나사가 그대로 노출된 형태를 띠고 있어 전체적인 실내와 맥을 같이한다.
 2열은 넉넉하다. 실제로 신형 디펜더는 3,022㎜에 달하는 긴 휠베이스를 통해 모든 탑승자에게 넓고 편안한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2열의 레그룸은 1m에 가까운 992㎜의 길이를 자랑하며 동시에 40:20:40 분할 폴딩 시트로 더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가운데 턱이 낮고 시트포지션이 높아 개방감도 훌륭하다. B필러에 위치한 손잡이와 각종 소켓도 좋은 구성이다. 천장에는 파노라마 선루프와 함께 2열 뒤쪽에 별도 유리창을 뚫었다. '알파인 라이트'로 불리는 가로 형태의 유리는 산 정상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던 예전 디펜더의 유산이다.

 트렁크는 오염이 적은 바닥판을 사용해 물기가 묻은 장비도 부담 없이 넣을 수 있다. 기본 1,075ℓ의 적재 공간을 제공하며 2열 폴딩 시 최대 2,380ℓ까지 늘어난다. 적재량은 최대 900㎏이며 루프 하중은 300㎏(정차 시)에 달해 웬만한 캠핑 장비도 부담 없이 설치 가능하다.

 ▲성능
 신형 디펜더는 4기통 2.0ℓ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장착해 최고 240마력, 최대 43.9㎏·m의 힘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 9.1초이며, 안전제한을 건 최고시속은 188㎞다. 8단 자동변속기와 사륜구동 시스템이 기본이며 효율은 ℓ당 복합 9.6㎞를 실현했다.

 시승은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농마치 고개다. 임도이지만 10년 동안 개방되지 않아서 제법 험준한 코스가 예상됐다. 출발에 앞서 오프로드 주행 모드로 차의 성격을 바꿨다. 서스펜션을 극단적으로 높이고 로우 기어로 바꿔 낮은 속도에서 토크 분배에 집중했다.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도 컴포트에서 자갈/머드/샌드/암석 등 상황에 맞게 돌렸다. 

 거친 바위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넘어간다. 높은 지상고를 바탕으로 타이어를 묵직하게 누르며 길을 정복해 나갔다. 무작정 힘으로 밀어붙이는 일반 SUV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다. 각 바퀴에 걸린 강력한 접지력으로 차분하게 구덩이를 통과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진흙길을 내달린다. 덩치만 부풀린 도심형 SUV라면 엄두도 못 냈을 구간을 디펜더는 놀이터에 온 아이마냥 신나게 다녔다.
 끝없이 몸이 뒤틀리는 바위길을 달려도 차는 불안한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는 믿음직한 섀시 강성이 한몫했다. 랜드로버는 디펜더만을 위한 새로운 알루미늄 D7x 플랫폼을 개발했다. 경량 알루미늄 모노코크 구조로 높은 비틀림 강성을 확보했다. 회사는 기존 프레임 방식의 차체 설계보다 3배 더 견고하게 제작됐다고 밝혔다. 평소 모노코크 구조는 크기와 공간에 집중한 나머지 강성이 떨어질 것 같다는 편견을 지우기 충분했다. 오히려 프레임바디 구조보다 충격 흡수가 뛰어나기 때문에 험로 주파 시 실내로 들어오는 충격이 덜하고 한결 쾌적하게 주행할 수 있었다.  

 2단 트랜스퍼 박스 및 완전 독립형 서스펜션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4코너 에어 서스펜션은 오프로드 상황에서 218㎜의 지상고를 75㎜까지 높여주고, 더 극단적인 오프로드 조건에서는 추가로 70㎜를 연장할 수 있다. 최대 도강 높이도 900㎜에 달한다. 뼈대와 서스펜션의 찰떡 호흡이 상당하다. 마치 잘 만든 스포츠카의 파워트레인 구성을 보는 것처럼 완성도가 높다. 덕분에 디펜더와 함께라면 못 갈 길이 없을 것처럼 험로 주행에 자신감이 붙는다.

 올라갈 수록 길이 험해지고 바위 크기가 커졌다. 주행 모드를 암석으로 바꿔 강한 힘을 유도했다. 차는 낮은 단수에서 높은 rpm을 뿜어내 능력치를 극대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상을 향해 나아갔다. 산꼭대기를 향해 마지막 경사로를 통과하니 넓은 평지가 나타났다. 높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디펜더와 풍경을 보고 있으니 미소가 절로 난다. 

 하산할 때는 내리막길 주행 제어 장치(HDC)를 적극 활용했다. 각 휠에 개별적으로 제동력을 가하고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여 까다로운 내리막길 주행을 보조하는 기능이다. 암석 모드에서는 시속 3㎞~30㎞, 이 외에 모드에서는 6㎞~60㎞ 범위 내에서 조절 가능하다. 

 짜릿하게 험로를 탈출하고 본격적인 온로드 주행이 이어졌다. 일상 영역은 물론 정차 시에도 디젤차 특유의 소음이나 진동은 발견하기 힘들다. 속도를 올리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주행감에 힘을 보탠다. 회사는 에어 서스펜션과 함께 적용되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를 통해 온로드에서도 개선된 핸들링과 승차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어댑티브 다이내믹스는 초당 최대 500회까지 노면 설정이 가능한 연속 가변 댐핑을 사용해 차체 제어 및 롤링을 최소화한다. 정확히 어느 시점에 작용하고 도움을 주는지 운전 중에는 알기 힘들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무겁거나 굼뜨지 않고 도심형 SUV로 활용해도 충분한 감각을 지녔다는 것이다.

 rpm을 높이면 제법 묵직한 소리를 들려주며 강하게 치고 나간다. 다른 랜드로버 제품에서도 사용하는 범용 엔진이지만 전혀 듣지 못했던 사운드다. 마치 미국산 대배기량 SUV를 몰았을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하다. 다운사이징 터보에서 어떻게 이런 소리를 구현했는지 신기할 정도다. 감성을 충족시키고 온로드의 매력을 더하는 요소다.

 ▲총평
 랜드로버 디펜더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정통 SUV 기준을 새롭게 정의한다. 헤리티지와 차가 주는 믿음으로 달리는 오프로드, 여기에 최신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온로드 실력까지 두루 겸비했다. 먼저 강력한 험로 실력은 랜드로버의 최신 오프로드 주행 보조 기술의 결과물로 완성된다. 포르쉐가 어려운 약자를 가득 써가며 비현실적인 차의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랜드로버는 단지 서킷에서 험로로 장소만 바뀌었을 뿐이다. 정통 SUV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과 가치를 오프로드에서 느낄 수 있고 반대로 온로드에서는 요즘 트렌드에 맞춘 세련된 주행감을 제공한다. 안정적인 승차감과 장거리 크루징에 도움을 주는 주행보조기술도 알차게 탑재한 모습이다.

 디펜더와 함께 등산을 할 수도 있고 캠핑이나 서핑 등 폭넓은 레저 활동을 즐길 수도 있다. 반대로 도심에서는 존재감을 드러내며 여유로운 운전도 가능하다. 멀티 플레이어를 자처하며 부활을 꿈꾸는 디펜더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 가격은 D240 S 8,690만 원, D240 SE 9,670만 원, D240 런치 에디션 9,290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