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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페라리 너 있다", 마세라티 '르반떼 트로페오'의 고백

강희수 입력 2020.09.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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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내 안에 너 있다.“

손발이 오글거리는 대사지만, 내 마음을 온통 채우는 그 누군가가 있다면 이 보다 더 낭만적인 고백이 또 있을까? ‘너’를 품고 있는 속을 꺼내 보일 수도 없으니, 연애 도사들이 혹할 만한 최상급 작업멘트다.

그런데 자동차 업계에도 ‘파리의 연인’ 만큼 낭만적이지는 않지만, ‘내 안에 너 있다’를 외칠 수 있는 조합이 있다. 페라리의 심장을 품은 마세라티 ‘르반떼 트로페오’다.

르반떼 트로페오가 사랑의 밀어 만큼 낭만적이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트로페오는 언제라도 가슴을 열어 시뻘건 심장을 드러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르반떼 트로페오의 후드를 열면, 두 줄의 검붉은 핏줄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페라리 기술진의 손길이 닿은, 펄떡펄떡 뛰는 590마력짜리 8기통 심장이다.

심장을 열어놓고 달릴 수는 없으니, 안 그런 척 액셀을 밟아 본다. 질주 근성이 잠시도 가만 있지를 못한다. 그렁그렁 하나 싶더니, 우르릉우르릉 천둥처럼 울어 댄다. 겉부터 페라리였으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텐데, 몸이 한번 휘청하더니 천상천하 유아독존격이다.

트로페오가 되기 전의 마세라티 ‘르반떼’. 그 자체로 이미 펄떡거리는 페라리 심장을 숨기기에 더 없이 좋은 뼈대다. ‘하이퍼포먼스 럭셔리’를 표방하는 마세라티는 굳이 ‘야생’을 억누르지 않는다.

2016년 마세라티 브랜드 최초의 SUV로 탄생한 르반떼는 기본 모델부터 V6 3.0리터 엔진으로 350마력을 소화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SUV 세그먼트 최고 수준의 낮은 무게 중심, 더블 위시본/5링크 서스펜션, 에어 스프링 서스펜션, 이상적인 50:50 전후 무게 배분 등으로 ‘하이 퍼포먼스’를 발휘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이런 르반떼에 3.8리터 V8 트윈터보 심장을 태운 모델이 ‘르반떼 트로페오’다. 말 그대로 르반떼 라인업의 최상급 슈퍼 SUV다. 6,250rpm에서 최고 590마력을 쏟아내는데, 국내 도로 여건에서 심장을 풀가동할 구간이 있기나 할까? 무게 중심을 최저로 낮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SUV인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뽑는데 걸리는 시간은 3.9초에 불과하다. 최고 속도는 304km/h까지 가능하다. 최대토크는 2,500rpm부터 74.85kg.m이 쏟아져 나온다.

더할 나위없는 기본기를 갖춘 르반떼이지만 ‘트로페오’를 위해 향상된 섀시를 깔았고, 뒤 차축에는 기계식 차동제한장치를 달았다. 속도광들이 열광하는 런치 컨트롤 기능도 있다. 런치 컨트롤은 ‘코르사(Corsa)’ 주행 모드에서 작동된다.

르반떼 트로페오의 개발 계획은 2016년 르반떼가 공식 출시되기 전부터 이미 서 있었다. 기본형 르반떼가 탄생할 즈음, 트로페오의 프로토타입이 제작됐고, 가혹한 기상조건과 험난한 도로환경에서의 주행테스트를 거쳐 2019년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페라리 심장’은 페라리 엔진 전문가들의 손길 아래 탄생했다. 이탈리아 피아트 그룹에 속해 있는 페라리와 마세라티는 기술 교류가 밀접하다. 르반떼 트로페오는 마세라티의 플래그십 세단 콰트로포르테 GTS의 530hp V8 엔진을 재설계해 마세라티 역사상 가장 강력한 V8 엔진으로 재탄생했다.

이 엔진은 페라리의 마라넬로 공장에서 제조되는데 페라리 파워트레인 개발팀과 마세라티 기술자들의 공동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실린더 뱅크에 신형 터보차저를 각각 하나씩 설치하는 트윈터보차저 디자인과 고압 직분사 방식을 채택해 반응이 빠르고 효율적이다.

‘코르사(Corsa)’ 모드는 르반떼를 트로페오로 변모시키는 마법과도 같은 장치다. 마법사 주위로 스르르 피어오르는 연기도 필요 없다. 단추 하나로 실용성 좋은 SUV가 공격을 위해 몸을 낮추는 맹수로 돌변한다. 숨겨 놨던 심장을 꺼내 들고, “나 사실은 스포츠카였어”를 외친다.

에어 서스펜션이 차체를 낮추고, 기어는 변속이 빨라지며 스포티 스카이훅(Sport Skyhook) 전자댐퍼와 Q4 사륜구동 시스템이 즉시 출격 상태로 들어간다. 사륜구동은 지능형으로 진화했다. 평소에는 전후륜의 토크 배분이 0:100%이다. 주행 역동성과 연료 효율성을 위해 구동 토크가 모두 후륜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급코너링, 급가속, 비정상 도로 같은 특이 상황이 감지되면 즉각 전후륜을 50:50으로 조정한다. 이 때 걸리는 시간은 15분의 1초라고 한다. 사람이 느낄 수 없는 시간이다.

‘에어 스프링(Air Spring)’ 공기압축 시스템은 차량 높이를 6단계로 조정할 수 있다. 센터 콘솔에서 주행 모드를 선택해 차량 높이를 변경할 수 있는데, 최저부터 최고 높이까지 차이는 75mm다. 코르사 모드를 선택하면 가장 낮은 높이인 ‘Aero 2’ 레벨이 설정된다.

르반떼 트로페오가 대단한 퍼포먼스를 지닌 차라는 건 더 이상 말하면 사족이다. 그런데 이런 의문도 든다. 마세라티는 휘발유 1리터로 겨우 5.7리터를 달리고 가격도 2억 3,710원이나 하는 차를 왜 만들었을까?

‘슈퍼 SUV’ 영역에서의 기술 경쟁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미 람보르기니가 ‘우르스’로 슈퍼 SUV에 뛰어들었고,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에도 슈퍼 SUV 출시에 대한 압력이 쏟아지고 있다. 르반떼 트로페오는 페라리 SUV가 벤치마킹할 기술적 경험 무대가 될 수 있다. 페라리의 심장과 마세라티 SUV의 실용성을 동시에 취하고 싶은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르반떼 트로페오의 스타일링도 슈퍼 SUV의 디자인 요소를 다수 포용하고 있다. 그랜드투어러의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을 갖추면서도 공기저항계수는 0.33으로 낮춰 놓았다. 레이싱 혈통임을 의식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수치다.

인테리어 곳곳에도 슈퍼 SUV의 자존심이 포진했다. 최상급 피에노 피오레 천연 가죽으로 마감된 스포츠 시트와 도어 패널은 더블 스티칭으로 박음질됐다.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한 노력이다. 피에노 피오레 가죽을 선택한 것부터가 그렇다. 천연 기법으로 가공한 피에노 피오레 가죽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끄러운 질감과 개성을 더한다. 스포츠 풋 페달과 카본 파이버 소재의 기어시프트 패들은 마세라티만의 레이싱 DNA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우아한 공간은 뛰어난 감성으로 채워질 때 더 빛난다. 17개의 스피커와 1280W(와트) 출력의 바워스앤윌킨스(Bowers & Wilkins) 하이엔드 사운드 시스템이 그 역을 한다. 중앙 콘솔에 8.4인치 마세라티 터치 컨트롤 플러스(MTC+) 디스플레이, 사용자 편의를 강조한 로터리 컨트롤, 전동식 리어 선블라인드, 카본 가죽 스포츠 스티어링 휠이 슈퍼 SUV 감성을 보조한다.

마세라티 브랜드, 나아가 같은 피아트 그룹의 페라리가 나아갈 슈퍼 SUV의 방향성은 르반떼 트로페오에서 일견 보여지고 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