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빠차'래"..'성공 신화' 그랜저·벤츠E, '엄마차' 된다

최기성 2020. 8. 1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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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바로미터' E세그먼트 대표 주자
경쟁차종들보다 여성 구매 비중 높아
40~60대 여성이 판매 흥행 '신스틸러'
[사진 출처=현대차, 벤츠]
[세상만車-149] 현대차 더뉴 그랜저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코로나19로 발생한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판매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성공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E세그먼트에서 각각 국산차와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두 차종의 인기 비결은 40~60대 남성 마음을 사로잡은 데 있다. 그러나 40~60대 여성의 조력이 없었으면 대박은 불가능했다. 엄마가 판매 흥행의 '신스틸러(명품 조연)'인 셈이다.

12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출시된 6세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뉴 그랜저는 올 1~7월 9만1985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54.4% 증가했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통틀어 판매 1위이자, 1위 자리를 9개월째 차지했다.

더뉴 그랜저에 힘입어 현대차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7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4% 증가한 46만1994대를 판매하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수입차로 한정한다면 벤츠 E클래스가 독보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에 따르면 E클래스는 같은 기간 1만7605대가 팔렸다.

수입차 판매 1위다. 벤츠 총 판매대수가 4만1583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대 중 4대는 벤츠 E클래스 몫이다.

현재 판매되는 10세대 E클래스는 지난해 7월 수입차 최초로 단일 모델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하는 성과도 거뒀다.

벤츠 E클래스의 대박 질주에 힘입어 벤츠는 2위 BMW(2만1721대)와 격차를 벌리며 수입차 브랜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자리도 벤츠 E클래스가 가져갔다. 벤츠 E300 4매틱은 6361대로 1위, 벤츠 E250은 4569대로 3위를 기록했다.

그랜저와 벤츠 E클래스가 SUV가 주도하던 자동차시장에서 세단의 부활을 이끌면서 자동차시장 '리더'로 자리 잡은 비결은 'E세그먼트' '성공' '여성'이다.

`성공`에 초점을 맞춘 더뉴 그랜저 CF [사진 출처=현대차]

◆성공하면 'E맛'이지

자동차 분류 기준에 따르면 두 차종은 E세그먼트에 해당한다. E세그먼트(Executive cars, 프리미엄 중형·준대형차급)는 자동차시장 중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다.

E세그먼트 세단은 더 럭셔리하지만 부유하지 않으면 구입하기 어려운 F세그먼트(럭셔리카급)의 대형 세단보다 많이 팔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추 역할을 담당한다.

A세그먼트(경차급), B세그먼트(소형차급), C세그먼트(준중형차급), D세그먼트(중형차급)를 끌어주고 F세그먼트를 밀어준다.

E세그먼트를 장악해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면서 시장을 '호령'할 수 있다. 당연히 자동차 브랜드들은 사활을 걸고 E세그먼트를 공략한다.

이그제큐티브(Executive)도 경영진, 중역, 고급이라는 뜻을 지녔다. E세그먼트는 성공한 직장인이 오너 드리븐카(차주가 직접 운전하는 차)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처럼 여겨진다. '성공의 아이콘'인 셈이다.

그랜저는 명실상부 '국가대표 준대형 세단'이다. '웅장, 위엄, 위대함'이라는 뜻을 지닌 차명에 어울리게 그랜저는 1986년 첫선을 보인 이후 30년이 넘는 기간 국산 준대형 세단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랜저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 아반떼와 쏘나타에 뒤이어 '국민차' 타이틀을 확보했다. 올해도 이변이 없는 한 1위 자리를 사실상 예약했다.

더뉴 그랜저 [사진 출처=현대차]
그랜저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젊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50대 이상 '사장차'로 인지도를 쌓다가 4·5세대에는 40~50대 '아빠차'로 거듭났다. 6세대 들어서는 젊어진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30~40대에게도 인기를 끌며 '젊은 아빠차' 또는 '오빠차'로도 여겨진다.

그러나 사장차부터 시작된 '성공의 아이콘'이라는 이미지는 유지하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독립된 뒤 출시된 더뉴 그랜저는 현대차를 새롭게 대표할 플래그십(기함) 세단 역할도 맡고 있다.

중고차 기업 케이카가 올 1월 발표한 '설 명절 고향갈 때 타고 싶은 금의환향 차' 설문에서도 더뉴 그랜저는 45.2%라는 압도적인 응답률로 1위를 차지했다.

벤츠 E클래스도 '성공'과 인연이 깊다. 1947년 전신(前身)에 해당하는 170 V 시리즈를 처음 선보인 뒤 지난 73년간 벤츠를 대표하는 핵심 모델이자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E세그먼트 세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했다. 현재까지 1430만대 이상 판매되며 프리미엄 세단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벤츠코리아가 벤츠 E클래스 인기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다음소프트에 의뢰한 '벤츠 E클래스 소셜 빅데이터 분석 리포트'에서도 벤츠 E클래스는 한국 사회에서 개인의 성취를 인증하고 나타내는 지표로 나타났다.

수입차 연관어 분석 결과, '성취' 연관 모델로 벤츠 E클래스가 가장 많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벤츠 E클래스는 국내에서 '성공을 상징하는 차'로 인식된다는 뜻이다.

벤츠 E클래스 [사진 출처=벤츠]

◆흥행 신스틸러는 '엄마'

두 차종을 대박으로 이끈 새로운 비결은 '엄마'다. 중년 여성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 데이터로 차종별 통계를 산정하는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가 성별·연령별 신차 등록대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동안 남성이 가장 많이 구입한 국산차는 더뉴 그랜저다. 남성 구매대수는 4만1276대다.

여성이 가장 많이 산 국산차는 아반떼(1만2616대)지만 2위인 더뉴 그랜저(1만2536대)가 80대 차이로 바짝 뒤쫓았다.

성별·연령별로 살펴보면 더뉴 그랜저는 남성·여성 40~60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남성 30대에선 2위, 여성 30대에선 5위를 기록했다.

형제차종이자 경쟁차종인 기아차 K7은 남성 구매 순위에서는 8위에 그쳤고 여성 구매 순위에서는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더뉴 그랜저 [사진 제공=현대차]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입차는 벤츠 E클래스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수입차(신차 기준) 등록대수 1위는 벤츠 E클래스(8220대)로 집계됐다.

그다음으로 BMW 5시리즈(3147대), 벤츠 C클래스(3030대), MINI 해치(2358대), 벤츠 GLC(1777대), 렉서스 ES(1465대), BMW 3시리즈(1248대), 도요타 캠리(1227대), 혼다 어코드(1038대), 아우디 A6(1000대) 순이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에서도 벤츠 E클래스는 경쟁차종들보다 여성 선호도가 높게 나왔다. 올 상반기 개인구매자 성별·연령별 등록대수를 분석한 결과다.

이 기간 동안 수입차 판매 1위인 벤츠 E300 4매틱의 경우 남성이 2013대, 여성이 1135대 등록한 것으로 나왔다.

벤츠 E250은 각각 1640대, 1166대로 집계됐다. BMW 520은 각각 1986대, 679대로 나왔다. 벤츠 E클래스가 BMW 5시리즈보다 상대적으로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증거다.

벤츠 E300 4매틱 등록대수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는 62대, 30대는 550대, 40대는 880대, 50대는 949대, 60대는 553대, 70대는 153대다. 40~50대 비중이 가장 높다.

벤츠 E클래스를 남성이 좀 더 많이 구매했지만 '우먼파워'도 벤츠 E클래스가 수입차 판매 신화를 창조하는 데 기여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벤츠 E클래스 소셜 빅데이터 분석 리포트에서도 벤츠 클래스 연관어에서 '전문직'과 '맞벌이'가 가장 두드러지게 언급됐다. E클래스가 '고소득 맞벌이' 부부의 차로 인식된다는 뜻이다. 맞벌이에서는 여성의 자동차 선택권이 강화된다.

케이카 조사에서도 벤츠 E클래스는 여성 선호 수입차 1위로 나왔다. 케이카가 지난해 직영점 및 홈서비스에서 판매된 수입 중고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벤츠 E클래스가 1위를 기록했다. 벤츠 C클래스는 2위, BMW 5시리즈는 3위로 나타났다.

더뉴 그랜저와 벤츠 E클래스는 '성공의 아이콘'이라는 타이틀에 힘입어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했거나 성공을 원하는 40~50대 남성과 여성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세단과 SUV로 구성된 1가구 2차량 시대에서 세단을 대표하는 차종으로도 자리 잡고 있다. '아빠차'뿐 아니라 '엄마차'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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