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미국 수소트럭 니콜라 CEO "현대차 손잡자"

윤형준 기자 2020. 8. 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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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니콜라 창업자·CEO 트레버 밀턴 단독 인터뷰
니콜라 창업자 겸 CEO인 트레버 밀턴이 실험용으로 생산한 트럭 앞에서 팔짱을 껴고 있다. /니콜라

미국 수소 트럭 스타트업 ‘니콜라(Nikola)’는 차 한 대 팔지 않고도 한때 현대차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화제의 회사다. 지난 7월 한국 투자자들이 구글보다 많이 주식을 사들이는 등 글로벌 투자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니콜라 창업자·CEO 트레버 밀턴(38)이 “현대차와 손잡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현대차에 두 번이나 협력을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면서도 “현대차와 함께한다면 100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기업을 세우는 것도 어렵지 않다”며 현대차에 대한 협업 의사를 다시 공개적으로 밝혔다.

니콜라의 수소트럭 모델 '투(two).' 이르면 2023년쯤 출시될 전망이다. /니콜라

밀턴 CEO는 본지 새 경제 섹션 민트(Mint) 창간호를 위한 최근 인터뷰에서 수소차 생태계를 가장 먼저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니콜라가 수소생산 및 연료전지기술을 개발하고, 여러 협력 업체가 제품을 생산·납품하는 형태다. 이미 독일 자동차 부품 기업 보쉬(Bosch), 이탈리아 트럭 업체 이베코(Iveco) 등 글로벌 9개 회사가 이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개척하고, 혁신하며, 파트너들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라며 “함께할 수 있는데 혼자 짊어지고 간다는 건 멍청한 짓”이라고 했다.

6년 전 니콜라를 창업한 밀턴 CEO는 Mint와 가진 국내 첫 단독 인터뷰에서 현대차에 대한 협력 제의 사실을 밝히며 “현대차는 세계 최고의 회사다. 최고 품질의 수소 연료전지를 갖고 있고, 차를 만드는 데도 탁월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협업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실제 협업하기 위해선 상당히 많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니콜라는 상장 후 주가가 3배 가까이 뛰었다가, 다시 곤두박질치고 반등하길 반복하고 있다. 밀턴 CEO는 “최근 한 달은 정말 ‘헬’(hell·지옥)이었지만, 앞으로 서너 달 동안 굉장한 소식(great news)이 이어질 것”이라며 “올 연말쯤엔 좋았던 때의 주가를 회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밀턴과의 인터뷰 기사

니콜라의 주력 트럭 모델 '트레(tre).' 2021년 전기차 버전이, 2023년엔 수소차 버전이 출시될 예정이다. /니콜라

이 회사는 아직 차 한 대 판 적이 없다. 그런데 미국 나스닥에 상장(6월 4일)한 지 일주일 만에 매년 차 수백만대를 파는 현대차 시가총액을 잠시 넘어섰다. 천재 전기공학자 니콜라 테슬라(1856-1943)에서 이름을 딴 니콜라(Nikola)는 ‘수소 트럭을 만들어 팔겠다’고 공언한 미 애리조나주(州)의 스타트업이다. 주가가 상장 직후 3배 가까이 뛰었다가 다시 곤두박질치고 반등하길 반복하는 이 회사에 지금 글로벌 투자자들의 눈이 쏠리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이 지난 7월 순매수한 해외 주식 5위(1~4위는 테슬라·애플·아마존·MS)가 니콜라였고, JP모건·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앞다퉈 보고서를 내고 있다. ‘실체는 없고 비전만 그럴싸한 회사’(블룸버그)란 극단적 부정적 평가와 ‘투자자에게 친환경 트럭에 투자할 기회를 제공하는 드문 기업’(도이체방크)이란 낙관적 전망이 엇갈린다. 한때 주당 80달러까지 올랐던 니콜라 주가는 현재 상장 시점(34달러)과 비슷한 수준(37달러)에 거래 중이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동차 기업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38) 최고경영자(CEO)를 Mint가 지난달 말 화상으로 단독 인터뷰했다. 본사 인근 162만㎡ 부지에서 공장 기공식을 가진 지 딱 일주일 뒤였다. 밀턴은 니콜라를 둘러싼 여러 평가에 어이없다는 듯 웃거나, 화가 난다는 듯 흥분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수소차를 ‘아주 멍청하다’고 조롱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반박할 땐 말이 거칠어졌다.

지난달 말 본지와 단독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는 트레버 밀턴 니콜라 창업자. /김지호 기자

◇“니콜라는 진짜다. 제발 좀 믿어줘”

―요즘 인터넷엔 ‘니콜라는 가짜, 사기꾼’이란 악플이 가득하다. 니콜라는 진짜 수소차를 만들 수 있나.

“솔직하게 말하겠다. 니콜라는 진짜다. 우리 회사엔 실제로 달릴 수 있는 수소 트럭이 있고, 인스타그램으로 트럭이 달리는 모습도 생중계했다. 자동차 부품 회사 보쉬, 완성차 기업 이베코 등 글로벌 기업이 우리에게 투자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가짜라면 그들이 우리와 사업을 하겠나. 가짜라고 몰아세우는 이들을 보면 정말 화가 뻗친다. 얻어맞은 기분이고, 나도 제대로 받아치고 싶다. 나도 한낱 사람이다. 우주에서 온 외계 생물체가 아니란 말이다.”

2018년 미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니콜라 사업설명회'에서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미국 언론 매체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니콜라

―진정해라. 그들이 달려드는 이유도 있지 않겠나. 지금껏 자동차 기업 어느 곳도 수소차를 대중화하지 못했다. 스타트업이 그걸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아무도 안 했으니 우리도 안 하련다.’ 삶에서 중대한 결정을 하는데 저런 잣대를 적용해서 뭐 하나. 나는 내 비전을 세상에 알리고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 내 비전은 디젤과 온실가스는 (환경에) 나쁘고 그런 디젤을 대체할 지속 가능한 선택지는 수소차라는 것이다. 2014년 니콜라가 수소 트럭을 만든다고 했을 때, 미국 그 누구도 수소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미국 트럭 회사가 수소 트럭 개발을 시작했다. 정말 뿌듯하다.”

―창업한 지 6년 만에 수소차 기술을 다 확보했다. 사실 의문스럽긴 하다.

“그래서 내가 ‘혼자서 다 하려면 좀 바보’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수소 트럭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가진 다른 기업들과 손을 잡고 있다. 이 방식이라면 스타트업도 충분히 차를 만들 수 있다. 예컨대 우리의 수소 연료 전지는 스웨덴의 ‘파워셀’과 공동 개발했고, 이후 수년간 개량했다. 이후 독일 보쉬를 찾아가 수소 연료 전지 생산을 함께 하기로 했다. 차량 조립은 이탈리아 트럭 회사 이베코와 협력한다. 그들의 제조 노하우와 설비를 활용하면 차량 품질을 높일 수 있다.”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수소트럭 모델 '투(two)' 앞에 섰다. 그는 "미국 내 수소차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니콜라

―그런 논리라면 니콜라뿐 아니라 누구나 수소 트럭을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 니콜라만 할 수 있는 건 도대체 뭔가.

“안다. 어떤 사람들은 ‘니콜라는 하는 게 없잖아’라고 한다. 내 생각은 전혀 다르다. 우린 거의 모든 일을 다 한다. 우리가 직접 하지 않는 건 제품·부품을 생산하는 일뿐이다. 이 일은 파트너들에게 맡긴다.”

밀턴은 파트너사인 한화솔루션이 지난 7일 미국 에너지 관리시스템 업체 ‘그로윙 에너지 랩스(GELI·젤리)’를 인수한 데 대해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내 수소충전소 건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썼다. 니콜라는 인터뷰 5일 뒤인 지난 4일 상장 이후 첫 실적 발표(2분기)를 했다. 공장 건설과 연구·개발비 지출 탓에 2분기에만 8600만달러(약 1020억원) 넘는 순손실을 봤다. 그럼에도 밀턴은 “남들은 안 돼도 우린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했다. “두고 봐라. 남들은 돈을 허공에 뿌려댔지만, 우린 정말 필요한 곳에만 썼다.” JP모건은 니콜라 실적 관련 보고서에 “써라, 써라, 써라(spend, spend, spend)”라며 “요즘 같은 혁신의 시대엔 계획상 문제만 없다면 R&D 지출이 많은 건 오히려 긍정적인 일”이라고 적었다.

니콜라의 전기 픽업트럭 '배저(Badger).' 이르면 내년 쯤 출시될 전망이다. /니콜라

◇“테슬라야말로 과대포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6월 트위터에 ‘수소차는 멍청한 짓’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수소연료 전지(fuel cell)는 바보 전지(fool cell)’이며 ‘배터리가 모든 분야에서 우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밀턴은 이를 맞받아쳤다. “머스크는 정작 수소를 제대로 써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그렇게 배터리를 좋아하면서도 정작 ‘스페이스X’ 로켓엔 배터리를 안 쓴다. 배터리와 수소는 각각 역할이 있다. 솔직히 재무 구조상으로는 테슬라야말로 왜 (시가총액) 2700억달러 기업으로 평가받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니콜라의 대표 트럭 모델 '트레(tre).' /니콜라

―아직 제품이 없어서 의심의 눈초리가 있지 않을까. 빨라도 2022년은 돼야 처음 돈을 번다. 그때까지 버틸 수 있나.

“그래서 일찌감치 상장을 하지 않았나. 어휴… 솔직히 상장 후 주가 변동이 너무 커서 힘들었다. 헬(hell·지옥)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0억달러 가까운 현금을 쌓아놓을 수 있게 됐다. 어지간한 포천(Fortune)500 기업보다 많은 돈이다.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현금을 쓴다 해도 앞으로 2년은 괜찮을 것이다. 니콜라의 기업 가치는 지금 130억달러 안팎이다. 솔직히 세상에 몇 명이나 죽기 전에 130억달러짜리 기업을 세울 수 있나. 이 사실은 솔직히 정말 자랑스럽다. 앞으로 몇 달 동안 몇 가지 굉장한(great) 소식이 나올 것이다.”

―수소차는 이미 현대차·도요타가 선점했다. 그런데 왜 니콜라가 더 주목받는 걸까.

“시장과 투자자들이 새 회사에 열광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대차는 수소차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업이다. 유일한 문제는 시장과 투자자들이 그런 사실을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다는 거다. 시장은 완전히 새로운 회사가 등장해 혁신을 이뤄내길 바란다. 이미 존재하는 유산(legacy) 같은 회사가 하기를 원치 않는다. (현대차가)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면 결국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본다.”

―혁신 기업으로 꼽히는 당신은 테슬라와도 경쟁해야 하지 않나. 어떻게 싸울 것인가.

“꼭 싸워야 하나? 나는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수소 트럭 시장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매년 미국에서만 대형 트럭 20만~40만대가 팔린다. 테슬라와 우리가 24시간 트럭을 찍어내도 앞으로 30년간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 승자·패자가 있겠나. 월드컵으로 치면 지금 니콜라는 ‘4강’에 진출한 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당연히 월드컵 우승을 원한다. 하지만 이미 4강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모두가 승자 아닌가.”

―그래서 모든 기업과 손을 잡는 것인가. 충전소도 다른 수소차가 쓸 수 있게 개방한다던데.(니콜라는 트럭만 만들지 않는다. 이 트럭이 쓸 수소도 생산하고, 충전소도 짓는다.)

“그렇다. 그런데 수소차가 많아지면 수소 사용량이 늘어나고, 우린 그 수소를 만들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니콜라는 2027년까지 미국 내에 700곳의 수소충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니콜라

―수소 충전소는 어디에 짓나.

“트럭은 정해진 경로로만 다닌다. 이곳저곳에 충전소를 짓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앤호이저-부시(버드와이저를 만드는 맥주기업)가 트럭 800대를 선주문했는데 이 트럭들은 매일같이 정해진 고속도로를 오간다. 경로를 보니 충전소는 13곳이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우리는 트럭 선주문을 받으면 이후 그 트럭들이 다니는 길에 충전소를 짓고 그다음 트럭을 출하한다. 이런 과정을 몇 년 반복하면 미 전역에 충전소를 짓게 될 것이다.”

―한국과도 협력할 생각이 있나.

“우리 트럭에 한국산 부품이 일부 쓰일 예정이다. 난 수년 전 한국에 찾아가 LG, 삼성 등 배터리 기업을 만났다. 한화그룹은 우리 투자사여서 수차례 미팅을 했다. 그들이 없었다면 나도 없었을 거다. 한국에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사실 우리 회사 재무 책임자는 한국인이고, 법무·인사 책임자는 미국인이지만 한국어를 할 줄 안다. 우린 미국 기업인데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현대차에도 여러 번 협력을 구했는데, 성사되진 않았다. 현대차는 제품과 인재, 혁신 역량 모두 세계 최고의 회사다. 혹시 어느 날 ‘이봐 트레버, 지금이라도 뭔가 같이 해 볼래?’라고 연락이 온다면 정말 기쁘게 받아들이겠다. 만약 우리가 협력한다면? 수소 세계를 정복할 수 있지 않을까.”

◇니콜라와 트레버 밀턴 CEO

☞니콜라

―2014년 설립. 美 애리조나주 피닉스 소재

―사업모델: 수소트럭 판매·수소충전소 설치

―2020년 6월 나스닥 상장. 시가총액 130억 달러 안팎

☞트레버 밀턴 니콜라 창업자·CEO

―38세. 미국 유타 출생. 유타밸리주립대 한 학기 다니고 자퇴

―‘ADT 알람 딜러숍’ ‘인터넷 쇼핑몰’ 등 창업했으나 실패

―2014년 니콜라 창업

※Mint는 조선일보의 대표 경제 섹션 WEEKLY BIZ를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경제 섹션입니다. 글로벌 CEO와의 단독 인터뷰, 투자 큰손에게 들은 안목과 전망, 미래의 스티브 잡스가 될 스타트업들이 기존 질서를 파괴해가는 생생한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Mint를 보면 돈이 보입니다. 매주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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