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수의 시승기] 높은 차체·전동 소프트탑 개방감 최고, 지프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

2020. 8. 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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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2020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 [정찬수 기자]

[헤럴드경제 정찬수 기자] ‘랭글러’는 지프(Jeep)의 아이코닉 모델이자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오프로더(Off-Roader) 중 하나다. 특히 전동식 소프트탑을 탑재한 ‘파워탑(Power Top)’은 SUV(스포츠유틸리티차)의 순수한 감성을 지닌 모델로 마니아층이 두텁다.

비대면 휴가로 거리 두기가 유행하는 요즘, 차박(車泊)용 패밀리카로 손색이 없는 실내 구성을 첫 번째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광폭 타이어와 높은 차체가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과 고성능 파워트레인에서 느껴지는 남성미도 매력적이다.

외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프로드에 최적화한 ‘루비콘(Rubicon)’의 디자인 언어를 따르면서도 적재적소에 눈길을 사로 잡는 포인트를 부착해 완성도를 높였다.

1열부터 2열까지 완전히 열리는 소프트탑의 개방감은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 올드 지프 감성이 느껴지는 동시에 자연과 가까운 차량의 특성을 단번에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카이 원-터치(Sky One-Touch) 파워탑은 버튼을 짧게 누르면 전체 개방, 길게 누르면 원하는 만큼 열 수 있으며 루프를 완전히 개방하기까지 약 20초가 걸린다. 후방 쿼터 윈도우도 탈부착이 가능하다.

올드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안테나 선과 곳곳에 배치된 랭글러만의 디자인 포인트가 눈을 즐겁게 한다. 타이어는 시각적으로 휠하우스보다 작아 보인다. 험난한 오프로드를 위한 운전자라면 인치업을 고려할 만하다. [정찬수 기자]
트렁크에서 2열로 이어지는 적재공간은 충분하다. 트렁크 아래 숨은 공간은 덤이다. 다만 좌우의 폭이 좁아 차박용으로 추천하기엔 다소 애매하다. [정찬수 기자]

소프트탑을 탑재하면서 앞유리의 높이가 낮아졌지만, 시트 포지션에 따른 높은 시야각으로 주행 중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아담한 와이퍼와 접힐 것 같은 A 프레임, 위로 튀어나온 워셔액 분사기가 RC카 같은 귀여움을 느끼게 했다.

각을 한껏 세운 외관 디자인은 실내까지 이어진다. 운전대를 제외하면 실제 1열에 앉은 승객의 전면에 있는 패널들은 직각에 가깝다. 조작은 편하고 직관적이다. 변속레버와 4륜 조절 기어의 배치가 한국인의 체형에도 적절하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형태의 조작체계가 조화롭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2.0리터 터보차저 직렬 4기통 엔진이 웅장하게 깨어난다. 보닛 내부에 흡차음재가 부착됐지만, 공회전 소음은 내부로 유입된다. 온 프레임 차량의 특성상 노면 질감이 시트로 전달되는 점도 호불호가 갈릴 요인이다.

오프로더의 특성상 고속 안정성에서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려웠다. 운전대의 중앙은 헐거운 편이며, 고속에서 사이드미러를 통과하는 바람의 소리도 크게 들렸다.

놀라운 건 일반 공도에서 도심형 SUV 못지않은 편안함을 선사한다는 점이었다. 서스펜션의 상하 폭이 넓은 만큼 방지턱에서도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험로에 접어들면 차체가 요동치면 특유의 돌파력을 보여주지만, 아스팔트 위에선 충분히 편안함에 무게를 맞춘 세팅이 돋보였다. 오느 상황에서도 최대 272마력의 엔진 성능과 최대 토크 40.8kg.m의 힘은 차고 넘쳤다.

오프로드에 특화한 차임에도 주행 보조 장치도 충실한 편이다. 전자식 주행 안정 시스템(ESC)과 내리막 주행 제어 장치(HDC)는 기본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ACC)의 높은 정확도와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의 정확도도 만족스러웠다.

직각으로 선 대시보드와 그립감이 훌륭한 운전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조합된 감성 넘치는 버튼과 조합돼 운전자에게 큰 만족감을 준다. 수납공간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이 옥에 티지만, 불만은 없었다. [정찬수 기자]
오프로드의 재미를 더해줄 개방감이 가장 큰 매력이다. B필러에서 이어지는 프레임에는 스피커가 장작됐다. [정찬수 기자]

머리 위 프레임에 배치된 알파인(Alpine)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의 밸런스도 훌륭하다. 특히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로 재생하는 고음질 음악을 소프트탑을 연 상태에서 온전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랭글러를 선택하게 만드는 최고의 매력 포인트는 역시 오프로드였다. 상하좌우로 흔들리면서도 안정적으로 전진하는 하체가 믿음직스럽다. 락트랙 (Rock-Trac) 사륜구동 시스템과 트루락(Tru-Lok) 프론트 리어 전자식 디퍼런셜 잠금장치도 정확하고 매끄럽게 작동한다.

주행모드별 활용성은 명확하게 구분됐다. 사륜 오토모드는 전륜과 후륜의 배분을 자동으로 조절하며 사륜 파트타임에선 네 바퀴가 꾸준하게 지면을 박차고 밀어줬다. 4륜 저단 기어는 경사와 오르막이 동반된 산길에 적합한 회전력을 보여줬다.

극악의 산악 주행이나 도강을 목적으로 랭글러를 고려한다면 인치-업을 고려할 만하다. 가성비가 좋은 BF굿리치 MT타이어가 기본으로 장착됐지만, 스레드(무늬)가 다소 딱딱하고 다소 긴 전장(4885㎜)과 축거(3010㎜)로 경사면 탈출 때 하체가 바닥에 닿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소소한 단점도 감지됐다. 우선 높고 긴 차체에도 불구하고 어라운드 뷰가 없다. 2열 폴딩을 통한 트렁크 공간이 장점이지만, 2열 리클라이닝이 없어 동승자의 불평을 들을 수도 있다. 또 기본으로 탑재된 내비게이션은 정보량이 부족한 데다 시인성도 미흡하다. 조립 완성도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들도 눈에 띄었다.

생각보다 낮은 가격대에 만날 수 있는 정통 오프로더라는 점이 해당 모델의 가치를 높인다. 시승차와 같이 강렬한 레드 컬러를 선택했을 떄 시선집중 효과는 덤이다.

2륜부터 4륜과 저단기어까지 직관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레버도 마련돼 있다.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 중 바로 체결할 수 있다. [정찬수 기자]
2열 중앙좌석을 아래로 내리면 컵홀더로 이용할 수 있다. 다중 콘센트와 SUB 등 동승자를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정찬수 기자]

다만 연비 부담은 크다. 지프가 밝힌 표준 연비는 8.2㎞/ℓ(도심 7.7㎞/ℓ·고속 8.8㎞/ℓ)다. 특히 다른 SUV와 달리 도심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킨 정속 주행에서 연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타이어의 특성과 RPM에 따른 연비 차이가 뚜렷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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