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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 우리를 놀라게 할 자동차 기술 | 車가 알아서 결제, 음성은 기본 손짓·시선으로 명령

서인수 모터트렌드 에디터 입력 2020.08.0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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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반떼’에는 카 페이가 적용돼 SK주유소와 파킹클라우드 주차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사진 현대차
아우디의 SUV이자 전기차인 ‘e-트론’은 손톱만 한 카메라가 사이드미러 위치에 달렸다. 사진 아우디 코리아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편이다. 지갑이나 우산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한 번은 친구와 햄버거 가게에 갔다가 의자 밑에 놔둔 가방을 그냥 놓고 온 적도 있다. 가방이 없어진 걸 안 것도 한참 후였다. 그래서 늘 이런 상상을 했다. 공상과학영화에서처럼 손목에 칩을 넣어 그 칩으로 물건을 결제하고 버스나 택시 요금을 내는 상상 말이다. 그럼 지갑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 잃어버릴 일도 없지 않을까?

손목에 칩을 넣어 신용카드처럼 쓰는 건 아직 현실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자동차로 기름값이나 주차요금을 결제하는 건 가능해졌다. 현대·기아차 최신 모델에 담긴 ‘카 페이(Car Pay)’ 기능 덕분이다. 카 페이는 차 안에서 간편하게 신용카드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지갑을 깜빡 잊고 집에 두고 나와도 디스플레이를 몇 번 터치하면 주유소나 주차장에서 요금을 결제할 수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하려면 우선 현대·기아차의 커넥티드 카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제네시스’를 비롯한 현대차는 블루링크, 기아차는 우보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내려받아 가입하면 된다. 그다음 스마트폰에 카 페이 앱을 내려받고서 본인 명의의 카드를 등록하고 결제 비밀번호를 설정하면 차 안 디스플레이에 있는 카 페이 항목에 ‘사용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뜬다.

제네시스 ‘GV80’을 시작으로 기아차 ‘쏘렌토’, 현대차 ‘아반떼’가 차례로 카 페이 기능을 챙겼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앞으로 출시될 새 모델에 카 페이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현대·기아차와 제휴한 SK주유소와 파킹클라우드 주차장에서만 쓸 수 있지만, 커피 전문점이나 간이음식점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지갑이 없어도 기름을 넣고 커피를 마시고 햄버거를 살 수 있다.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화하면 카 페이 기능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운전자나 탑승객이 자건 영화를 보건 상관없이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주유소에 들러 기름값을 결제하고 주차요금을 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자동차 기술은 점점 발전하고 있다. 먼 미래의 기술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속속 눈 앞에 펼쳐진다. 7월 1일 국내에 출시된 아우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트론’은 남다른 사이드미러를 탑재했다. 큼직한 거울 대신 손톱만 한 카메라가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문 안쪽에 달린 7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보여주는 버추얼 사이드미러다. 기존 사이드미러는 옆 상황만 볼 수 있었지만, 버추얼 사이드미러는 옆은 물론 뒤쪽 상황도 보다 넓게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축소하거나 확대하는 것처럼 디스플레이 화면을 축소하고 확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사실 이 기술은 아우디가 최초는 아니다. 렉서스는 2018년 출시된 ‘ES’에 거울 대신 카메라가 달린 디지털 사이드미러를 옵션으로 마련했다. 하지만 국내엔 거울이 달린 사이드미러만 들어왔다. 아우디 버추얼 사이드미러는 옆 상황을 꽤 잘 보여준다. 디스플레이도 또렷하고 선명하다. 거울이 아닌 디스플레이를 보는 게 처음엔 어색했지만 두 시간쯤 운전하니 금세 적응이 됐다. 아우디는 새로운 사이드미러 덕에 공기저항계수를 0.27로 낮췄다고 자랑했다. 이 급의 SUV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아우디에 버추얼 사이드미러가 있다면 지난 2월 국내에 출시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에는 클리어사이트 리어뷰 미러가 있다. 이름처럼 뒤쪽 상황을 깨끗하게 보여주는 룸미러인데, 지붕 위에 달린 카메라가 뒤쪽 상황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룸미러로 보여준다. 뒷자리에 어른 셋을 태우거나 짐을 가득 실어 뒷유리 너머 뒤쪽 상황이 잘 보이지 않을 때 룸미러 아래에 달린 레버를 ‘딸각’ 하고 밀면 사람이나 짐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착시 기술은 이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2세대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클리어사이트 그라운드 뷰 시스템도 챙겼다. 사이드미러와 프런트 그릴에 달린 카메라가 지형을 촬영해 대시보드에 달린 모니터에 띄워 주는 시스템이다. 바닥을 투과해 보는 것처럼 차 바닥 아래 지면을 차 안 디스플레이로 고스란히 중계해 커다란 돌이나 움푹 파인 웅덩이를 안전하게 피할 수 있다.

자동차 음성인식 기술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는 지금껏 사용해본 음성인식 기술 가운데 가장 한국말을 잘 알아들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한 말을 가려듣는 센스도 발휘했다. 조수석에 앉은 내가 “나 좀 추운 것 같아”라고 말하자 “조수석 쪽 온도를 26℃로 높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바로 히터를 틀었다. 라디오 주파수를 바꾸거나 창문을 여닫는 것도 말하면 바로 실행했다.

“BMW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고 짓궂은 질문을 던지자 “전 룸미러로 보는 BMW의 키드니 그릴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벤츠가 BMW보다 앞서 달리고 있다는 걸 은근히 강조했다. 키드니 그릴은 BMW의 상징으로, 콩팥 같이 생겨 이런 이름이 붙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7월 8일 신형 ‘S 클래스’에 들어갈 차세대 MBUX를 공개했다. 가로로 긴 디스플레이가 디지털 계기반과 태블릿 같은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로 나뉘었는데, 음성인식 기능도 한층 똑똑해졌다. 꼬박꼬박 “안녕, 벤츠”라고 부르지 않아도 기능을 실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손짓이나 시선으로 명령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동차에서 시동 버튼을 처음 봤을 때 ‘이런 ‘신박한’ 기능이 있나?’ 싶었다. 처음 스마트키로 문을 잠글 때도 그랬다. 세상 참 좋아졌다 생각했다. 지금은 열쇠를 꽂는 차를 찾기 어려울 만큼 시동 버튼이 보편화됐다. 심지어 테슬라 모델은 시동 버튼을 누를 필요 없이 가속 페달만 밟아도 시동이 걸린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기술이 나를, 아니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에는 클리어사이트 리어뷰 미러가 달렸다. 지붕 위에 달린 카메라가 뒤쪽 상황을 룸미러로 보여준다. 사진 랜드로버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는 음성은 물론 손짓이나 시선으로도 명령할 수 있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