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15대에만 허락된 감성, 마세라티 기블리 리벨레

2020. 7. 1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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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티한 컬러 조합과 소재로 마무리
 -국내 15대 한정 판매로 희소성 강조

 한정판은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과 설렘을 자극한다. 말 그대로 한정으로 나오는 물건이기 때문에 일반 제품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수성과 희소성을 갖고 있다. 더욱이 개성을 중요시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한정판은 날이 갈수록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상황이다. 한정판 마케팅은 자동차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동차는 더없이 좋은 제품이기 때문에 특별판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유독 높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노후화가 진행되기 전 다시 한번 제품을 각인시킬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마세라티가 올 상반기 선보인 기블리 리벨레 에디션도 이러한 맥락과 일치하는 차다. 외관 색상의 이름을 딴 '리벨레(Ribelle)'는 반항아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기블리의 스포티하고 도전적인 매력을 나타낸다. 전용 컬러와 소재를 적절히 조합해 품격을 높이고 마세라티만의 우아한 디자인과 감성 품질을 내세워 소비자를 공략했다. 무엇보다도 아시아 30대, 국내에는 15대만 한정으로 판매하는 만큼 희소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블리 리벨레 에디션은 블랙과 레드 색상의 19인치 프로테오 휠이 짝을 이루는 350마력의 그란스포트와 AWD 시스템 및 20인치 우라노 휠, 최고 400마력대를 발휘하는 S Q4 그란스포트 두 가지로 나뉜다. 시승차는 S Q4 그란스포트로 V6 3.0ℓ 트윈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59.2㎏·m를 발휘한다. 

 시동을 걸자 우렁찬 소리를 토해내며 등장을 알린다. 하지만 이내 숨을 죽이고 차분한 분위기의 세단으로 성격을 고친다. 일반 모드에서는 고출력 차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부드럽게 달린다. 가속페달 반응도 예민하지 않고 서스펜션 역시 고르게 노면을 흡수한다. 

 rpm을 급하게 올리면 걸걸거리는 소리와 함께 본성을 드러내지만 일상적인 도심 주행에서는 얌전하다. 그렇다고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운전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마세라티만의 진가가 드러난다. 조심스러운 자세는 온데간데없고 먹이를 향해 튀어가는 맹수처럼 격렬하게 질주한다. 

 강한 가속감에 몸이 뒤로 밀리고 시선이 좁아진다. 초반에는 속도계를 볼 잠깐의 시선도 허용하지 않는다. 오직 앞만 보고 집중해서 달릴 뿐이다. 그만큼 속도 바늘은 운전자가 생각한 숫자보다 훨씬 높은 곳을 가리키고 전자식 계기판을 통해 찍힌 숫자를 보고 나서야 브레이크 페달로 발을 옮긴다.

 흥분을 부추기는 요소로 소리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스포츠 모드 시에는 가변 배기가 활성화되면서 한층 커지는데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독보적인 사운드를 제공한다. 4,000rpm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음역대가 더 풍부해지고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레드존에 붙일수록 격렬해지는 음성과 변속 과정에서 터지는 천둥소리의 조화는 강한 중독성을 지녔다. 심지어 정차 중에 퍼지는 웅웅 거리는 공명음마저도 아름다운 음악으로 들릴 정도다.

 소리에 취해 도착한 강원도 초입에서는 와인딩 로드를 적극 활용해 달렸다. 마세라티 라인업 중 가장 콤팩트한 차체를 가진 기블리는 코너에서도 수준 높은 실력을 보여줬다. 스티어링휠 반응은 정직하고 서스펜션은 딱딱하게 자세를 고쳐 차를 지탱한다. 섀시에서 오는 한계점은 생각보다 낮지만 잘 조율한 댐핑값과 탄탄한 하체 세팅이 단점을 보완한다. 독일산 스포츠카처럼 철두철미한 성격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무르거나 올드한 주행감각은 아니다. 충분한 운전 재미를 유도하면서 즐거움과 스릴 사이를 아슬아슬 줄타기한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변속기다. 8단 자동변속기의 반응이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 단수를 오르내리는 과정도 반박자 더디고 운전자는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손바닥을 감쌀 정도로 크고 굵직한 패들시프트가 더 아쉽게 느껴진다. 물론 듀얼클러치로 무장한 경쟁 차종들이 워낙 빠른 반응을 보여줘서 상대적으로 느리다고 느낄 수는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신 흐름에 맞춰 조금 더 민첩한 변속 시점과 반응은 필요해 보인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구체적으로 차를 살펴봤다. 얼핏 보면 일반 기블리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에디션만의 특징이 묻어난다. 먼저 오묘한 빛을 내는 블랙 컬러다. 리벨레 에디션만을 위해 만든 전용 컬러로 반짝이는 금속 입자를 도포해 우아한 모습이다. 특히 빛의 양감에 따라서 블랙과 그레이 톤이 겹쳐 보일 때는 신비스러운 느낌도 연출한다. 
 이와 함께 살이 얇은 20인치 휠과 새빨간 브레이크 캘리퍼는 킬링 포인트로 충분하다. 휀더에 붙은 장식과 사이드미러, 앞범퍼 스플리터, 일체형 스포일러는 탄소섬유로 감싸 역동적인 인상을 더한다. 이 외에는 눈에 익은 기블리 모습 그대로다. 안쪽으로 움푹 파인 수직 그릴과 거대한 마세라티 로고, 날렵하게 찢어진 헤드램프, 둥글게 말아 내려오는 두툼한 보닛도 동일하다. C필러에 붙은 마세라티 배지와 트렁크 가운데에 위치한 필기체 레터링, 듀얼 머플러 등 브랜드 정통성을 지킨 흔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내는 대칭 구조가 인상적이다. 여기에는 마세라티 라인업 처음으로 선보이는 레드&블랙 투톤 인테리어 디자인과 완벽한 궁합을 이룬다. 또 스티어링 휠과 패들, 변속레버 주변 등을 카본으로 마감해 짜릿한 스포츠 감성을 유도한다. 애플 카플레이를 포함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연결성과 처리 속도가 빨라졌고 물리 버튼이 적절히 섞여있어 조작이 쉽다. 센터터널 주변에는 차의 성격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만능 버튼과 조그셔틀 등이 정갈하게 모여있다. 깊은 컵홀더와 수납공간도 불만이 없다. 바로 뒤에는 '30분의 1(One of 30)' 기념 배지를 붙여 기블리 리벨레의 희소가치를 나타낸다.

 크기가 큰 스티어링 휠은 손에 쥐는 맛이 좋고 파란색 배경의 바늘 계기판과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 잡은 아날로그 시계, 왼쪽에 위치한 시동 버튼은 브랜드 헤리티지를 계승한다. 통풍 기능을 포함한 천연 가죽 시트는 모양뿐 아니라 몸을 지지해 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시트의 감동은 2열에서도 이어진다. 한눈에 봐도 고급스럽고 안락한 착좌감을 전달한다. 

 다만 휠베이스가 길지 않아서 무릎 공간이 다소 부족하다. 가운데 턱이 높고 도어가 열리는 각도도 좁아 2열에 대한 만족은 1열보단 떨어진다. 반대로 네모 반듯한 트렁크는 꽤 합리적이다. 기본 500ℓ의 공간을 제공하고 양옆으로 여분의 공간을 마련한 덕분이다. 60:40 분할시트와 유아용 카시트 고정 장치도 전부 기본이다.

 마세라티 기블리 리벨레 에디션은 소수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만큼 가치와 매력을 두루 느낄 수 있다. 전용 컬러와 검-빨 조합의 실내, 한정판을 나타내는 배지만 봐도 충분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여기에 우렁찬 엔진음과 칼칼한 배기사운드, 강렬한 가속감을 경험하고 있으면 레이싱 DNA 가득한 마세라티 정신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때로는 우아하게 또 필요한 순간에는 여느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질주가 가능하다. 여기에 남들과 다른 특별함까지 원한다면 15명에게만 주어지는 기블리 리벨레 에디션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판매 가격은 기블리 그란스포트 1억3,600만원, 기블리 S Q4 그란스포트 1억5,70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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