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찬스' 포르쉐·람보 뽐내다, '꼼수 사용' 세무조사 받을라

최기성 2020. 7. 1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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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차 사적 사용 근절 위해 법인세법 일부개정안 발의
올 상반기 법인 판매 비중, 람보르기니 91%·포르쉐 64%
'회사·아빠·배우자 찬스' 법인 차량 '꼼수 사용' 차단해야
번호판 색상 변경, 신고제 도입 등 꼼수 방지 대책 필요
[사진 출처=포르쉐]
“앞으로 회사 찬스, 아빠 찬스, 배우자 찬스로 타고다니는 슈퍼카 자랑하지 마세요”

회삿돈으로 포르쉐(Porsche), 람보르기니(Lamborghini) 등 슈퍼카나 고가의 수입차를 구입한 뒤 사적으로 사용하는 편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법인세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형석(광주 북구을) 의원은 9일 회삿돈으로 업무용 차량을 구매할 때 서류 제출 요건을 강화하고, 세무당국이 운행 실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한 법인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비용 명세서와 업무전용 운전자보험 서류, 운행 기록, 업무용 승용차 식별표시 부착 증빙 서류 등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필요할 경우 관할 세무서장이 업무용 승용차 운행 실태도 점검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일부개정안이 발의된 이유는 법인 차량의 ‘꼼수 사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포르쉐 뽑았다” 뽐내더니…10대 중 7대 “네 차 아니잖아”>

임직원이 회삿돈으로 구입한 슈퍼카나 고성능 스포츠카를 ‘업무용’으로 쓸 일은 많지 않다. 오히려 업무 이외의 목적으로 사적 사용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법인 차량은 세제 혜택이 있기 때문에 개인 용도로 쓰는 건 위법이자 탈세다. 법인 명의로 구입하면 차량 구입비, 보험료, 기름 값 등을 모두 법인이 부담하고 세금 감면 혜택도 받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등은 업무차량의 ‘출퇴근’ 이용도 사적사용으로 간주한다. 싱가포르에서는 법인차 등록 자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법인 차량 비용 인정에 한도를 두지 않아 차량 가격이 비쌀수록 더 많은 세금감면을 받았다.

법인 차량 사적 이용으로 ‘조세형평성’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업무용 승용차 비용 특례제도를 도입했다.

감가상각비 연간 한도는 800만원이다. 리스비·유류비·통행료 등은 연간 1500만원까지 운행기록부를 쓰지 않아도 비용으로 인정해준다. 1500만원을 초과하면 운행기록부를 검증한 뒤 업무용으로 사용한 부분만 비용으로 인정해준다.

하지만 법인 차량 운행기록부를 검증하는 데 한계가 발생하고 이를 악용해 허위로 작성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업무용으로 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슈퍼카나 고성능 스포츠카를 구입하는 법인들이 많다.

법인 자금으로 빌린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을 자녀 통학 등에 무상 사용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사주가 적발된 적도 있다.

지난 6월 국세청이 공개한 회사 명의로 고급 콘도와 슈퍼카 6대를 구입해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가 드러난 B씨 사례 [자료 = 국세청]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법인 명의로 슈퍼카나 고성능 스포츠카를 구입한 뒤 가족들이 사적으로 이용한 재산가들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조사 대상자 중에는 슈퍼카 6대를 회사 업무용으로 등록한 사주도 있다. 그의 배우자와 대학생 자녀도 업무와 상관없이 초고가 스포츠카 2대를 자가용으로 사용했다. 비용은 법인이 부담했다.

배우자와 자녀는 법인카드로 명품백을 구입하고 고급 유흥업소에 가거나 스포츠카와 명품백 등의 사진과 후기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수시로 올리기도 했다.

‘회사 찬스, 아빠 찬스, 배우자 찬스’로 법인 차량을 꼼수 사용하다 세무당국에 걸린 셈이다.

자기 회사라며 회삿돈으로 구입한 차량을 업무용이 아닌 개인용으로 사용하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받는다.

부모 회사의 자금으로 구입한 차량을 개인 용도로 타고 다닌 자녀도 처벌받을 수 있다. 자녀의 공모 혐의가 인정된다면 일반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적용받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적발된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다. 또 처벌받는 사례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고성능 스포츠카나 슈퍼카의 법인 구매 비중도 매우 높다.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1~6월 판매된 수입차(승용차 기준)는 총 12만8236대다. 이 중 4만8041대를 법인이 사갔다. 법인 차량이 차지한 비중은 37.4%다.

수입차 브랜드 중 법인차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람보르기니다. 전체 136대 중 125대를 법인이 구입했다. 법인 차량 비중은 91.9%에 달한다.

업무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고성능 스포츠카나 슈퍼카를 판매하는 브랜드 중 법인 판매로 ‘재미’를 가장 많이 본 곳은 포르쉐다.

총 판매대수 4373대 중 2812대를 법인이 샀다. 법인 차량 비중은 64.3%로 수입차 평균 보다 1.7배 이상 높다.

이에 법인 차량 꼼수 사용을 막기 위해서는 법령 정비는 물론 처벌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인세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꼼수 사용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법인 차량 전용 번호판 색상을 정하는 게 낫다는 제안이 등장했다.

번호판 색상이 다르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꼼수 사용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당 사용에 대한 신고 제도까지 결합한다면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게다가 의전용이나 회사 인지도 제고를 위해 슈퍼카나 고성능 스포츠카를 구입해 ‘업무용’으로만 정당하게 사용한다면 법인용 번호판 색상 변경으로 오히려 회사 인지도가 높아질 수 있다.

또 슈퍼카나 고성능 스포츠카를 개인 돈으로 ‘정정당당’하게 구입하고 ‘정정당당’하게 사용하고 ‘정정당당’하게 자랑(?)한다면 문제될 게 전혀 없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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