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과소평가 절대금물, 포르쉐 마칸

입력 2020. 7. 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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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루기 쉽고 편한 포르쉐 SUV
 -탄탄한 섀시와 서스펜션 세팅 인상적

 포르쉐 마칸은 브랜드 내에서도 특별한 존재다. 카이엔의 대성공 이후 SUV 라인업 구축을 위해 태어났으며 짧은 역사와 함께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포르쉐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포르쉐 판매 성장에 큰 공을 세운 차이기도 하다. 그만큼 일부 시선에는 마칸이 정통 포르쉐 DNA가 약한 차라고 생각할 수 있다. 브랜드 대중화에 기여했지만 그 이상의 감동은 없을 거라는 착각이다. 

 포르쉐는 마칸의 정체성과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나섰다. 그리고 마침내 2018년 파리모터쇼를 통해 부분변경 신형을 선보였다. 새 마칸은 911의 디자인 요소를 대거 채택하고 첨단 품목을 더해 존재감을 명확히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주행 성능을 큰 폭으로 개선해 다른 제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국내에는 지난해 4월 열린 서울모터쇼를 통해 신고식을 치렀고 올해 본격적인 출시와 소비자 인도를 시작했다. 
 ▲디자인
 마칸의 첫인상은 낯설지 않다. 특히 앞모습은 포르쉐 마니아가 아니면 바뀐 부분을 찾기 쉽지 않다. 램프의 형상이나 보닛 라인, 범퍼 디자인도 전부 그대로다. 램프 속 구성을 바꾸고 차체 아래쪽에 넣은 작은 안개등이 사라진 게 유일한 차이점이다. 옆도 마찬가지다. 둥글게 내려오는 C필러와 분리형 사이드미러, 두툼한 검은색 데칼까지도 전부 같다. 

 굳이 달라진 부분을 찾는다면 530만원짜리 마칸 터보 20인치 휠 정도다. 날선 디자인의 각진 차체로 존재감을 나타내기보다는 부드러운 캐릭터라인을 통해 유연하고 아름다운 형상이 특징이다. 반면 뒤태는 테일램프 변화를 통해 신형다운 느낌을 표현했다. 가로로 길게 이어진 클리어 타입 램프가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구현하고 방향지시등 위치도 옮겨 세련미를 챙겼다. 트렁크 가운데에 붙은 포르쉐 레터링은 입체적인 형상으로 바뀌었고 주변을 검은색으로 감싸 통일감을 살렸다. 이 외에 일체형 스포일러와 단정한 범퍼의 모습은 기존과 똑같은 모습이다. 

 실내도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부분변경인 만큼 신형 911이나 카이엔처럼 전방위적인 변화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변경 포인트는 센터페시아 모니터다. 새로운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PCM)를 탑재한 10.9인치 터치스크린은 화려한 그래픽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동이 쉽고 보기에도 편해 자꾸만 시선이 향한다. 송풍구 위치도 아래로 옮겨 달았다. 여기에 911을 연상시키는 선택 품목의 GT 스포츠 스티어링 휠도 매력적이다. PCM을 통해 지능형 음성 제어 및 기본 사양의 온라인 내비게이션과 같은 새로운 디지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대칭구조로 마련돼 있는 공조장치 기능과 길죽한 변속 레버, 빗살 무늬의 센터터널 버튼은 눈에 익숙하다.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크로노그래프와 세 개의 원형 계기판은 아날로그 느낌마저 연출한다. 이 외에 스티어링 휠에 붙은 운전 모드 조절 다이얼과 왼쪽에 위치한 시동 버튼(더미 키를 마련해 더 이 상 키를 넣지 않아도 된다)은 오직 포르쉐만 가질 수 있는 훈장과 같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50만원짜리 어댑티브 스포츠 시트다. 18방향으로 조절되며 메모리 기능을 기본으로 갖췄는데 몸에 꼭 맞는 수트를 입은 것처럼 만족스럽다. 여러 조각으로 나눠져 있어 움직여도 불편함이 덜하고 역동적인 주행에는 완벽하게 몸을 지탱해 준다.

 2열은 무난하다. 온도 조절이 가능한 송풍구와 열선시트, 두 개의 USB 충전 단자와 컵홀더가 기본이다. 시트의 마감과 가죽의 질감은 흠잡을 데 없지만 등받이 각도는 살짝 높다. 눕히거나 앞으로 당길 수도 없어서 곧추세워진 자세로 장시간 이동에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트렁크는 기본 500ℓ를 제공하고 2열을 모두 접으면 최대 1,500ℓ까지 늘어난다. 40:20:40 분할 시트를 제공하고 수평에 가까운 풀플랫이 가능하기 때문에 차박을 비롯한 활용도가 높다.

 ▲성능
 신형 마칸의 보닛 아래에는 직렬 4기통 2.0ℓ 터보 가솔린 엔진이 들어있다.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7.8㎏·m를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6.7초, 최고속도는 227㎞/ℓ다. 시동을 걸자 조용한 소리와 차분한 반응으로 운전자를 맞이한다. 포르쉐하면 떠오르는 우렁찬 소리와 앞으로 달려 나가기 위한 꿈틀거림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정반대 성격이 사뭇 신선하게 다가온다. 도심 속 주행에서도 여유로운 움직임은 계속 이어진다. 가솔린 엔진 특유의 매끄러운 회전 질감과 정숙성이 더해져 차의 품격을 높인다. 덕분에 일상적인 환경에서 운전을 할 때 다른 포르쉐 차들보다 부담이 덜하다. 고속안정성은 수준급이다.

 탄탄한 섀시의 힘으로 속도를 올릴수록 차는 바닥에 바짝 달라붙어 자세를 낮춘다. 최고속도를 향해 달려나갈 때도 차 안은 고요하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풍절음도 아주 잘 잡았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승차감도 말랑말랑하다. 시야만 조금 높을 뿐 마치 세단처럼 편안하다. 지금까지 알던 포르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색다른 인상을 심어준다. 

 운전 모드 다이얼을 스포츠로 돌렸다. 엔진 회전수가 800rpm이상 껑충 올라가고 기어비는 앞으로 바짝 당겨졌다. 살짝 톤을 높인 엔진음을 비롯해 스로틀 반응도 예민해진다. 곧바로 차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앞으로 달려나간다. 컴포트와는 성격이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극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기본형임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시트에 파묻으며 시원스럽게 질주한다. 가속페달에 발을 조금만 가져가도 차는 기다렸다는 듯이 앞으로 뻗어 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운전의 즐거움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다.

 와인딩 로드에서는 마칸이 가진 진짜 실력을 경험하게 된다. 먼저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는 불규칙한 노면을 잘 닦인 포장도로로 바꿔주는 마법을 갖고 있다. 특히 두 단계로 나눠 도로 위 굴곡을 알맞게 조절하는 능력은 수준급이다. 덕분에 적당히 조율된 댐핑 값에 맞춰서 차가 주는 피드백을 아낌없이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토크백터링 플러스는 스티어링 휠 방향에 맞춰 뒷바퀴의 조향 각도를 틀어 안정적인 코너 탈출을 유도한다. 이 기술을 운전자가 정확히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차의 크기와 세그먼트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코너 진입은 물론 탈출 직전까지도 깔끔한 포물선을 그리면서 운전자에게 믿음을 준다. SUV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짜릿한 순간이다.

 ▲총평
 신형 마칸은 여느 포르쉐와 같이 완벽한 자세를 갖추고 즐겁게 달릴 수 있는 차다. 입문형 제품의 위치와 SUV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예리하고 정교한 움직임과 역동적인 가속성능, 상황에 맞춰 성격을 바꾸는 능력은 수준급이다. 다루기 쉽고 편안한 운전이 가능하며 필요한 순간에는 스포츠카 역할도 충실히 수행한다. 부분변경으로 오면서 세련미를 갖춘 디자인과 높아진 상품성은 덤이다.
 무엇보다도 포르쉐 바이러스에 물들 기폭제 역할을 자처한다. 마칸을 타고 있으면 다음차로 크기가 큰 카이엔이나 파나메라, 강한 성능의 911처럼 다른 포르쉐 제품이 궁금해진다. 그만큼 브랜드를 접하기 위한 첫 차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포르쉐 마칸은 7,450만원이며 몇 가지 선택품목을 더한 시승차의 가격은 1억88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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