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볼트 EV, 잠실-양양 왕복하고 '100km 더' [시승기]

강희수 2020. 7. 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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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한국지엠이 작정을 하고 시승 코스를 짰다. 웬만한 미디어 시승행사에서는 이런 코스를 잡지 않는다. 엄청난 장거리에 시간은 거의 하루를 다 잡아 먹는다. 강하게 어필하고 싶은 특별한 것이 있었던 게다. 

주최측이 계획한 스케줄은 이랬다. 오전 10시 잠실 시그니엘 서울을 출발해 화양강휴게소와 한계령 휴게소를 통과해 오후 1시경 강원도 양양의 낙산해수욕장까지 가는 행로였다. 양양까지 뻥 뚫린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훨씬 시간이 짧았겠지만 그 경우 주최측에서 목적했던 주행거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러 한계령 고개를 넘는 코스를 잡았다. 편도 약 200km다. 

낙산해수욕장까지 가는 것으로 끝나는 일정이 아니었다. 근처에서 점심을 먹은 뒤 같은 코스를 타고 잠실 시그니엘 서울까지 돌아와야 한다. 왕복 400km 가까운 주행코스다. 서울 도착 예정시간은 오후 5시였지만 만성 정체구간이 있다보니 시간이 더 걸렸다. 

8시간 가까운 시승 일정이었다. 쉐보레는 무엇을 확인시켜주고 싶었던 걸까? 차 이름을 들으면 그 이유를 금방 안다. 쉐보레 ‘2020 볼트 EV’다. 시승행사의 테마도 ‘Long Range Driving Challenge’다. 옛날 옛적 초기 자동차가 막 개발되던 때라면 몰라도 누가 ‘장거리에 도전하는’ 시승행사를 기획했을까? 

최첨단 기술이 인간의 상상력을 능가하는 요즘이지만 전기차는 여전히 원시시대였다. 얼마나 더 빠르게, 얼마나 더 안락하게 달리는가를 경쟁할 단계가 못되었다. 누가 더 멀리가느냐가 아직은 더 중요했다. 충전 인프라와 충전속도가 기대치만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쉐보레 ‘2020 볼트 EV’는 2016년 출시된 순수전기차 ‘볼트 EV’의 상품성 개선 모델이다. 첫 모델도 완충시 최대 주행거리 383km를 인증받은 차였다. 

‘2020 볼트 EV’는 인증 주행거리가 더 늘었다. 실 주행 상황을 가정한 조건의 실험실 데이터로 완충시 최대 주행가능 거리 414km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400km’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는 크다. 서울에서 출발해 한번에 부산까지 갈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수치가 400km다. 그런데 ‘2020 볼트 EV’는 그 장벽을 넘고 있었다. 미디어 시승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미션도 바로 이 것이었다. 한번 충전으로 과연 400km 주행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서울에서 부산을 가고도 추가로 100km는 더 갈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 있었다. 2인 1조로 타고 온 시승차의 총 주행거리는 387.8km이었으며 에너지 수준을 가리키는 계기반 바늘의 추가 주행 가능 거리는 98km였다. 산술적으로 2명의 기자가 함께 시승한 ‘2020 볼트 EV’의 총 주행가능 거리는 485.8km였다. 

‘장거리 시승’은 원시적인 발상이었지만 이 보다 더 확실한 검증은 없었다. 

인증 주행거리 414km와 실 주행거리 485.8km의 차이는 도로 환경과 운전 습관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실험실에서 측정 된 주행거리는 볼트 EV의 강력한 회생제동(regenerative braking) 성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수치였다. ‘2020 볼트 EV’ 개발에 참여한 한국지엠 엔지니어는 “우리나라의 인증 실험 조건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예를 보면 실험실 인증 수치에서 회생제동은 약 2% 정도 플러스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회생제동 성능이 인증 주행거리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 운전에서 드러난 ‘2020 볼트 EV’의 회생제동 성능은 강력했다. 시승차에서 확보한 485.8km라는 수치는 운전 과정에서 벌어들인 에너지가 원 에너지에 가산돼 만들어진 주행거리였다. 인증거리를 훌쩍 넘길 수 있는 재주가 숨어 있었다.   

‘2020 볼트 EV’의 기어노브에는 일반 드라이브 모드의 ‘D’ 아래에 별도의 ‘L’ 모드가 하나 더 있다. 보통은 ‘D’ 아래에 스포츠 모드를 두지만 ‘2020 볼트 EV’의 ‘L’은 그런 용도가 아니다. 바로 원페달 드라이빙(One-pedal Driving) 모드다. 

원페달 드라이빙 모드는 일상 주행에서 회생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보통의 전기차는 주행 중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를 밟을 때 회생제동이 시작된다. 원페달 드라이빙 시스템은 두 기능을 하나의 페달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전기에너지 회생에 부하를 몰아주면서 마치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은 반응이 일어나도록 했다. 속도를 줄여나가다가 완전히 정차하는 순간까지 남아도는 운동 에너지는 모조리 회생에너지로 수거된다. 물론 가속 페달 옆에는 브레이크 페달이 있지만 ‘L’ 모드 운전이 익숙해지고 나면 브레이크 페달은 거의 밟을 일이 없다. 

이 시스템만 해도 꽤나 효율적인데 ‘2020 볼트 EV’에는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숨어 있다. ‘리젠 온 디맨드 시스템(Regen on Demand)’이다. 생긴 건 영락없는 패들시프트다. 운전대의 왼손잡이 뒤편에 자리잡고 있는데 필요할 때 왼손가락으로 잡아 당기면 기능이 작동한다. 리젠 브레이크를 잡아당기면 더 강한 회생제동력이 발생한다. 현대기아차에서 나오는 전기차에도 이름은 다르지만 비슷한 기능이 있다. 한쪽 레버는 회생제동력이 강해지게 하고, 반대쪽 레버는 회생제동력을 떨어뜨려 타력주행이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쉐보레의 리젠 브레이크는 좌측 하나밖에 없다. 이미 원 페달 드라이빙을 하고 있는 운전자가 추가로 회생제동력을 가할 필요가 있을 때 쓰도록 해 놓았다. 

이 기능은 한계령을 넘어 내리막 구간을 운행할 때 절묘하게 몫을 했다. 내리막 경사가 워낙 급하다보니 페달에서 발을 떼는 정도로는 안전 속도를 유지할 수 없었다. 추가적인 제동력이 필요했다. 그 때마다 리젠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니 한계령의 내리막 헤어핀 구간에서도 안정적인 하강이 가능했다. 

더 놀라운 일이 한계령 하강 구간을 내려와서 확인됐다. 산맥을 올라갈 때 보다 더 많은 전기 에너지가 남아 있었다. 원 페달 드라이빙과 리젠 온 디맨드 시스템을 적절히 활용하는 내리막 구간은 전기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볼트EV는 업그레이드 된 66kWh급 대용량 신규 배터리 패키지를 쓴다. 대용량이라고는 하지만 테슬라 모델S에는 100kWh급 배터리를 쓰는 트림도 있으니 배터리 용량이 커서 주행거리가 많이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66kWh급 배터리로 500km 가까이 달릴 수 있다는 건 볼트EV의 회생제동력이 만들어낸 반전이었다. 

배터리 자체의 성능도 좋아졌다. LG화학이 공급하는 288개의 리튬-이온 배터리 셀은 효율과 수명이 더 좋아졌다. LG화학 기술 담당자는 “팩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셀에서는 사이즈를 소폭 키우고 니켈 함량을 높여서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무게는 동일한 수준이지만 에너지 효율은 이전 모델보다 효과적으로 개선됐다. 급속충전기를 사용하면 1시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 충전이 가능하다. 

파워트레인은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150kW급 고성능 싱글 모터 전동 드라이브 유닛을 탑재해 204마력의 최고출력과 36.7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초 이내에 주파하는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를 구현한다. 이번 미디어 시승에서는 장거리 주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볼트EV를 구매해 타는 사람들 중에는 이 차의 퍼포먼스를 칭찬하는 이들이 많다. 

차선이탈 경고 및 차선유지 보조시스템, 저속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등 기존 모델에서 호평 받은 첨단 안전 시스템은 그대로 적용돼 있다. 

여기에 타이어는 스스로 손상을 치유하는 기능이 있는 제품으로 끼웠다. 볼트EV 전용으로 개발된 미쉐린 셀프-실링 타이어를 기본 탑재해 타이어 손상 시 타이어 내부에 도포된 실링제가 자동으로 손상 부위를 메워주도록 했다. 

2열 시트 사이 바닥에는 돌출형 터널도 없다. 전기차 전용 설계로 중앙 돌출형 터널 없이 바닥이 평평하다. 그만큼 공간 활용도가 커졌다. 

2020년형 볼트EV의 판매가는 동결이다. 배터리의 용량 증가와 상품성 개선은 그냥 덤이다. 정부 및 지자체의 전기차 구입 보조금을 제외한 볼트 EV의 가격은 개소세 인하분을 적용해 LT 4,593만원, LT 디럭스 4,693만원, Premier 4,814만원이다. 배터리 방전 시 최대 5년간 무제한 무상 견인 서비스(편도 80km 이내)도 받을 수 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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