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도심형 오프로더, 지프 랭글러 오버랜드 파워탑

2020. 6. 2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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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차감 높인 랭글러, 전동 개폐식 지붕으로 개방감 높여

 '지프 랭글러'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차다. SUV의 원조, 오프로더의 대명사, 지프의 아이콘 등 다양한 수식어가 모두 랭글러로 향한다. 하지만 그만큼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오프로드에 집중한 나머지 온로드에는 대응하기 힘든 것. 그래서 등장한 트림이 '오버랜드(Overland)'다.

 오버랜드는 투박하게만 느껴졌던 랭글러의 승차감을 덜어내고 도심에 어울리는 주행 특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내친 김에 디자인도 일부 바꿔 세련미까지 갖추게 됐다. 최근엔 천장을 여닫을 수 있는 오버랜드 파워탑이 국내에 출시되면서 랭글러의 라인업을 완성했다. 사회적 거리를 두며 랭글러 오버랜드 파워탑을 경험하기 위해 온·오프로드 주행과 캠핑을 동시에 경험하는 오버랜딩을 떠났다.


 ▲디자인&상품성
 랭글러 오버로드는 정통 오프로더를 지향하는 랭글러 루비콘에 비해 오프로더의 성격을 감춘 듯한 외관을 지녔다. 도시 배경에 어울릴만한 디자인 요소를 더해서 차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랭글러는 2박스 스타일의 차체와 7-슬롯 그릴, 원형 헤드램프, 경첩이 노출된 도어 등을 통해 마초적 기질을 풍긴다. 여기에 오버랜드는 그릴에 은빛 테두리를 두르고 펜더를 차체 색과 동일하게 처리했다. 트렁크 패널에 장착한 스페어 타이어는 하드 커버를 씌웠다. 앞 펜더에 전용 뱃지를 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불편했던 승하차는 전용 사이드스텝이 돕는다.








 지붕은 선루프 대신 어두운 캔버스탑이 개폐가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스카이 원-터치 파워탑'이라 불리는 이 품목은 주행 중에도 버튼 조작으로 20초 만에 2열 공간까지 여닫을 수 있다. 물론 다른 랭글러도 지붕을 탈착할 수 있지만 파워탑은 볼트를 풀고 떼내어서 보관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낼 수 있다.

 실내는 반듯한 대시보드에 마련한 원형 송풍구와 8.4인치 모니터가 랭글러의 전면부를 떠올리게 한다. 모니터는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U커넥트 인포테인먼트를 담았다. 오랜 시간 유지해 온 겉모습과는 다르게 전자장치가 제법 많아 알차다. 파워윈도우 스위치는 도어 탈착의 편의를 위해 센터페시아로 가져다놨다. 시트는 맥킨리 가죽으로 치장했다. 등받이에 오버로드 문구를 새긴 점도 특징이다. 시야는 프레임 차체에 지상고를 높인 구조 덕분에 보닛 대부분을 내려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높다.






 뒷좌석은 도어의 길이가 짧아 승하차가 쉽지 않다. 3m가 넘는 휠베이스를 갖췄지만 후륜구동 기반의 구조 때문에 엔진룸에 많은 공간을 할애한 탓이다. 시트 기울기도 세워져 있는 편이다. 바로 뒤에 위치한 우퍼 때문에 애프터마켓의 리클라이닝 개조에도 제한이 있다. 그러나 랭글러에 3명 이상이 짐을 다 싣고 탈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행복일 것이다.

 프레임이 노출된 적재공간의 크기는 898ℓ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2,050ℓ까지 확장 가능해 텐트, 매트, 테이블, 화로, 아이스박스 등 캠핑에 필요한 장비를 대충 실어도 넉넉하다. 좌석이 거의 평면으로 접히는데다가 높이도 여유가 있어 차박을 하기에 수월하다.


 ▲성능
 엔진은 2.0ℓ 가솔린 터보를 얹고 최고 272마력, 최대 40.8㎏·m를 낸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동력 성능은 2t이 넘는 체구를 움직이기에 모자람 없다. 험로에서 토크를 충분히 확보하며 쉽게 탈출할 수 있는 설정이다. 연료 효율은 복합 8.3㎞/ℓ를 인증 받았다. 도심과 고속도로, 지방도, 임도를 종합한 실제 주행 효율도 비슷한 8~9㎞/ℓ를 나타냈다.

 서울을 벗어나기 위해 고속도로에 올랐다. 넉넉한 출력으로 제한 속도까지 속력을 내자 불안감이 살짝 느껴진다. 바람을 쉽게 타는 차체 때문인지 꾸준히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물론 차의 원초적인 성격을 감안한 '감성'으로 남길만한 부분이다. 소프트탑을 채택한 만큼 주행 시 외부 소음은 적지 않게 유입된다. 처음엔 창문이 열린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란 말처럼 무뎌지기 마련이다. 수직에 가까운 앞 유리 근처의 풍절음은 생각보다 적다.

 오버랜드의 핵심인 승차감은 브리지스톤 듀얼러 685 타이어가 결정했다. 이 타이어는 승차감, 내구성에 초점을 둔 SUV용 제품이다. 그러나 차의 성격이 워낙 강한 탓에 루비콘보다 트럭에 탄 느낌을 어느 정도 지워냈다는 수준으로 봐야할 것 같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오자 고개를 넘어가는 와인딩이 펼쳐졌다. 에어컨을 끄고 지붕을 여니 뜨거운 햇살과 상반되는 시원한 바람이 차를 감쌌다. 오르막길에서의 동력 성능은 엔진회전수가 상승하지만 여전히 모자람없는 모습이다. 이어진 내리막에선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승차감에 중점을 둔 만큼 코너링의 한계는 낮았던 것. 여유를 갖고 주행 템포 늦추니 이내 안정을 되찾는다. 생각해보면 랭글러는 와인딩을 위한 차가 절대 아니다.


 목적지 인근엔 임도와 함께 난이도가 어느 정도 있는 자갈밭과 얕은 물이 펼쳐졌다. 잔잔하게 흐르는 물엔 이끼가 많은 법. 아니나 다를까 접지면이 제법 미끄럽다. 이번엔 트랜스퍼 케이스를 움직여 네 바퀴를 모두 굴려봤다. 랭글러의 트랜스퍼 케이스 레버는 부서질 것처럼 당기거나 밀어야 할 정도로 변속 레버보다 조작에 많은 힘이 들어간다. 그러나 레버가 체결되는 순간의 그 손맛은 다른 차에서 느끼기 힘들다.

 오버랜드의 구동계는 2.72:1 셀렉-트랙 풀타임 4WD다. 평소엔 뒷바퀴만 굴리다가 필요 시 네 바퀴, 또는 접지된 바퀴에 구동력을 보낸다. 4WD의 매력은 대단하다. 온로드용 타이어를 장착했지만 오프로드 기본기가 탄탄해 걱정이 없다. 높은 접근각과 이탈각, 지상고도 한 몫 한다. 중간중간에 큰 돌이 있더라도 걸리지 않고 오히려 타고 넘어간다. 비록 루비콘과 달리 스웨이바 분리 장치는 없지만 어지간한 험로 주파력은 갖고 있는 셈이다. 오프로드 주행 정보는 모니터의 오프로드 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다. 트랜스퍼 케이스, 피칭, 롤링 등의 정보를 계기판처럼 표시한다.


 ▲총평
 목적지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 차를 둘러봤다. 일반 SUV로도 충분히 올 수 있는 곳이었지만 바퀴가 헛돌지, 바닥이 닿는 건 아닌지 이런 걱정 없이 온 랭글러가 든든했다. 오히려 더 깊은 곳으로, 더 미끄러운 곳으로 가도 끄떡없을 것 같은 여유를 기대하게 했다. 도심형인 오버랜드였음에도 말이다.

 오버랜드 파워탑은 온로드를 위한 소프트탑 오프로더다. 평소 도심에서 생활하는 소비자를 위한 랭글러란 의미다. 자유분방함을 강조한 파워탑은 랭글러 다우면서도 편리한 요소다. 누군가는 퇴색한 오프로드 정신을 언급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적당한 타협이 될 것이다.

 가격은 6,340만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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