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290톤 초대형 트럭은 수소 밖에 답 없어" 보폭 넓히는 수소차

조귀동 기자 2020. 6. 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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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광산회사 앵글로아메리칸, 프랑스 에너지회사 엔지(ENGIE), 영국 자동차 회사 윌리엄스어드밴스드엔지니어링은 지난 3월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광산 채굴용 트럭을 개발키로 발표했다. 앵글로아메리칸이 사용하고 있는 290톤 규모의 일본 코마츠(小松)제 초대형 트럭에 대용량 연료전지를 집어넣겠다는 것이다.

앵글로아메리칸의 기술 담당 임원 토니 오닐은 "기존 디젤 엔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 성능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음이 없고 연료 비용이나 정비 등에 드는 비용도 낮다. 앵글로아메리칸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재 백금 광산에서 올해 운용 시험을 한 뒤, 추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앵글로아메리칸이 광산용 초대형 트럭을 수소연료전지 기반으로 개발키로 한 것은 내연기관이나 리튬이온전지보다 수소연료전지 구동계가 더 가볍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부(DOE)와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40톤급 트럭의 구동계(파워트레인) 무게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기존 디젤엔진은 7.5톤이고, 이를 전기차용 배터리로 대체하면 10톤으로 중량이 늘어난다. 하지만 수소차는 7톤이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소 트럭은 연료 전지 0.15톤, 보조 전력 공급용 배터리 0.6톤만 사용한다. 순수 전기 트럭의 경우 7.5톤 가운데 4.5톤이 배터리다. 높은 출력을 내기 위해 추가로 탑재해야하는 동력원의 무게에서 수소연료전지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이다.

◆수소 트럭 대표 주자 니콜라, 美 증시 상장

2020년 들어서 수소연료전지가 자동차 산업 내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고압 용기에 수소를 저장해야 하고, 연료전지 시스템이 무겁고 비싸다는 단점이 있어 상업화 과정에서 순수 전기차 대비 느린 성장 속도를 보여왔다. 수소 충전소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도 만만치 않은 문제였다. 하지만 진정한 탈(脫)내연기관을 위해서는 수소연료전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관련 산업도 개화(開花)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 보쉬는 4월 말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2022년 차량에 탑재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를 양산해 수소 버스, 수소 트럭 제작 회사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폴크마 덴너 보쉬 회장은 "수소는 미래 친환경 동력원"이라며 "수소연료전지 양산 비용을 낮추기 위해 스웨덴 파워셀과 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덴너 회장은 "수소 경제는 유럽이 2050년 탄소 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치를 0으로 만드는 것)을 달성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보쉬는 2030년에 상용차 8대 가운데 1대가 수소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의 수소연료전지 양산이 가능해지면 이를 차량 뿐만 아니라 전력 저장이나 발전용으로 공급한다는 사업안도 내놨다.

수소 트럭의 선두 주자인 미국 니콜라는 미국 증시 나스닥(NASDAQ)에 상장한다. 니콜라는 지난해 9월 영국 상용차·농기계 회사 CNH로부터 2억5000만달러(2900억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기업 가치가 30억달러(3조4000억원)로 뛰어올랐다. 2021년에 실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니콜라는 8~10년 내에 미국에서 수소 충전소 700개소를 건설해 인프라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슈퍼카 회사들도 수소 경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앵글로아메리칸과 함께 수소 트럭을 개발하는 윌리엄스어드밴스드엔지니어링은 세계 최고 모터스포츠 포뮬러1(F1)용 차량을 개발하는 회사다. 전기차 기반 모터스포츠인 포뮬러E 구동계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아우디의 모터스포츠 책임자였던 롤란드 굼퍼트가 세운 굼퍼트사는 지난 5월 연료전지로 구동하는 슈퍼카 ‘나탈리’를 공개하고 판매에 들어갔다. 이 차량의 동력원은 메탄올 기반의 연료전지다. 동력원이 수소가 아닌 메탄올이지만, 연료전지 구동계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향후 얼마든지 수소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다.

◆날개 펼친 넥쏘…올해 판매량, 전년比 2배 증가

현대자동차(005380)의 수소차 넥쏘는 국내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1~5월 넥쏘 판매량은 2300대로 2019년 같은 기간(1070대)보다 2배 가량 많다.

넥쏘는 2018년 3월 출시된 현대차의 첫 상용 수소차다. 판매량이 2018년 730대에서 지난해 4190대로 뛰었다. 올해는 5000대 선을 넘을 것이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예상이다.

넥쏘는 20여년간 이어져온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이 집약된 차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경쟁하는 도요타 미라이와 비교해 여러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차량출력의 경우 넥쏘는 120kW로 113kW인 미라이를 앞선다. 항속거리 역시 미라이가 502km인데 비해 넥쏘는 609km에 이른다.

독일의 유력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지난해 7월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수소차 GLC F-Cell과 넥쏘의 성능을 비교 분석했다. 주행가능거리와 충전옵션, 연비, 실내공간 등 6개 항목에서의 점수를 종합한 결과 벤츠 GLC 에프셀(F-Cell)은 100점 만점에 66점을 받은 반면 넥쏘는 95점을 받았다. 넥쏘는 유럽의 신차안전도평가인 유로 NCAP 테스트에서도 수소차 가운데 처음으로 최고등급인 별 다섯 개를 기록했다.

◆도요타, 수소 버스 상용화

일본 도요타는 지난 4월 수소 버스 ‘소라(SORA)’를 상용화해 실제 노선에 투입했다. 도요타의 소라는 수소 승용차 미라이(未來)의 114㎾급 연료전지와 113㎾ 출력의 모터를 각각 두 개씩 탑재하고 있다. 미라이의 2세대 모델도 올해 하반기 출시한다.

도요타는 중국 회사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수소차 육성 정책을 펴고 있는 데, 연료전지와 연료전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관리하는 제어기술 등을 중국 회사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중국 내 수소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차 보급 대수를 100만대로 늘리겠다며 ‘수소차 굴기(崛起)’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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