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계일보

선루프 밖 별 헤는밤.. 언택트시대 '차박용 SUV' 뜬다

이정우 입력 2020.06.0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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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캠핑붐에 인기.. 입문자 팁 / SUV 좌석 2·3열 접어 누울 공간 마련 / 평평한 '풀 플랫' 구현이 안락함 좌우 / 단종된 올란도부터 쏘렌토까지 각광 / 최대 수용 어른 2명·아이 1명 도합3명 / 초과 땐 도킹·루프톱 등 텐트 추가 필요 / 관련 용품 매출 2019년比 636%까지급증
 
“아빠, 우리는 언제 여행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밖으로 나갈 기회가 없는 아이의 칭얼거림이 잦아졌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4개월을 훌쩍 넘어서면서 창밖 풍경은 이미 초여름을 알리고 있다. 아이들을 집에만 있게 하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는 걱정도 인다. 그렇다고 코로나19의 지역감염 발생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기 여행지를 찾아도 숙박시설을 이용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꼭 나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느 정도 가능한 캠핑은 괜찮은 선택이다. 하지만 캠핑에도 진입장벽은 있다. 여러 장비를 갖춰야 하고, 텐트를 설치·철수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이를 어느 정도 보완할 대안은 ‘차박’(車泊)이다. 차박은 차량의 내부 공간을 활용해 숙박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접촉을 줄이고,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코로나19 시기에 매력적인 장점이다.
일례로 전자상거래 업체 위메프는 지난달 차박관련 용품의 매출이 전년 대비 최대 636%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일부 인기품목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절 대란’도 벌어지고 있다. 과거 주로 마니아층 위주로 이뤄졌던 차박이 코로나19 대유행 시대의 ‘언택트’(비대면) 트렌드를 타고 그 영역을 점차 넓히고 있다.

◆‘차박’, 핵심은 ‘풀 플랫’

일반적인 차박은 특별한 장비나 개조 없이 차량 내부에서 숙박하는 것을 뜻한다. 차량 내부에 여러 편의시설을 갖춘 캠핑카나 견인장치를 이용해 끌고 이동하는 카라반(캠핑 트레일러)을 이용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차박을 위해서는 우선 충분한 누울 공간이 필요하다. 경차나 세단을 이용한 ‘승용차박’족도 일부 있지만, 차량의 크기가 큰 차량이 선호된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미니밴, 승합차 등 다목적차량(MPV)이 아무래도 공간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2열이나 3열까지 접었을 때 바닥 공간이 평평해지는 ‘풀 플랫’(full flat·완전 평탄화) 차량이라면 더욱 편안한 잠자리가 보장될 수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에 차박 수요가 늘면서 완성차 업체들도 풀 플랫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주로 차량들이 박스 형태의 짐을 적재하기 쉽도록 풀 플랫 형태로 만들어졌다”며 “그런데 최근엔 차박을 다양한 차량 공간 활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쉐보레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트레일블레이저에 매트를 깔고 차박을 준비한 모습. 쉐보레 제공
국내 차박족들에게 ‘풀 플랫의 교본’으로 불리는 차량은 한국GM의 올란도(단종)다. 올란도는 2열과 3열을 접을 경우 완벽하게 평탄화가 되기 때문에 바닥에 매트를 깔지 않고도 잠을 잘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올란텔’(올란도+호텔)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한국GM의 또 다른 단종 차량인 캡티바를 비롯해 현재 판매 중인 트랙스, 트레일블레이저, 이쿼녹스, 트래버스 등 모든 SUV가 풀 플랫이 가능하다.
기아차의 올 뉴 카니발 매직스페이스도 차박족들의 호평을 받고 잇다. 이 차도 2열 좌석을 접는 게 아닌 위로 들어올리는 형태로 새로운 형태의 풀 플랫을 구현할 수 있다. 현재 출시되는 모델에는 적용되지 않아 중고차를 구하려는 차박족들도 있다. 최근 출시된 쏘렌토도 어느 정도 평탄화가 된 차량으로 꼽힌다. 출시 1년 반이 됐지만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팰리세이드는 완벽에 가까운 풀 플랫을 구현해 차박계에서도 대세를 이끌고 있다.
폴크스바겐 티구안에 비해 전장을 늘리고 3열 좌석을 추가한 티구안 올스페이스. 폴크스바겐 제공
수입차 중에서는 푸조의 SUV 3008과 5008이 차박용 풀 플랫을 적용해 인지도가 높다.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일부 푸조 전시장에서는 아예 이들 차량을 차박 형태로 세팅한 차량들을 전시하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폴크스바겐의 티구안 올스페이스도 기존 티구안보다 전장을 215㎜ 늘렸고, 준수한 수준의 평탄화도 구현해 올해 차박 유행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높다.

◆차박, 즐거움 더하려면

풀 플랫이 아닌 차량이라고 해서 차박을 즐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활용하면 차종별 평탄화 묘수들을 얻을 수 있다. 또 가벼운 공간 개조 등으로 평탄화 작업을 해주는 업체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어느 정도 평탄화가 완료됐다면 쿠션감을 더해줄 매트를 깔고 이불 또는 침낭 등을 준비하면 된다.

쌀쌀한 밤을 나기 위해 차량용 전기장판이나 무시동 히터를 준비하는 차박족도 있다. 주변에서 전기를 쓸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해 차량 주행에 충전되는 고용량 보조배터리(파워뱅크)도 구비한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차박에 도전하기 전 고민해야 할 부분은 인원이다. 차박의 적정인원은 2명, 아이를 포함해도 3명이 최대다. 아무리 큰 차량이어도 4명 이상 나란히 자리에 눕기는 버겁다. 이런 경우에는 차량 위에 설치하는 루프톱 텐트나 SUV 차량의 테일게이트와 연결하는 도킹텐트 등의 설치를 고려해야 한다.

차박의 즐거움을 더하는 데는 파노라마 선루프만 한 것이 없다. 4년차 차박족인 김진곤(41·서울 광진구)씨는 “선루프를 통해 보이는 밤하늘의 별빛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곧바로 볼 수 있는 하늘은 차박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라고 말했다. 또한 차량의 구동방식은 장소의 제약을 없앨 요소다. 그는 “사륜구동차량이라면 강가나 바닷가의 자갈밭이나 모래사장 등에서도 차박이 가능하다”며 “차가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질수록 장소의 선택지도 많아진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