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닛산의 한국 철수, 단지 기뻐할 일일까

박찬규 기자 2020. 5. 3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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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이 한국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한국닛산이 철수한다. 그동안 벌어진 일본 불매운동에 백기를 든 것이라며 기쁨에 들뜬 이가 많다. 분명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을 테지만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 내린 판단이다.

닛산의 한국 철수 결정 이면엔 여러 속사정이 있다. 닛산은 단지 일본의 2위 자동차제조회사를 넘어 글로벌 공룡인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일원이다. 그동안 세 회사는 동맹 속에서 각 사의 역할이 겹쳐 효율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지만 이젠 각자의 영역을 분명히 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노리는 중이다. 앞으로는 르노가 커넥티드카 관련기술을 맡고 닛산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한다. 미쓰비시는 생산을 책임진다.

그동안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되도록 진출 시장이 겹치지 않도록 해 경쟁을 피하는 전략을 써왔다. 하지만 한국은 두 브랜드가 나란히 진출해 각자의 시장을 형성했고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북미용 닛산차를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생산한 북미용 로그를 국내에 판매하는 방안도 언급됐지만 이 경우 르노삼성의 QM5, QM6 등이 영향을 받아 오히려 카니발리제이션(판매간섭)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형평성도 논란이 될 수 있기에 단지 희망사항으로 마무리됐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로고 /사진=로이터

이번에 닛산이 새로 발표한 구도를 한국시장에 대입하면 사업영역에 모호한 점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고민을 덜어낼 만한 강력한 한방이 없다면 반일 불매운동 등으로 적자가 누적되는 시장에서 굳이 사업을 유지할 명분조차 없다. 닛산의 한국 철수설이 현실로 이어진 배경이다.

닛산은 11년만에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회계년도(2019년 4월1일~2020년 3월31일) 실적발표에 따르면 순손실이 무려 6710억엔(7조7000억원), 매출액은 9조8788억엔(113조7000억원), 영업적자는 404억엔(4650억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큰 문제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르노와 닛산의 힘겨루기가 대표적이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2018년 11월 일본 검찰에 긴급 체포되는 사건이 생겼다. 금융상품거래법 위반, 특수배임 등의 혐의다. 2019년 3월 무려 10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가택 연금을 이어가다가 같은해 12월 일본을 몰래 탈출해 레바논에 숨었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 /사진=로이터

카를로스 곤을 둘러싼 희대의 사건은 르노와 닛산의 신경전이 본격화돼 벌어진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프랑스 르노가 일본 닛산을 합병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를 반대한 일본 세력이 의기투합해 곤 회장을 몰아냈다. 르노는 프랑스 정부가 대주주로 참여한 국영기업인 만큼 일본 2위 자동차회사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고 본 것이다.

흥미로운 건 두 회사가 각자 새로운 수장을 앞세워 동맹을 깨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것처럼 보였지만 잡은 손은 결코 놓지 않았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려면 얼라이언스 차원의 전략이 생존의 필수요건이었기 때문. 이 과정에서 닛산이 르노에 속한 회사가 아니라 대등한 관계로 어느정도 올라선 건 성과라면 성과겠다. 망해가는 닛산을 회생시켜 자생력을 갖추게 한 곤 회장 입장에선 할 말이 많지 않을까.

글로벌 구조조정이라는 시퍼런 날이 선 칼을 휘두르려는 가운데 한국에서 반일 불매운동이 터졌다. 판매는 급감했고 신차소식도 없으니 딜러도 하나씩 짐을 쌌다. 지난해 140억원의 적자를 내며 철수설이 계속 불거졌음에도 한국닛산은 이를 강하게 부정할 뿐이었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상한 낌새는 현실이 됐다. 하지만 전면철수는 예상치 못했다는 게 닛산 내외부에서 들리는 얘기다.
마코토 우치다 닛산 사장이 중기 경영계획 발표 중이다. 한국에서의 철수도 언급했다. /사진=로이터

지난 28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닛산 글로벌 본사(HQ)에서 마코토 우치다 닛산 사장이 글로벌 중기 경영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시장 철수를 별도로 언급했다. 전체 판매량이나 점유율 등 어떤 지표로 보더라도 한국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만한 수준이지만 사장이 직접 입에 올린 점이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이날 우치다 사장이 발표한 내용은 ‘선택과 집중’이 핵심이다. 일본, 중국, 북미를 핵심 거점으로 삼는 것과 인도네시아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 폐쇄, 한국시장 철수를 공식화했다. 생산도 2023년까지 20% 줄여 540만대 규모를 유지할 방침이다.

일본 본사 직원의 전언에 따르면 현재 회사 분위기는 꽤 침울하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특유의 문화가 있음에도 이 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고 한다. 이런 점은 한국에서의 철수가 단지 반일 불매운동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닛산을 보자. 일본차회사라고 비난하고 조롱하던 대상이 드디어 철수한다. 이겼다는 생각이 드는가. 어찌 보면 진 것이다. 수모를 겪으면서도 자존심을 꺾고 어떻게든 붙어있을 시장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닛산이 철수하면 그 회사에서 근무하던 이들은, 그리고 이들과 거래하던 수많은 기업, 그 회사에서 일하는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는다. 누군가의 자녀이자 생계를 책임진 가장이고 우리의 이웃이다.

자동차산업 측면에서 보면 이렇게 쉽게 떠나는 건 좋지 않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시장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 그래야 소비자 선택권이 늘고 특정 기업이나 특정 집단으로의 쏠림현상도 완화할 수 있다. 어느 한쪽으로 무게추가 크게 기울면 반드시 또 다른 문제를 낳게 마련이다.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지금부터는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새로운 전략이 한국 자동차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시점이다. 자연스레 다음 시선은 르노삼성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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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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