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수입차' 르노 캡처의 '배짱 가격', 비싼데 싸다는 '반전'

최기성 입력 2020.05.23 11:52 수정 2020.05.24 08:2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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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르노 캡처, 다 계획 있던 '반전 가격'의 진실
[사진 제공=르노삼성]
“왜 이리 비싸? 수입차 티를 내는 거야? 배짱 장사야?”

르노삼성 QM3의 후속인 ‘수입차’ 르노 캡처의 가격이 처음 공개됐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격이 착하지 않아서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가격이 비싸야 잘 팔린다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가 정설처럼 여겨졌다. 베블런 효과는 가격이 비싼 물건을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흔쾌히 구입하거나, 가격이 오르는 데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수입차 브랜드들도 베블런 효과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수입차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대중적인 차종이 많아지면서 베블런 효과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수입차 살 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나 품질)를 따지는 소비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2세대로 진화한 신형 르노 캡처는 '철 지난' 베블런 효과를 노리는 것처럼 '철 없는' 배짱 가격에 나왔다. 가장 저렴한 모델의 가격이 2413만이다. 16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쌍용차 티볼리, 1800만원대부터 구입할 수 있는 기아차 셀토스 등 경쟁차종보다 시작 가격이 500만~800만원 가량 비싸다.

프랑스에서 개발되고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수입차이지만 국산차 브랜드인 르노삼성이 판매하고, 경쟁상대도 국산차종이며, 저렴한 가격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소형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입차 티’를 내는 것처럼 여겨진다.

가격이 비싸진 이유는 있다. 캡처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수입차이기 때문에 사양(옵션)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나 원하는 조건에 맞춰 차를 고를 수 있는 선택폭이 좁아진다. 자동차회사 입장에서도 판매에 걸림돌이 된다.

르노삼성은 캡처를 별도 사양 없이 가솔린·디젤 각각 2개 트림씩 총 4개 트림으로만 판매한다.

르노삼성은 다양하지 못한 트림과 사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로 선택 사양에 넣는 첨단 안전·편의 사양을 상위 트림은 물론 하위 트림에도 기본 사양으로 대거 채택하는 ‘모험’을 선택했다.

모험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국내에서 소형 SUV 구매자들은 가격에 민감하기(민감하다고 자동차 회사들이 여기기) 때문이다. 선택 사양을 기본 사양으로 넣으면 기본 모델의 가격이 올라간다.

국내 소비자들의 경우 실제로 차를 구입할 때 기본 모델을 선택하는 비중이 낮다. 하지만 해당 차의 ‘시작 가격’ 역할을 하는 기본 모델의 가격은 ‘싸다 비싸다’를 결정하는 바로미터(척도)가 된다.

기본 모델의 가격이 경쟁차종보다 비싸면 소비자들은 사양을 넣었을 때 가격까지 비교하지 않은 채 해당 차는 무조건 경쟁차종보다 비싸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들이 해당 차 구매를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사진 제공=르노삼성]
이런 상황에서 르노삼성은 오히려 역발상을 시도했다. 오른쪽 뺨을 맞으면 고개를 숙이거나 방어를 하는 게 아니라 더 쳐보라고 왼쪽 뺨까지 내미는 것처럼 도발적으로 치고 나갔다.

하위 트림에 해당한다고 첨단 안전·편의 사양을 시늉만 낼 정도로 넣어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게 아니라 과하게 여겨질 정도로 각종 사양을 기본 적용했다.

가솔린 모델인 TCe 260의 경우 긴급 제동 보조, 차간거리 경보, 차선이탈 경보, 차선이탈 방지 보조, 사각지대 경보,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오토매틱 하이빔, 리어슬라이딩 벤치 시트, 컬러 TFT 클러스터, 패들시프트, 앰비언트 라이트, 리어 에어벤트, 컴바인드 에어필터, 앞좌석 열선시트, 전자식 룸미러/하이패스, 후방 카메라 등이 기본이다.

TCe 260 에디션 파리는 초보를 베테랑으로 만들어주는 ‘주차의 신’ 어라운드 뷰 모니터까지 기본 사양으로 채택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입차인 ‘탓’에 사양을 고를 수 있는 재미는 줄었지만 ‘덕분’에 골라야 하는 고통도 적어졌다. 과도하게 사양을 선택해 예산을 초과하는 불상사도 예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경쟁차종들의 사양을 감안하면 가격이 착해진다. 캡처는 풀옵션급인 고사양 트림의 가격을 주적으로 설정한 셀토스보다 낮게 책정했다.

캡처 트림 중 가장 비싼 TCe 260 에디션 파리의 가격은 2748만원으로 셀토스 1.6 터보 풀옵션 모델(2864만원)보다 116만원 저렴하다. 캡처 디젤 모델 1.5 dCi 트림 중 가장 비싼 인텐스의 가격은 2662만원으로 셀토스 1.6 디젤 풀옵션 모델(3050만원)보다 388만원 저렴하다.

가장 가격이 저렴한 모델끼리 비교하면 셀토스보다 500만원 이상 비싸지만 소비자들이 기본 모델보다 더 많이 선호하는 풀옵션급 모델에서는 오히려 가격이 400만원 가까이 저렴해진다. 비싼데 싸지는 '반전 가격'이다.

캡처는 수입차인 만큼 국산차 시장은 물론 수입차 시장도 노린다. 타깃은 프리미엄 소형차의 아이콘인 3000만원대 미니와 4000만원대 소형 SUV인 미니 컨트리맨이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 출신답게 감각적인 디자인, 수입차로서는 저렴한 2000만원대라는 가격과 다양한 사양이 무기다. 주요 타깃은 감각적인 디자인과 첨단 사양을 선호하는 여성 운전자다.

[사진 제공=르노삼성]
캡처는 생애 첫차(엔트리카) 시장도 적극 공략한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 시스템, 360도 주차 보조 시스템,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 등 운전을 쉽고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이지 드라이빙’ 시스템을 기본으로 갖춘 이유다. 가격보다는 안전과 편의를 중시하는 생애 첫차 구매자들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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