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프랑스에서는 럭셔리 SUV 이렇게 만듭니다..DS7 크로스백

조귀동 기자 입력 2020. 5. 19. 14:41 수정 2020. 5. 2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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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과 푸조를 만드는 프랑스 PSA는 지난 2009년 고급 자동차 브랜드 DS를 내놓는다. DS는 시트로엥이 지지난 1955년 출시한 DS를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붙은 브랜드명이다. DS는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능, 뛰어난 승차감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1975년 결국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시트로엥은 전통적으로 중형 이하 차량 위주였고, 그러다보니 럭셔리 차량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따르다 보니 PSA도 고급차 시장에 진입하게 된 셈이다.

한국에 DS오토모빌(2015년 DS는 DS오토모빌이라는 자회사로 독립) 자동차가 수입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DS3 크로스백’과 준중형 SUV ‘DS7 크로스백’이 각각 출시됐다. 그 가운데 DS7 크로스백을 시승했다. DS7 크로스백은 DS의 플래그십 모델이다. 프랑스는 배기량 2000cc 이상 차량에 중과세해왔기 때문에 DS7이 플래그십 모델 역할을 맡게됐다. 시승 구간은 서울 영등포와 경기도 파주 임진강역을 왕복하는 구간으로 총 145km였다. 주로 자동차 전용도로와 국도, 서울 시내 도심 도로 등 평탄한 구간이었다.

DS7을 보면 준중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덩치가 크다. DS7의 크기는 전장 4595mm, 전폭 1895mm, 축거(휠베이스) 2740mm다. 현대자동차의 중형 SUV 싼타페의 전장 4770mm, 전폭 1890mm, 축거 2765mm와 비교해보면 전장이 175mm 짧을 뿐 전폭은 5mm 더 넓고 축거는 25mm만 짧다. 엔진룸 공간이 좀 더 작고, 트렁크 공간이 축소되었을 뿐이다. PSA는 이 모델을 유럽 차급 분류 기준인 길이를 기준으로 ‘C세그먼트’로 분류하지만 D세그먼트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차량 내부 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신장 180cm인 성인 남성이 시동을 걸기 전 운전석이 뒤로 밀려있는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려면 꽤 버거울 정도로 운전석 공간이 난다. 뒷좌석의 경우에도 레그룸이 충분했다. 다만 전고가 낮은 편(1630mm로 싼타페의 1680~1705mm보다 50mm 정도 낮다)이라 머리 위 공간이 여유롭지는 않았다. 뒷좌석의 경우 전동 스위치로 등받이를 뒤로 살짝 젖힐 수가 있는 데, 안락한 느낌으로 탑승이 가능하다.

내장 디자인의 경우 프랑스 고가 공업제품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PSA는 DS7을 소개하면서 "‘예술이 있는 삶(Art de vivre)’을 지향하는 DS만의 스타일"이라고 설명하는 데, 그러한 묘사가 허언이 아니다. 다이아몬드 형태 사각형을 컨셉으로 내부 가죽 소재, 금속제 버튼, 디지털클러스터와 차량 기능을 제어하는 디스플레이의 UI(유저인터페이스)를 꾸몄는데 멋들어지게 잘 어울렸다.

마름모 형태가 주는 모던함과 단순성, 그리고 절제된 색 사용과 적절한 금속 사용이 고급 장신구를 사용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가령 운전석 창문 조절 및 스피커 음량 조절은 금속제 버튼을 사용하는 데, 끌을 이용해 일정한 패턴으로 금속을 깎는 기요세 기법(Guilloché)을 쓴다. 고가 시계 등에 사용하는 방법이다. 대시보드 주변 플라스틱의 질감과 손바느질로 마감된 가죽소재도 부드럽게 이어지는 느낌이라, 운전석에 앉았을 때 만족감을 더해준다.

국내에 도입된 모델은 배기량 2000cc에 180마력(PS) 디젤 엔진을 탑재한다. 변속기는 아이신제 8단이다. 매끄러운 가속 성능을 보여준다. 시속 40~50km로 주행하다가 시속 100km 전후로 속도를 높였을 때 부드럽고 빠르게 가속이 되었다.그 이상 속도까지도 부드럽게 속도계가 올라갔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가속 성능은 한층 강화된다. 자유로에서 도로 공사가 진행되는 구간에서 형성된 곡선 구간에서도 매끄럽게 주행이 이뤄졌다.

DS7은 전방 5~20미터(m)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차량의 높낮이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고속 주행을 하면서 디자인을 강조하는 준중형 SUV라고 생각했던 DS7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게 됐다. 올해 시승해 본 준중형~중형 SUV 중에서 가속 및 고속 주행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 차량과의 간격 조절이나 차선유지조보조 기능도 만족스러웠다. 연비는 145km를 주행해 16.9km/L가 나왔다.

내비게이션은 SK텔레콤의 티맵을 기반으로 차량에 맞게 인터페이스를 국내 회사가 바꾼 전자지도를 사용한다. 수입차의 경우 전자지도의 성능이 티맵 등에 비해 뒤떨어지는 경우가 왕왕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쾌적하게 도심 주행을 할 수가 있다. 스피커의 경우 슈베르트의 가곡을 들었을 때 음은 또렷이 들렸지만, 중저음 재생에 있어서는 힘이 부친다는 느낌이 들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은 차량 내부의 조작계 배치다. 램프(깜빡이)와 와이퍼 구동 레버가 패들 쉬프트(운전대에서 바로 변속할 수 있는 장치) 밑에 있는데, 단순히 켰다 끄는 것 이상의 조작이 어렵다. 또 크루즈컨트롤 등과 관련된 버튼도 운전대 아래에 있는 데, 처음에는 익숙해지기 쉽지 않다. 공조 조절, 창문 여닫기, 사이드미러 조절 등의 기능을 조절하는 방법이 다른 회사 차량과 약간 다른 구석이 있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럭셔리 시장에서 경쟁하는 다른 차종과 비교해 소음이 다소 있는 편이다. 중저속 주행 중이라면 괜찮지만, 고속 주행 중 노면 소음과 풍절음이 차량 안으로 유입되는 걸 막지 않은 건 아쉬운 부분이다. 이 차량은 디스플레이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는 데, 내비게이션 기능을 쓰는 도중 먹통이 되어버리는 경험을 했다. DS7에 원래 장착된 소프트웨어를 국내 업체가 만든 내비게이션 기능과 통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로 보였다. 관련해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하면 되는 사안이긴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가격은 5047만~574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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