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로 폼 잡지 마"..'3000만원대 슈퍼카' 벨로스터N

최기성 2020. 5. 16. 15: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현대차]
도로 위 ‘악동(惡童)’이 있다. ‘작은 악마’라는 애칭도 있다. ‘남자의 로망’이라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이 만든 ‘폼생폼사’ 슈퍼카나 고성능 스포츠카도 쩔쩔맨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서브 브랜드인 BMW M과 메스세데스-AMG가 만든 퍼포먼스카다. 대형 세단·SUV에 어울릴 고성능 엔진을 작은 체구에 얹고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확보한 레이싱머신 기술도 적극 적용해 '슈퍼카 잡는 퍼포먼스카'로 대접받는다.

고성능 퍼포먼스카는 우수한 기술력의 상징이다. 브랜드 가치도 높여준다. 그러나 기술력이 있어도 판매대수가 적기 때문에 ‘이윤’을 감안하면 생산하기 쉽지 않다. 다품종 소량생산 '체력'을 갖추고 브랜드 인지도도 높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

판매와 기술 측면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한 현대차도 포뮬러원(F1)과 함께 국제 자동차경주대회 양대 산맥을 형성한 월드랠리챔피언십(WRC)을 통해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8년 고성능 브랜드 'N'을 출범시키면서 '악동 대열'에 합류했다.

N은 현대차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가 있는 남양(Namyang)과 혹독한 성능 테스트로 악명 높은 독일 뉘르부르크링(Nurburgring) 서킷의 앞 글자에서 가져왔다.

[사진 제공=현대차]
국내 출시한 N 브랜드 첫 모델은 벨로스터(Veloster)를 기반으로 만든 벨로스터N이다. 벨로스터N은 N의 철학인 ‘펀 투 드라이브(Fun to Drive, 운전의 재미)’에 충실했다.

벨로스터N은 국내외에서 핸들링·코너링, 주행감성, 엔진성능, 외관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존재감을 높여나갔다.

지난해 국내 판매대수는 벨로스터가 1170대, 벨로스터N이 1005대다. 아반떼 판매대수 6만2104대에 비하면 28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수요가 한정된 틈새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성과다. 올해 1~3월에는 벨로스터가 220대, 벨로스터N이 195대 판매됐다.

그러나 벨로스터N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수동변속기 때문이다. 벨로스터N은 운전 재미를 위해 6단 수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수동변속기는 ‘손맛·발맛’이 우수하다.

자동변속기 차량과 달리 양 손발을 모두 써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익숙해진다면 운전자가 차량을 통제하는 재미도 선사한다. 문제는 구매층이 넓지 않아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국내에서는 1997년 2종 보통 자동변속기 운전면허 취득이 허용된 이후 자동변속기로 2종 면허를 따는 운전자들이 대다수다. 경찰청 운전면허 종별 취득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4136만명 중 2종 소지자는 1858만명에 달한다. 1종 소지자 2278만명이다.

수동변속기로 면허를 취득한 1종 소지자들도 주로 자동변속기 차량을 구입, 수동변속기 운전에 서툴 때가 많다. 국내에서 승용차 구매자 100명 중 99명이 자동변속기를 선택한다.

‘수동변속기 천국’이라는 유럽에서도 수동변속기 점유율이 감소 추세다. 2010년 이전에는 80% 이상이었지만 2010년대 초반에 60% 수준으로 떨어졌고 현재는 5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도 자동변속기 점유율이 95% 이상이다.

이는 수동변속기 회피로 이어진다. 벨로스터N 성장도 가로막을 수 있다. 자동변속기에 익숙한 운전자에게 벨로스터N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에 ‘발맛’은 줄이고 ‘손맛’은 살리고 ‘살맛’은 높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수동변속기의 재미에 자동변속기의 편리함을 결합한 반(半) 자동변속기인 ‘N DCT’를 채택했다.

DCT는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이라는 뜻이다. 두 개의 클러치가 각각 홀수 또는 짝수의 기어만을 담당하면서 변속한다. 클러치가 하나만 있을 때보다 변속을 빠르게 할 수 있고 동력 손실도 줄일 수 있다.

N DCT는 또 건식 구조를 선택하는 일반 DCT과 달리 습식 구조를 적용했다. 습식 클러치는 냉각 성능이 뛰어나고 토크 허용치가 높으며 유연성과 내구성도 우수해 고성능 모델에 적합하다.

[사진 제공=현대차]
현대차는 지난달 21일 메르세데스-AMG 무대인 용인 AMG 스피드웨이에서 벨로스터N 시승행사를 열었다. 메르세데스-AMG와 정면대결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시승차는 N 전용 고성능 가솔린 2.0 터보 엔진과 8단 N DCT를 얹었다. 최고출력은 275마력, 최대토크는 36kg.m다. 발진가속도(시속 0→100km 도달시간)는 수동변속기 모델보다 0.5초 단축된 5.6초다. 가격(개별소비세 인하 적용)은 2944만원부터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트 벨트가 눈에 띈다. 일반적으로 채택하는 블랙 컬러 대신 외장 컬러와 마찬가지로 스카이 블루 컬러를 채택했다. 메르세데스-AMG 벨트는 레드 컬러를 입혔다.

기어 변속기는 자동변속기처럼 레버를 ‘D(주행)’로 옮기면 움직인다. 장애물(라바콘) 사이를 지그재그로 질주하는 슬라럼과 짐카나 구간에서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설정한 뒤 시속 50~60km로 달릴 땐 서스펜션이 단단해지면서 좌우 흔들림을 잘 잡고 날카로운 조향 성능을 발휘한다.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차체가 버텨낸다.

고급 합성소재인 알칸타라를 사용하고 허리를 지지하는 사이드 볼스터를 적용한 헤드레스트 일체형 버킷 타입 시트는 좌우로 흔들리려는 몸을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런치 컨트롤은 압권이다. 8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설정한다. 자동변속기 장착차에서는 할 일이 없었던 왼발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오른발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엔진회전수(RPM)을 높인다.

“우웅우웅” 굉음이 나오면 준비됐다는 신호다. 왼발을 떼면 곧장 차가 폭발적으로 튀어나가면서 몸이 휘청거린다. 영화 ‘분노의 질주’ 속으로 들어가 드래그레이스(직선 코스에서 가속 성능을 겨루는 경기)를 펼치는 기분이 든다.

서킷에서는 ‘코너링의 마술사’가 된다. 자동차가 바깥으로 벗어나려고 하는 언더스티어를 잘 억제한다. 코너링 탈출 속도도 빠르고 브레이크 응답성능도 우수하다.

변속하느라 손발을 바쁘게 움직여야 했던 수동변속기를 운전할 때보다 좀 더 여유롭게 서킷을 즐길 수 있다.

백미는 'N 그린 시프트(NGS)'다. 스티어링휠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20초 동안 가속 성능이 향상된다. 고속 주행로에 진입하거나 추월할 때 사용한다.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의 '부스터'와 비슷하다. RPM이 아닌 BPM(심장박동수)을 뛰게 만든다.

[사진 제공=현대차]
벨로스터N은 도로 위 악동(惡童)’이자 ‘악동(樂動)’이다. 게임으로 레이싱을 즐겼던 운전자를 실사판 카트라이더이자 서킷의 연주자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주행질감이나 안정감은 메르세데스-AMG나 BMW M 고성능 모델보다는 부족하다. 하지만 반 자동변속기로 펀(Fun)해졌고 편(便)해졌다. 가성비(가격대비성능)도 우수하다. 3000만원대에서 이 정도 고성능을 발휘하는 차는 찾기 어렵다.

벨로스터N은 일반적 기준의 슈퍼카는 아니다. 하지만 '슈퍼 파워'를 슈퍼카 기준으로 여긴다면 '슈퍼카’로 충분히 부를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의 유명 자동차 매체 로드앤트랙도 벨로스터N을 “오로지 운전의 즐거움을 위해 태어난 자동차”라고 호평하며 ‘2020 올해의 퍼포먼스카’로 선정했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