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콜시승] 불린 몸집,호랑이 눈매..6년만에 돌아온 '아빠차'

윤형준 기자 2020. 5. 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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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 '밀레니얼 대디' 타깃한 중형 SUV

‘밀레니얼 대디.’ 요즘 30~40대 아빠들을 부르는 호칭이다. 실리·안정성을 추구하고, 삶의 여유와 자기결정권을 중요하게 여긴다. 정형화된 행복보다는 자신만의 행복을 우선한다. 이를 위해선 때때로 과감한 소비도 한다. 기아차의 중형급 SUV ‘쏘렌토’가 파고드는 곳이 이 지점이다. 6년만에 완전변경을 거쳐 지난 3월 새로 출시된 4세대 쏘렌토는 밀레니얼 대디들이 만족할만한 안정성과 실용성, 멋을 모두 챙겼다.

6년만에 완전 변경을 거쳐 지난 3월 출시된 4세대 쏘렌토. /기아차

차 외관은 듬직한 인상. 앞선 모델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강조했다면, 4세대 쏘렌토는 직선의 묵직하고 강인한 맛을 살렸다. 전면부엔 기아차의 패밀리룩인 ‘호랑이 코’ 그릴이 큼지막하게 들어가 있다. 아무래도 차체가 큰 만큼 그릴 사이즈도 초대형이다. K3의 호랑이 코가 새끼 호랑이라면, 쏘렌토는 완숙미가 돋보이는 청년 호랑이의 이미지가 강하다. 헤드램프 아래에는 날카로운 선 디자인의 주간주행등(DRL)이 바로 붙어있는데, 호랑이의 눈매를 형상화한 것이라 한다. 뒤태는 미국에서만 파는 대형 SUV 텔루라이드가 떠오르는 느낌이다. 세로 형태의 후미등이나 쏘렌토(SORENTO)의 영문 철자를 배치한 것이 꼭 닮았다.

신형 쏘렌토의 뒷모습. 세로형 후미등 등의 디자인이 미국에서만 판매되는 대형 SUV 텔루라이드와 흡사한 디자인이다. /기아차

신형 쏘렌토는 현대·기아차의 신형 3세대 플랫폼이 적용됐다. 덕분에 ‘준대형급’으로 불릴만큼 차체가 한층 커졌다. 차 길이(4810㎜), 너비(1900㎜), 높이(1700㎜) 모두 종전 모델보다 10㎜씩 불어났다. 차량의 실내 공간을 짐작해볼 수 있는 휠 베이스(차 앞뒤 바퀴간 거리)는 35㎜나 늘어난 2815㎜다. 덕분에 형식적이었던 3열 좌석의 실용성이 높아졌다. 3열 좌석은 시트 2개가 붙어있는데 성인이 타기엔 여전히 무릎 공간이 좁지만, 몸집이 작은 아이들을 태우기엔 거뜬하다. 3열 좌석의 등받이 각도가 기존 21˚에서 23˚로 조금 더 여유로워진 것도 특징. 최근 주목받는 ‘차박’도 가능할 것 같다. 2·3열 좌석을 모두 접으면 성인 2명 정도 누울 공간이 나온다. 완전히 평평하진 않지만, 한숨 자는 정도는 무리 없어 보였다.

신형 쏘렌토는 3열 뒷좌석과 2열 독립시트까지 접으면 꽤 넓은 적재 공간이 나온다. '차박'도 가능할 넓이다. /기아차

사실 휠 베이스 확장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본 건 2열이다. 쏘렌토는 6인승·7인승 중 선택할 수 있는데, 6인승을 택하면 2열에 독립시트가 적용된다. 2열 독립시트는 주로 대형 SUV나 고급 미니밴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시트는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는 리클라이닝 기능이 적용됐고, 동시에 팔 걸이 각도 조절도 가능해 등받이를 눕혔을 때도 편안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실용적인 인테리어 구성도 눈길을 끈다. 시트 측면엔 그물망 사이드 포켓이 적용됐고, 문에는 컵홀더도 달려 있다. 1열 시트 뒤쪽으로 USB 포트가 있어서 이동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기에도 편해 보였다.

신형 쏘렌토의 2열 독립시트는 'SUV 뒷좌석은 불편하다'는 편견을 과감히 깬다. /기아차

2열 시트를 뒤로 젖히고 드러누워봤더니 하늘이 뻥 뚫려있다. 쏘렌토의 파노라마 선루프는 차 천장 대부분을 차지할만큼 크고 넓다. 쏘렌토 선루프의 가로 폭은 740㎜로 동급의 싼타페(720㎜)보다 넓다. 기아차 관계자는 “표준키의 성인이 쏘렌토 뒷좌석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시야각이 123˚로 싼타페(121.8˚)보다 조금 더 넓게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2열이 조수석보다 훨씬 낫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2열 시트는 원터치 방식으로도 젖혀져 3열에서 타고 내리기 편리하게 구성됐다.

신형 쏘렌토 선루프는 세단 모델은 물론, 동급인 현대차 싼타페보다 크다, 덕분에 2열 시트에서 하늘을 봤을 때 개방감이 크다. /기아차

운전석은 요즘 차 답게 세련되고 깔끔하게 구성됐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오른쪽으로 10.25인치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가 ‘심리스’(seamless) 구조로 연결돼 매끈하다. 다만 ‘디스플레이는 거거익선(巨巨益善)’이라고 했다. 내비게이션 크기도 12.3인치에 맞춰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변속기는 레버 대신 다이얼로 조종한다. 페달을 밟은 상태로 오른쪽으로 돌리면 전진(D), 왼쪽으로 돌리면 후진(R)이다. 다이얼 가운데 버튼을 누르면 주차(P)할 수 있다. 다만 아무래도 다이얼식 변속기가 익숙치 않아선지 주차장에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할 땐 다소 불편했다. 후진해야 하는데 전진하는 바람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는 10.25인치 크기로, 신형 쏘렌토의 몸집에 비하면 다소 작다.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면 더 잘 어울렸을 법 했다. /기아차

변속기 아래쪽 작은 다이얼은 주행 모드 전환기다. 에코·컴포트 모드에선 최대한 편안하고 조용한 주행을, 스포츠 모드에선 힘 있는 운전을 맛볼 수 있다. 모드간 주행 감각 차이가 뚜렷하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주행 모드 전환기 다이얼을 한 번 누르면 ‘험로 주행 모드’를 켤 수 있다. 쏘렌토보다 한 체급 더 큰 모하비에 적용됐던 기능인데, 쏘렌토도 물려받았다. 기아차 관계자는 “눈길·진흙길·모랫길 등 외부 지형에 따라 바퀴 구동력을 다르게 배분하고, 차가 알아서 가속·감속을 제어해 안정감을 높이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주말 캠핑을 즐기는 가족들이라면 한두번쯤 써볼만 하다.

기어 변속은 다이얼을 돌려서 한다. 실내 공간이 깔끔해지는 대신, 직관적인 조작은 다소 어려웠다. /기아차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속도를 유지하는 기능(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가 스스로 차선 중앙을 지키며 달리는 기능(LFA),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등의 첨단운전보조시스템은 요즘은 아반떼에도 적용됐을 만큼 보편화됐다. 운전대에 있는 버튼을 한번 누르는 것만으로 이들 기능이 한꺼번에 켜지고, 고속도로·고속화도로에선 앞 차와의 간격과 차선을 알아서 유지하며 잘 달린다. K7 등에 탑재된 능동형 공기청정시스템도 쏘렌토에 적용돼 있다. 실내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스스로 공기 청정 시스템을 켠다. 미세먼지에 민감한 요즘 아빠들에겐 중요한 장치다. 쏘렌토만의 차별화된 기능도 있다. ‘다중 충돌방지 자동 제어 시스템’(MCB)은 충돌 발생 시 운전자가 차를 제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차가 스스로 강한 제동력을 걸어 2차 충돌을 방지하는 기능이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운전자가 멀리서 차량 주변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리모트 360° 뷰’ 기능도 적용됐다.

운전대에 붙은 각종 버튼을 이용해 고속도로주행보조를 포함한 첨단운전보조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 계기판은 디지털 클러스터가 적용됐다. /기아차

쏘렌토엔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스마트스트림 2.2L 디젤 엔진과 습식 8단 듀얼클러치(DCT)가 적용돼 있다. 최고 202마력·최대토크 45.0㎏·m의 힘을 내는 조합이다. 민첩하진 않아도 액셀을 밟으면 묵직하게 차를 앞으로 끌고나간다. 스마트스트림 2.2 엔진은 종전 엔진 대비 무게를 40㎏ 정도 감량했고, 엔진 내부에서 회전하는 부품들 간의 마찰을 줄이는 기술이 적용돼 연비가 개선됐다. 쏘렌토 디젤 모델의 복합 연비는 13.7~14.3㎞/L이다.

과거 쏘렌토가 '곡선의 미'를 살렸다면 신형 쏘렌토는 직선적 디자인을 강조한다. 듬직한 아빠차에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기아차

쏘렌토는 투박한 SUV를 세련된 패밀리카로 가다듬은 차다. 사전계약 2만6000여 대 가운데 60% 이상이 30~40대 이상 고객이었다는 점은 아이와 함께 타는 ‘패밀리카’ 수요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주행성향이나 서스펜션도 기본적으론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다. 차가 너무 단단해 덜컹거리면 뒷좌석에 탄 아이들이 멀미를 한다. 운전하는 아빠들 입장에선 어쩌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일 수도. 시판 중인 디젤 모델 가격은 2948만~4047만원이다.

☞‘시콜시승’은 자동차의 시승 경험은 물론, 시시콜콜하고 소소한 정보까지 전부 담은 조선일보 자동차팀만의 시승기 시리즈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자동차를 소개하고, 차량별 장·단점과 차에 얽힌 이야기까지 모두 전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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