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 코가 석자 마힌드라, 쌍용車 버리나

류정 기자 입력 2020.04.06 17:39 수정 2020.04.06 20:4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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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제 코가 석자' 된 마힌드라
한국 정부가 외면 못할 것이란 계산에 '베팅'?
쌍용차 7월 최대 고비.. 시한폭탄 돼
해고자 복직 개입했다 발목 잡힌 정부, 또 세금 붓나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에 대한 2300억원의 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쌍용차의 운명이 시계 제로에 놓였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마힌드라그룹이 사실상 쌍용차에 대한 철수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쌍용차는 오는 7월 700억원의 산업은행 채권 만기가 돌아온다. 이 채권을 갚거나 연장하지 못하면 부도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예병태 쌍용차 사장이 5일 “회사가 2009년 법정관리 이후 최악의 비상시국에 직면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예 사장은 5일 “정부와 금융권에 지원을 요청하겠다”며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마힌드라 그룹은 왜 쌍용을 버렸나?

마힌드라그룹은 작년 말 2300억원을 쌍용차에 투자해 신차 개발 등 경영 정상화 계획을 지원하기로 했었다. 고엔카 마힌드라그룹 사장은 지난 1월 방한해 정부와 산은 관계자들을 만나 투자계획을 밝히며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그룹 사장이 지난 1월16일 쌍용차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마힌드라그룹은 최근 그룹 설립 이후 최초로 인도에서 금융기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3위 자동차 회사인 마힌드라는 지난달 자동차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89% 급감했다. 지난해 3월 한달간 6만2952대를 팔았는데, 지난달엔 그 10분의 1인 7401대로 쪼그라든 것이다. 인도는 지난달 25일부터 21일간 국가 봉쇄령이 내려졌다. 모든 경제활동이 사실상 멈추면서, 자동차 외에 IT·금융·관광 등 사업을 하는 마힌드라 그룹은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 내몰렸다.

2011년 쌍용차를 상하이차로부터 인수한 마힌드라그룹은 당시 지분 인수에 5225억원을 투자했고,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2013년 800억원, 지난해 500억원을 투입했다. 2016년 티볼리 신드롬으로 잠시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지만, 쌍용차는 2009년 이후 2016년을 제외하곤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쌍용차의 판매실적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밑 빠진 독’ 구멍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차에 7월까지 버틸 수 있는 긴급 자금 400억원만 주고, 우리 정부와 산은에 쌍용차라는 ‘시한 폭탄’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나 금융당국은 “마힌드라가 4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한 만큼 쌍용차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향후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마힌드라그룹이 우리 정부가 쌍용차를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믿고 ‘베팅’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방문 때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 해결을 요청했고, 이후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이 직접 개입해 2009년 해고된 쌍용차 직원들 복직을 압박했다. 그 결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마지막 남은 46명의 해고자까지 지난 1월 쌍용차에 복직됐다. 직원 평균 연봉 8000만원 이상인 쌍용차는 고용을 줄여야 하는 처지였지만, 오히려 고용을 늘려온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7월 10일 인도 뉴델리 총리실 영빈관에서 개최된 한-인도 CEO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때 문 대통령은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 해결을 공식 요청했다./뉴시스

◇폭탄 떠안은 산은, 발목 잡힌 정부… 결국 세금 퍼붓나

쌍용차에 1900억원을 빌려준 제1 채권자인 산업은행은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 문제에 손을 뗄 조짐을 보이자 당황해 하고 있다. 산은은 당초 “대주주가 성의를 보이면, 채권 만기 연장 및 투가 대출 등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2300억원을 투자해도 지원을 해줄까 말까 하는 상황이었는데, 대주주가 손을 뗀다고 하니 폭탄을 떠안게 된 것이다. 만약 산은이 7월 돌아오는 900억원의 대출 만기 연장을 안해주면 쌍용차는 ‘잔인한 7월’을 맞게 된다.

그러나 정부가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에 개입해 ‘빚’을 진 만큼, 추가 지원을 해줄 가능성이 높다. 6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쌍용차도 경영정상화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채권단 등도 쌍용차의 경영쇄신 노력, 자금사정 등 제반여건을 감안해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분이 있는지 협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향후 지원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문제는 대출 만기 연장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영이 정상화되려면 추가 지원이 불가피 하다. 신차 하나를 개발하는데에만 4000억~5000억원이 드는데, 코로나 쇼크로 인한 경제 위기로 쌍용차가 회생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 정권이 노동계에 진 빚을 갚기 위해 해고자 복직 문제에 개입하면서 쌍용차에 또다른 빚을 지게 됐다”며 “코로나 사태로 마힌드라그룹까지 손을 떼면서 쌍용차 문제가 더 어렵게 꼬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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