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하이빔]전력 유통에 눈독 들이는 자동차회사

입력 2020.03.26 08: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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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선 통한 전기 유통, 배터리에 담아 무선 배달로 

 중동에서 원유 상태로 수입된 기름을 자동차에 필요한 에너지(휘발유 및 경유)로 제조하는 곳은 정유회사다. 여기서 만들어진 기름은 화물 탱크로리에 담겨 전국 각 지의 저유소 또는 주유소로 옮겨진 후 주유소를 찾는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전기 에너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제조 방법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인 석탄발전소를 떠올리면 해외에서 들여온 석탄을 태워 보일러를 가열하고, 이때 발생하는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電氣)’를 만든다. 그리고 생산된 전기는 전선을 통해 필요한 곳에 공급된다. 다시 말해 전기 유통에 있어 전선은 기름의 송유관 같은 역할이다. 다만, 기름과 차이점은 장기간 저장이 쉽지 않다는 점뿐이다. 

 그런데 무거운 전선을 연결하려면 전신주 또한 많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실제 2017년 기준 한국의 전신주는 무려 900만개 가량이 세워져 있다. 900만 개의 전신주를 전선이 거미줄처럼 휘감으며 가정 및 사무실, 공장 등에 전기가 공급되는 셈이다. 그래서 전선을 통한 전기 유통은 그간 전력회사가 수행해 왔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회사들이 전기 생산 뿐 아니라 전선 없는 유통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전력회사가 전신주와 전선을 유통의 매개로 삼았다면 자동차회사는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로 전기를 배달하겠다는 의미다. 배터리에 전기를 담아 구동에 사용한 뒤 남은 전력을 가정이나 공장 등에 공급하는, 즉 전기의 이동 경로를 '유선(有線)'에서 '무선(無線)'으로 바꾸겠다는 프로젝트다. 

 이 같은 'V2G(Vehicle to Grid)' 개념은 꽤 오래 전에 등장했다. 배터리가 전기를 담는 그릇이라는 점에서 1930년대부터 활용 방안이 모색돼 왔다. 하지만 담을 수 있는 전력의 양이 많지 않아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나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이 점차 커지면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바퀴를 돌리는 것뿐 아니라 남은 전기의 또 다른 활용처를 찾게 됐다는 뜻이다. 자동차 배터리의 전기를 가정(V2H)에 공급할 수 있고, 또 다른 전기차(V2V)에도 나눠줄 수 있으며, 건물에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 그저 커넥터만 연결하면 자동차와 건물 사이의 전력이 오가는 양방향 충전기도 이미 개발됐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양방향 전기충전

 여기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한 자동차회사의 행보는 빠르다. 일찌감치 전기차에 매진해 온 닛산을 비롯해 최근에는 폭스바겐그룹도 V2G 참여를 선언했다. 전력 공급이 여유로운 시간에 배터리를 충전한 뒤 전기가 부족한 시간에는 배터리의 전기를 되파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350기가와트 규모의 전기 저장 능력을 갖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구 전체의 연간 에너지 소비량의 5%에 해당하는 규모이자 모든 나라의 수력 발전 전력을 합친 것보다 큰 용량이다. 

 물론 폭스바겐그룹 외에 V2G에 군침을 흘리는 곳이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소 기반의 에너지회사를 꿈꾼다.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근본적으로 전기 생산이 가능한 수소를 장기간 저장하고, 수소로 만든 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하며, 남는 전기는 되파는 방식이다. 석탄으로 전기를 만들어 파는 것보다 훨씬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순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주목한 셈이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회사의 궁극이 에너지기업이라는 점을 설파하는 전문가도 꽤 많다. 자동차가 단순히 사람과 화물을 이동시켜 주는 것에서 벗어나 전기를 배달하는 역할에 도달하면 직접 전기 생산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기는 석탄이 아니라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한 만큼 이동 수단 제조사가 에너지기업으로 바뀌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목소리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쉽게 보면 오랜 시간 전력 유통을 독점해 온 전력회사에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로 도전하는 형국이다. 무선 전력 유통이 가능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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