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 BMW 뉴 i3 [시승기]

조현일 2020. 3. 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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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모델 도심 출퇴근용 / 현재는 동해안까지 사정권 진입 / 미려한 외관, 마주보고 열리는 도어가 특징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

BMW가 지난 2013년 국내에 처음 선보이며 미래지향적 디자인으로 관심을 끌었던 순수 전기차(BEV) ‘i3’의 최신 모델 ‘뉴 i3’를 시승했다. 전기차의 구매 포인트는 무엇보다 1회 충전으로 운행할 수 있는 거리다. 아직은 전기차를 구입한다면 배터리 잔량과 충전 시점, 시설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2013년 출시한 i3는 배터리 용량 60Ah, 1회 충전 거리 160㎞로 출발했다. 2016년 한 차례 개선을 거쳐, 지난해 출시된 뉴 i3는 배터리를 120Ah(248㎞)까지 늘렸다. 초기 모델이 도심 출퇴근용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동해안까지도 사정권에 든다. 뉴 i3에는 ‘BMW i 스포츠 패키지’ 옵션도 i브랜드 최초로 적용돼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하도록 노력했다.
외관은 미려하다. 헤드램프와 주간 주행등, 방향 지시등에 모두 LED 램프가 적용됐다. 측면에 B필러(차체 가운데 기둥) 없이 앞뒤 도어가 서로 마주보고 열리는 점은 i3 만의 특징이다.
뒷좌석 탑승자가 독립적으로 열 수는 없지만, 2도어 쿠페처럼 앞 시트를 젖히고 드나드는 것에 비하면 현저하게 편리한 구조다. 내관은 간결하다. 딱 필요한 정보만 표시되는 계기반 디스플레이에선 차가 아닌 전자제품처럼 느껴진다. 시트 조절 부분도 요즘 차에선 찾아 보기 힘들 만큼 단촐하다. 스타트 버튼과 기어 변속은 스티어링 휠 오른쪽 뒤 레버로 조작할 수 있다. 어색하지만 금세 적응된다.
가속, 주행, 코너링 등에서 주행 성능과 감각은 여느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차량 무게가 가벼워 응답이 경쾌한 정도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곧장 ‘회생제동’ 기능이 개입하는 것도 같다. 대부분 도로 주행에선 가속페달 조작 만으로 가감속, 정지가 가능하다. 제동등도 자동으로 켜진다. 속도를 높이지 않아도 노면 소음은 제법 들어온다. 승차감 역시 ‘단단하다’는 표현 이상으로 노면 요철을 모두 읽는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는 뒷좌석에서 놀라기도 한다.
i3는 기존 양산차에 EV시스템을 적용한 차들과 달리 플랫폼부터 전기차 전용이다. 내연기관(엔진) 차의 동력계통 등 부품이 삭제된 만큼 온전히 내부 공간을 위해 디자인할 수 있다. 경쟁차종에 비해 작은 차체이지만 뒷좌석 무릎, 머리 등 공간이 넉넉한 편이다. 배터리도 남은 공간에 채워넣을 필요 없이 차체 중앙 바닥에 깔아 무게 중심까지 낮췄다.
i3는 특히 1340㎏에 불과한 중량에 눈길이 간다. 엔진 차에서도 중량 1㎏을 덜기 위한 메이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들 노력은 눈물겹다. 무거운 배터리를 늘려야 하는 한편, 제한된 에너지로 효율을 한 톨도 낭비할 수 없는 전기차 역시 운명은 같다. BMW는 i3 패널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적용하고, 인테리어에는 직물성 소재를 썼다. F1(포뮬러 원) 머신에 적용하는 CFRP는 강철 대비 50%, 알루미늄보다도 30% 가볍다. 중량에서 만큼은 현대차 코나EV(1685㎏), GM 볼트EV(1620㎏) 등과 비교가 어려운 결과로 나타난다. 
이런 BMW 철학을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우선 시판가격은 LUX 모델 6000만원, SOL+ 모델은 6560만원이다. 700만원 선인 정부보조금, 최대 1000만원인 지자체 보조금을 감안하면 4000만원대 중반에 구입할 수 있다. 시판가가 4000만원대 중반인 국내외 모델과 경쟁해야 한다. BMW 브랜드 파워, CFRP 적용 등 유무형 가치를 감안해도 합리적인 소비인지 여부엔 물음표가 달릴 수 밖에 없다. 경쟁 차들의 편의장비, 첨단기술은 같은 엔진 모델의 최고 등급 수준이다. 이에 대해 BMW 측은 “i시리즈는 친환경 미래차에 대해 BMW그룹이 추구하는 태도를 보여준다”면서 “판매에 집중하는 모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직은 대다수인 엔진 차 운전자들은 전기차와 주행 방향이 겹치거나 엇갈릴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 앞 차선변경을 허락하지 않는 일부 운전자는 특히 그렇다. 차선 변경을 시도하는 전기차 뒤에서 가속해 차선을 막거나 우선 진행하려고 할 경우, 놀란 전기차 운전자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수 있다(브레이크 페달로 발을 옮기기 위해). 이 경우 전기차는 회생제동 특성 때문에 휘청하고 제동이 걸린다. 물론 제동등도 켜진다. 이를 엔진 차 입장에서 보면 나오던 차가 급제동을 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전기차 왼쪽 후미에서 급가속하던 택시가 전기차 제동에 놀라 1차선에 멈춰 서버린 장면을 목격하고 든 단상이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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