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매틱'이라는 내 차, 모든 것이 자동은 아니다

김준 선임기자 2020. 2. 2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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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다양해진 엔진·변속기·구동방식 정도는 알아두어야 안전

자동차의 계기판. 위부터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전기차. 경유차는 가솔린차보다 타코미터의 레드존이 낮게 표시(대략 4000~4500RPM)돼 있다. 엔진이 없는 전기차는 타코미터가 없으며, 하이브리드 차는 에코와 파워 두 가지 방식이 함께 표시되는 전용 타코미터를 사용한다. 각사 제공

‘기름’만 넣으면 움직이는 줄 알지만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으면 차는 멈춰 선다. 시동을 꺼뜨릴 염려가 없다는 자동변속기도 종류에 따라 일정 상황에서는 엔진이 꺼져 승객이 위험에 처할 때가 있다. 자신이 운전하는 자동차의 엔진과 변속기, 구동방식 정도는 외워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전을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자동차 상식 몇 가지를 정리했다.

■기름만 넣으면 움직이지 않나요?

경유차에 휘발유 넣으면

당장은 몰라도 시동 안 걸려

주유소에서 자신의 차가 휘발유차인지 경유차인지 헷갈려 하는 운전자들이 더러 있다. 정숙함이 요구되는 세단은 가솔린엔진, 강한 힘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디젤엔진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일반적으로 휘발유차는 디젤차보다 소음이 적고 진동이 덜하다. 하지만 운전자마다 소음과 진동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또 고급차는 디젤차라도 진동과 소음이 작은 차들이 많다. 별 생각 없이 다른 사람의 차를 운전하다 기름이 떨어졌을 때 휘발유를 넣어야 할지, 경유로 채워야 할지 차에서 내려 주유구를 확인하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계기판 엔진 회전수를 표시해주는 타코미터 레드존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레드존은 타코미터에 붉은색으로 칠해진 부분을 말한다. 엔진을 이 이상 돌리면 무리가 가거나 고장이 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금단의 영역’인 셈이다.

승용차에 사용되는 가솔린엔진은 대개 레드존이 6000~6500rpm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디젤엔진은 특성상 고회전이 힘들어 이보다 낮은 4000~4500rpm부터 레드존에 들어간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도 계기판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 소형 코나는 가솔린과 디젤은 물론 하이브리드 모델과 전기차가 모두 판매된다. 이들 4개 모델은 계기판이 완전히 다르다. 코나 전기차는 가솔린이나 디젤차 계기판에는 있는 타코미터가 없고 속도계만 있다. 엔진이 없으니 엔진 회전수 표시장치가 없는 것이다. 주행 가능 거리를 표시하는 아이콘도 플러그가 달린 주유기를 그려놓아 ‘충전’이 필요한 전기차임을 표시했다. 이와 달리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를 ‘심장’으로 사용하는 코나 하이브리드는 계기판 왼쪽에 ‘차지’ ‘에코’ ‘파워’ 구간이 표시된 하이브리드 전용 타코미터가 있다. 오른쪽 속도계 아래에는 유량계가 있어 휘발유가 얼마나 남았는지도 표시해준다. 이처럼 계기판으로 주행 중인 차의 ‘심장’을 확인할 수 있다.

셀프 주유소가 늘어나면서 디젤차에 휘발유를 넣어 낭패를 겪는 운전자도 더러 있다. 디젤차에 휘발유를 넣으면 주유 당시에는 문제가 없어도 다음날 시동이 안 걸리거나 엔진 부조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주유소에서는 이 같은 혼유 사고를 막기 위해 크기가 다른 노즐을 사용한다. 대부분 경유 노즐을 크게 만들어 휘발유차에 들어가지 않게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경유차에는 휘발유 노즐이 꽂히므로 디젤차 운전자들은 연료 주입 때 반드시 경유인지 확인해야 한다. 크기가 같은 노즐을 사용하는 주유소도 있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해 요소수를 사용하는 경유차들이 많아졌다. 주유구 옆에 요소수 주입구가 있다면 이 차는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경유차다.

■자동변속기 차도 시동이 꺼진다고요?

다양해진 자동변속기의 방식

내리막길 R 땐 엔진 꺼질 수도

변속기는 엔진이 만든 동력을 바퀴에 전달해주는 장치다. 과거에는 수동과 자동변속기라는 개념만 존재했지만 최근에는 자동변속기도 종류가 다양해졌다. 자동변속기는 현대차 팰리세이드에 장착된 토크컨버터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또 기계적으로는 수동변속기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자동으로 변속이 이뤄지는 더블클러치변속기(DCT)도 있다. 현대차 신형 아반떼 스포츠와 르노 클리오, 폭스바겐 골프가 DCT를 사용하는 차량이다. 이 밖에 무단변속기(CVT)도 자동변속기에 속한다. 신형 아반떼와 신형 K3는 CVT를 사용한다.

이들은 모두 자동으로 변속이 돼 엔진을 꺼뜨릴 염려가 없지만 토크컨버터 방식은 급한 내리막길 경사에서 후진(R)을 넣을 경우 엔진 시동이 꺼진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독일산 프리미엄 브랜드 차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BMW는 2년 전쯤부터 후진에 놓아도 내리막에서 시동이 꺼지지 않는 로직을 자사 토크컨버터 방식 변속기에 적용하고 있는데, 나머지 토크컨버터 방식의 자동변속기는 같은 상황에서 시동이 꺼진다고 보면 된다. 반면 DCT는 엔진이 꺼지지 않는다. 하이브리드카와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하는 전기차(EV)도 엔진이 같은 상황에서 살아 있다.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에 적용되는 모터는 회전 방향이 고정되어 있지 않아 엔진의 한계 토크에 의한 시동 꺼짐 현상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변속기를 설명하면서 엔진 꺼짐을 강조한 것은 토크컨버터 방식의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팰리세이드로 내리막길을 내려가려던 운전자가 실수로 후진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최근 발생했기 때문이다. 엔진이 정지하면 브레이크 페달이 무거워지고, 평소처럼 밟아서는 차가 쉽게 멈추지 않는다.

이는 엔진이 꺼지면서 운전자가 발에 힘을 보태주는 진공배력장치(브레이크 부스터)가 작동 불능이 되기 때문이다.

엔진 멈추면 브레이크도 ‘먹통’

매우 세게 밟아주면 정차 가능

일반적으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브레이크 부스터가 작동, 바퀴 안쪽의 브레이크 디스크를 꽉 잡아 세운다. 하지만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는 진공을 만들 수 없고, 배력을 발생시키지 못해 운전자가 페달에 더 많은 힘을 주어야 차가 멈추는 것이다. 하지만 엔진이 꺼진다고 브레이크가 완전히 듣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만약 주행 중에 이런 일이 발생하면 당황하지 말고 시동이 걸려 있을 때보다 훨씬 강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차는 정지한다.

이때는 평소보다 브레이크 페달이 딱딱해지는데, 더 힘껏 페달을 밟으면 브레이크가 작동한다. 다만 배력이 없어 감속 시간이 다소 길어질 수는 있다. 또 주행하다 시동이 꺼졌다고 바로 진공배력이 상실되는 것도 아니다.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자꾸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진공배력이 소진되지만, 시동이 꺼진 직후에는 차량을 정차시킬 수 있을 정도의 배력이 남아 있어 평소처럼 브레이크가 작동한다. 최근에는 진공배력을 전기식 펌프를 통해 얻는 브레이크 시스템도 장착되는 추세다. 전기식 펌프가 적용된 차량은 엔진이 꺼져도 배터리만 정상 상태라면 어렵지 않게 브레이크를 작동시킬 수 있다.

K5의 다이얼식 변속 장치(위 사진)와 팰리세이드의 버튼형 변속장치(가운데). 아래는 브레이크 디스크와 캘리퍼. 각사 제공

버튼식 자동변속기 보급 늘며

주차 땐 각별한 주의 필요

내리막길을 주행하면서 변속기 버튼을 후진에 놓는 일이 흔치 않지만 최근 그랜저와 쏘나타, 팰리세이드처럼 버튼식 자동변속기 보급이 늘어나면서 전·후진 버튼을 잘못 누르는 사례가 드물지 않게 됐다. 기자도 내리막 상황은 아니지만 주차 때 이런 실수를 몇 차례 한 적이 있다. 차를 후진시킨 뒤 다시 앞으로 가기 위해 전진 버튼을 눌렀지만, 어설프게 눌렀는지 뒤쪽 담벼락을 받을 뻔한 아찔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이런 불편이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버튼식 변속장치를 기아차 K5나 제네시스 GV80처럼 다이얼식이나 과거의 기어봉 타입으로 교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운전을 해보면 버튼식보다 다이얼 방식이 조작도 수월하고 실수도 덜하다.

업계 관계자는 “버튼식은 그 아래 수납공간을 만들거나 디자인도 미려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이런 이유 때문에 버튼식을 고집한다면 전진과 후진 버튼의 형태를 다르게 하거나 위치를 조정해 운전자가 잘못 누르는 실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내 차는 어떤 바퀴의 힘으로 운행할까?

전륜구동 차 고속 코너링 주의

후륜구동은 순간 가속 주의를

자동차는 대체로 앞바퀴 굴림, 뒷바퀴 굴림, 4륜구동 중 한 가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랜저와 쏘나타, K7, K5 등은 엔진 힘을 앞차축에 전달, 차를 움직이게 하는 앞바퀴 굴림 방식이다. 앞바퀴 굴림은 실내공간을 넓게 할 수 있고 겨울철에도 웬만한 눈길은 스노 타이어 없이도 주행할 수 있다. 하지만 고속으로 코너를 돌 때는 차가 운전자가 원하는 선회각보다 바깥으로 나가려는 성향(언더스티어)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제네시스 G70, G80, 기아차 스팅어는 동력이 기본적으로 뒷바퀴에 전달된다. 뒷바퀴 굴림은 승차감과 핸들링이 뛰어나 고급차에 좀 더 적합하다. 반면 뒷바퀴 굴림은 코너링 때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차량 뒤쪽이 운전자가 의도하는 방향보다 더 심하게 도는 현상(오버스티어)이 나타날 수 있다. 앞바퀴 굴림보다 눈길을 헤쳐나가는 능력도 떨어진다.

앞뒤 바퀴를 모두 돌리는 4륜구동은 앞서의 단점을 보완한 구동방식이다. 차량에 에이치트랙(제네시스), 엑스드라이브(BMW), 4매틱(벤츠), 콰트로(아우디) 엠블럼이 붙은 모델이 4륜구동이다. 이 방식은 코너링 때 차선과 거의 동일한 선회가 가능하고, 눈길과 빗길에서 좀 더 안전하다. 하지만 연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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