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편안함에 대한 시트로엥의 정의,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

모클팀 2020. 2. 21. 10: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는 자동차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전한다.

2014년 PSA 그룹은 그룹 산하의 세 브랜드, 즉 푸조와 시트로엥 그리고 독립 브랜드로 개편된 DS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정의했다. 그리고 시트로엥은 쉽게 그 의미와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운 ‘편안함’을 의미하는 ‘Comfort’ 슬로건을 부여 받았다.

이후 시트로엥은 브랜드의 감성을 완전히 뜯어 고쳤다. 쉐브론 엠블럼을 포트폴리오의 모든 차량의 전면 전체로 확장되었으며 전시장은 물론이고 모터쇼에서도 자연 고유의 컬러를 담은, 그리고 개성 넘치는 나무 블록 들이 전시됐고, ‘멀미 방지 안경’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SUV 중심으로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개편한 시트로엥은 국내 시장에 C3 에어크로스를 선보이며 ‘프랑스의 감성을 담은 컴팩트 SUV’ 그리고 ‘시트로엥이 말하는 편안함’을 더욱 부담 없이 제시하고 있다.

과연 시트로엥, 그리고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가 말하는 ‘편안함’은 무엇일까?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는 작다. 그리고 작은 체격이지만 전장이나 전폭에 비해 전고가 높은, 조금은 껑충한 모습을 갖고 있다. 실제 제원을 살펴보더라도 4,160mm에 불과한 전장을 갖췄고, 전폭은 1,765mm에 불과하지만 반대로 전장은 1,650mm에 이른다. 이와 함께 휠베이스는 2,605mm이며 공차중량은 SUV의 특성이 반영된 듯 1,375kg이다.

개성 넘치는, 그리고 역동성을 요구하지 않는 존재

최근 자동차의 디자인을 보면 ‘고급스럽고 또 역동적인’ 모습을 추구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 그리고 시트로엥의 디자인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실제 최근 시트로엥이 선보이는 디자인을 보면 되려 ‘균형감’을 강조하고, 또 ‘귀여움’ 혹은 ‘친근함’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실제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는 날카롭게 찢고, 또 깎아낸 듯한 디테일은 자제하여 순진한 듯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덕분에 역동성을 강조한 푸조의 새로운 디자인, 그리고 화려하면서도 독창적인 DS의 디자인과는 물론이고 전세계의 다양한 브랜드들과도 완전히 다른 차별화를 이뤄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디자인은 ‘호감도’를 떠나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지워내는 ‘편안함’을 제시하는 모습이다.

측면의 디자인도 날렵한 실루엣을 과시하기 보다는 평범하면서도 긴장감을 풀어주는 단조로운 곡선을 통해 존재감을 연출한다. SUV의 감성을 연출하는 클래딩 가드와 이색적인 투톤 알로이 휠, 그리고 후방 C 필러 뒤쪽의 창문에 독특한 디테일이 있지만 ‘편안함’을 저해하는 요소는 아닐 것이다.

이와 함께 후면 디자인 역시 익숙하면서도 균형감 있는, 그리고 간결하게 다듬으며 시트로엥의 ‘편안함’을 시각적으로 연출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러한 편안함을 결코 ‘지겨운 스타일’로 연출하지 않아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최근 현대차 SUV와 유사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평이 있는데 분명 시트로엥이 먼저 택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다.

소소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다듬다

개성 넘치는 외형이지만 결코 보는 이의 긴장감을 자극하지 않는 외형처럼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의 실내 공간 역시 소소하지만 개성 넘치고, 또 편안한 모습이다. 대시보드의 형태나 각 요소에도 ‘특별한 하이라이트’가 더해진 모습이지만 균형감을 강조하고 있고, 날카로운 디테일을 줄여 ‘순한 이미지’를 한껏 제시한다.

물론 국산 중형 세단을 웃도는 가격을 갖고 있는 수입차임에도 고급스러움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시트로엥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고급스러운 소재나 마감을 담아낼 수 없는 ‘대중적인 브랜드’이라 플라스틱 소재의 비중이 높아 현대기아차 등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설득력’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국내 소비자들이 고급스러움으로 생각하는 ‘가죽’ 소재의 적용을 무척이나 억제한 모습이다. 실제로 실내 공간 곳곳에는 가죽 대신 직물 소재를 적극적으로 배치해 ‘익숙한 촉감’을 느끼게 한다. 이외도 계기판 등에서도 과도한 정보를 흩뿌리기 보다는 간결하게 다듬어 ‘차를 타는 행동’을 더욱 단순히 연출한다.

차량의 체격이 작은 만큼 공간이 작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막상 시트에 몸을 맡기면 생각보다 괜찮은 구성이다. 시트를 높이며 실내 공간의 여유를 최대한 강조하고, 높아진 시트에 맞춰 전고를 높이면서 헤드룸을 충분히 확보한 덕이다.

게다가 직물로 다듬어진, 그리고 독특한 디테일을 더한 1열 시트는 생각보다 체형을 가리지 않는 편안함을 제시해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되려 만족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다만 ‘원형의 다이얼’을 돌려 시트의 각도를 조절하는 건 참으로 애석한 부분이다.

2열 공간은 아무래도 좁을 수 밖에 없다. 레그룸이나 헤드룸, 그리고 공간 자체의 여유는 다소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2열 시트의 리클라이닝 기능, 그리고 수동식 썬 블라인드 등을 더해 ‘기능적인 만족감’을 끌어 올리는 점은 궁정적으로 칭찬하고 싶다. 물론 그렇다고 성인 남성이 여유롭게 앉기에는 역부족인 건 사실이다.

높은 전고를 품고 있는 만큼 적재 공간은 의외로 만족스럽다. 실제 트렁크 게이트를 열어 보면 제법 넓고, 또 깔끔하게 마련된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간결한 구조를 가진 실내의 특성 상 2열 시트를 폴딩할 때의 누리게 되는 공간이 꽤나 넓게 느껴진다. 여기에 단순하면서도 다루기 좋은 조작성을 갖춰 만족감을 높인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파워트레인

몇 년 전 국내 자동차 시장은 ‘페이퍼 스펙’의 싸움이 이어졌다. 실제 사용 여부를 떠나 1마력이라도, 그리고 0.1km/L의 연비라도 조금 더 좋은 차량이 절대적으로 우수한 차량 취급을 받았다. 그런 시선이 지금까지도 이어진다면 사실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는 경쟁력이 ‘0’에 수렴하는 차량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고 차량에 대한 평가를 더 이상 ‘숫자 놀음’에 의존하는 일도 사라졌다.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에는 120마력과 30.6kg.m의 토크로 셋업된 1.5L 블루HDI 디젤 엔진이 탑재되었으며 전륜구동 레이아웃과 6단 자동 변속기를 채택했다. 이를 통해 소소한 일상을 위한 성능과 블루HDI 엔진 특유의 높은 효율성(복합 기준 14.1km/L)을 구현했다.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달리다

자동차의 좋고 나쁨을 떠나 ‘낮은 성능, 높은 전고’ 그리고 디젤 엔진 등을 싫어하는 입장에서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는 말 그대로 ‘최악의 차량’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껏 여러 종류, 그리고 여러 형태의 시트로엥을 시승하며, ‘시트로엥’을 바라 볼 때에는 조금 다른 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바로 편안함이라는 것이다. 시트로엥의 차량은 늘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과거 WRC 및 다양한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한 과거가 있지만, 최근의 시트로엥들은 하나 같이 억지로 시트를 낮춰 역동적인 승차감을 제시하거나 과도한 성능으로 다른 사람을 억누르고, ‘승리감에 도취’되는 일이 없도록 했다.

다른 차량에서 손쉽게 130마력의 성능을 낼 수 있는 블루HDI 디젤 엔진 역시 ‘작은 체격’에서 손쉽게 다룰 수 있도록 120마력으로 억제했고, 또 낮은 출력임에도 시트로엥 특유의 편안하며 경쾌한 감성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조금 더 정숙하고, 또 진동을 더 억제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없지 않지만 주행을 하는 내내 ‘차량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신경을 쓸 일’을 만들지 않은 것이 꽤나 인상적이다. 만약 같은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푸조의 차량을 타고 있다면 차량에 대해 이 정도로 ‘무신경하게 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변속기 역시 마찬가지다. 다단화의 여부를 떠나 EAT8 8단 자동 변속기 보다 조금 더 기계적인 느낌이 강했던 EAT6 6단 자동 변속기지만 시트로엥에 탑재된 EAT6 6단 자동 변속기는 더욱 너그럽고 여유로 가득한 모습이다. 다만 그렇다고 ‘PSA 그룹’의 매력 중 하나인 ‘패들 시프트의 대중화’가 삭제된 점은 내심 아쉽다.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와의 주행은 무척이나 이기적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운전’이라는 행위를 완전히 무심하게 만든 후에는 ‘경쾌하게 달리는’ 의외의 즐거움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물론 차량의 형태나 제원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빠르게 달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운전자의 뜻에 맞춰 살랑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스토브리그 때문에 이런 표현을 쓰는 건 아니지만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한 조언’ 중 유명한 것이 ‘몸에 힘을 빼는 것’인데, 베테랑, 그리고 리그 정상급 투수들도 몸에 힘을 쉽게 빼지 못하는데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는 ‘탑승’부터 주행이 끝날 때까지 ‘운전자에게 힘을 빼게 만드는’ 특별함이 있다. 그리고 아마도 그 특별함은 ‘운전이라는 행위를 더욱 편안하게 만든다’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참고로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는 ‘효율성’을 통해서도 차량을 보유하는 것을 더욱 편안하게 느끼게 한다. 실제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와 자유로 주행에 나섰는데 총 51km의 거리를 달리며 23.8km/L라는 탁월한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속 주행이라고는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에서도 분명 만족스러운 수치임에 분명할 것이다.

좋은점:

과도한 경쟁, 그리고 긴장된 삶 속에 드러나는 ‘시트로엥의 편안함’ 그 자체

아쉬운점:

시장에서의 부족한 인지도, 그리고 호감도

자동차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존재

그 동안 자동차를 평가할 때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다채롭고 그리고 또 조금 더 고급스러운 차량을 찾는 게 대다수의 소비자들일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시트로엥은 자동차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을 제시하는 것 같다.

시트로엥의 이러한 시선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전달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의미 없는 ‘시선’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