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유럽 PHEV의 정석, BMW 530e

2020. 1.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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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정숙성과 효율, 만족스러운 가격
 -5시리즈 판매에 힘 더할 비밀병기

 환경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자동차 회사마다 친환경차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목적은 같지만 구현 방법은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그 중에서도 BMW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선택했다. 내연기관 탑재로 거부감을 줄이면서 전기파워트레인의 장점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 시대에 가장 이상적인 친환경 해결책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BMW의 친환경차 시장 선점을 위해 대응은 발 빠르다. 현재 세단 라인업에만 적용한 PHEV를 세그먼트 구분 없이 전 차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 경우 내년까지 BMW그룹의 PHEV 제품군은 총 9종으로 늘어난다. 

 국내에는 7과 3시리즈, X5를 비롯해 지난해 하반기 5시리즈 PHEV가 공식 출시됐다. 정확한 차명은 530e i퍼포먼스로, 회사는 볼륨 차종인 5시리즈 판매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530e는 구원투수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나아가 수입 친환경차 시장까지 주름잡을 수 있을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키를 건네 받고 운전석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눌렀다.

 ▲성능
 조용히 기지개를 켜고 운전자를 맞이했다.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모든 기능이 활성화됐지만 작은 소리나 떨림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고요함만이 실내를 가득 채운다. 전자식 변속레버를 D에 놓고 가속페달을 밟아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런 소리 없이 스르륵 앞으로 나간다. 일반 내연기관차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독특한 감각이다. 전기모터 돌아가는 소리도 유독 작게 들린다. 방음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한 모습이다. 여기에 순수 전기차 대비 회생제동이 걸리는 양도 적어 운전에 거부감이 없다.

 계기판 오른쪽 끝에는 전기 모드로만 갈 수 있는 주행거리가 표시돼 있다. 참고로 530e는 12.0㎾h 용량의 고전압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장 39㎞까지 주행 가능하다. 또 순수 전기 모드에서는 최고 140㎞/h까지 달릴 수 있다. 완충 상태에서 계기판 숫자는 41㎞를 가리켰다. 제조사가 밝힌 수치보다 조금 더 많이 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에서는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e드라이브를 적극 활용했다. 해당 모드는 크게 오토와 맥스 e드라이브, 배터리 컨트롤로 나뉜다. '오토'는 말 그대로 운전자 주행 패턴에 맞춰 전기모터와 엔진 구동을 자동 배분한다. 또 최고 110㎞/h가 넘어가면 자동으로 엔진이 개입된다. 

 반대로 맥스 e드라이브는 오로지 전기의 힘으로만 차를 굴린다. 배터리 컨트롤은 전기에너지를 극단적으로 아끼기 위해 몸부림 친다. 그 결과 공조장치와 화면 및 조명, 심지어 열선시트 부위까지 개별 설정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최적화 단계로 맞출 수 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모드는 맥스 e드라이브다. 우선 부드럽게 차를 밀고 나가는 감각이 수준급이다. 웬만한 전기차보다 매끄러운 느낌이다. PHEV이지만 EV와 동일한 혜택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기름 한 방울 사용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게 다가온다. 배터리를 다 사용하면 자동으로 엔진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주행 거리에 대한 스트레스도 전혀 없다. 

 덕분에 고속도로에서는 스포츠모드로 마음 편히 질주가 가능하다. 530e는 직렬 4기통 2.0ℓ 터보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해 총 시스템 출력은 252마력(엔진 184마력, 전기모터 113마력), 최대 42.9㎏·m의 토크를 발휘한다. 8단 자동변속기가 연결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2초가 걸리고 안전 최고속도는 235㎞/h다. 

 스로틀을 활짝 열면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내는 전기에너지 출력을 온 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미지의 공간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몰입감이 상당하다. 하지만 시속 100㎞ 이후부터 흥미가 덜하다. 평범한 가속이 진행되고 역동적인 모습은 사라진다. 엔진 출력의 한계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초기 발진 가속에서 본 재미가 금새 식어버린다. 고속주행에서는 전기모터를 가혹하게 굴려 빠른 달리기를 유도하는 것보다 크루징에 초점을 맞춰 효율을 높이는 쪽을 추천한다.

 핸들링도 반발력이 심하고 반응이 무딘 편이다. 반박자 느리게 반응한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기 어렵다 보니 연속으로 스티어링 휠을 돌려야 할 때는 저절로 속도를 줄이게 된다. 초반가속에 매료돼 스티어링 휠을 거침없이 휘두르기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효율은 기대를 뛰어넘는다. 제조사가 밝힌 엔진과 모터를 더한 복합 효율은 ℓ 당 16.7㎞ 수준. 1박2일 동안 주행하면서 경험한 효율은 숫자 이상이다. 기름과 배터리 게이지가 가득 차 있을 경우 주행 가능거리는 800㎞를 훌쩍 넘겼고 트립컴퓨터 숫자는 ℓ당 20㎞를 쉽게 오르내렸다. 디젤차에서나 누려볼 법한 효율을 조용하고 매끄러운 주행 감각과 함께 경험하니 신세계가 따로 없다. 

 ▲디자인&스타일
 530e의 겉모습은 일반 5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줄의 주간주행등이 인상적인 풀 LED 헤드램프와 키드니 그릴만 봐도 알 수 있다. 럭셔리 플러스 트림에 맞게 곳곳에는 두툼한 크롬 도금 장식이 가득하다. 그릴과 안개등 주변, 에어브리더, 뒷 범퍼에도 크롬을 곁들였다. 18인치 휠은 차의 성격을 고려해 무난한 디자인이다. 이 외에 운전석 앞쪽 펜더에 마련한 충전 포트와 530e 배지만이 차의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실내도 큰 차이가 없다. 특별함을 강조하기보다 다양한 편의 및 안전품목을 동일하게 적용해 상품성을 높였다. 전자식 계기판과 와이드 모니터는 그래픽이 화려하고 선명해 최첨단 전자기기를 보는 것 같다. 두툼한 열선 스티어링 휠과 유광블랙 및 금속 소재가 적당히 어우러진 버튼들의 조합도 고급감을 높인다. 변속 레버 옆에는 e드라이브 버튼이 새로 들어갔다. 스포츠카에 있는 가변배기나 서스펜션 조절 버튼 보다 훨씬 소중하고 유용한 역할을 수행한다.
 2열은 중형 세단에 걸맞게 여유로운 모습이다. 단점으로 꼽히던 시트는 신형으로 오면서 상당부분 개선해 부드럽고 안락한 착좌감을 연출한다. 도어에 두른 넓은 가죽과 무광 우드의 조합도 마음에 든다. 트렁크는 기본 410ℓ를 제공한다. 일반 5시리즈에 비해 120ℓ 작은 수치다. 실제로 바닥면이 높아 육안으로 볼 때 답답한 감이 있지만 그렇다고 아주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그나마 트렁크 아래쪽에 추가 수납함을 마련해 아쉬움을 덜었다.

 ▲총평
 BMW 530e는 5시리즈가 갖는 상품성을 온전히 누리면서 전기 파워트레인의 진가를 경험할 수 있는 차다. 일반 내연기관에서 느끼지 못했던 부드러운 주행 감각과 함께 낮은 무게 중심에서 오는 안정적인 자세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디젤 못지않은 효율과 가솔린의 정숙성은 덤이다. 저공해차 인증도 받아 주차장 및 톨게이트 할인도 알뜰하게 챙길 수 있다. 5시리즈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PHEV에 대해 충분한 이해도만 갖고 있다면 안 살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530e는 5시리즈 판매에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늘어나는 수입 프리미엄 친환경 세단 시장에 불을 지필 차로 충분하다. 마땅한 라이벌이 없어 시장을 독주했던 렉서스 ES300h부터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한 벤츠 E300e까지 바짝 긴장해야 할 듯하다. 승자를 가리기 힘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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