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출범 4년 만에 최대 위기
[경향신문]
현대자동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출범 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주력 차종 판매는 줄어들고,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은 출시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도 출범 이후 답보 상태여서 ‘내수용 고급차’란 오명까지 얻고 있다.
22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모두 7만1411대 판매했다.
브랜드가 첫출범한 2015년 384대를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6만6800대, 2017년 7만8589대, 지난해 8만5389대 등 출범 4년 만에 30만2573대를 팔았다.
모델별로는 플래그십 세단인 G90이 차명 변경 전 EQ900을 포함해 국내 6만1684대, 해외 1만2345대로 모두 7만4029대가 판매됐다. 아래 모델인 G80은 국내 11만9924대, 해외 5만82대 등 모두 17만6대가 팔렸다. 가장 차급이 작은 G70은 국내 3만4232대, 해외 2만4306대 등 5만8538대가 팔렸다.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도요타 렉서스처럼 대중차와는 다른 고급차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런칭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브랜드 출범을 진두지휘해 ‘정의선의 제네시스’라 불리기도 한다. 제네시스는 출범 이듬해인 2016년 이후 연간 순증 판매량이 1만대 안팎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보였다. 주행성능과 디자인, 인테리어 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내년 이후가 문제다. 가장 많이 팔리는 G80은 모델 노후화로 판매가 급전직하하고 있다. G80은 지난 1월 국내에서 2479대가 팔렸지만 지난달에는 올해 최저치인 1214대로 감소했다. G80은 해외시장에서는 거의 팔리지 않는 모델이다. G70도 국내에서 월 1300대, 수준으로 답보 상태다. G90은 국내에서 월 1000대가량이 팔리는데 그치고 있다.
자사 첫 SUV GV80이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확한 출시 일정조차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에는 지난 11월말 출시가 계획됐으나 뚜렷한 이유없이 연기됐다.
이후 제네시스 브랜드는 GV80의 배출가스 인증 기간이 늘어나면서 출시가 늦어졌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보통 현대차 등 국내 업체는 자체 연구소에 배출가스 검증시설이 있어 환경부 등에 서류를 내는 것으로 인증을 갈음하고 있다. 그러나 GV80은 국립환경과학원이 실도로테스트를 포함한 배출가스 검사를 직접 실시, 최근에야 인증이 떨어졌다.
GV80은 인증이 난 뒤에도 곧바로 출시 행사를 할 수 없었다. 현대차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된 지 얼마되지 않은데다, 기아차 K5 출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GV80이 시장이 투입되면 출시된 지 얼마 안된 그랜저와 K5 판매가 위축될 것을 우려해 여전히 정확한 출시 날짜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V80은 출시가 지연되면서 실차 사진이 미리 유출되는 등 새 차에 대한 ‘신비감’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에 대한 신뢰 상실도 문제다. 무엇보다 GV80은 최근 자동차 시장의 대세인 SUV 모델이라 해외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확대할 수 있는 촉매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출범 이래 지역별로 국내 21만5840대, 해외에서 8만6733대 판매됐다. 국내 판매 비중이 3배가량 높은 셈이다. 이처럼 낮은 해외 판매 비율을 GV80을 통해 확대하고, 해외 인지도도 높일 포석이었지만 출시 지연으로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함께 제네시스 브랜드를 뿌리내리게 한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부사장이 회사를 그만둔 것도 제네시스엔 ‘악재’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선 스타 디자이너와 개발자, 경영자들의 역량과 지명도가 해당 브랜드의 성장을 쥐락펴락하는 경우가 적잖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시장에서 딜러 문제가 정리되는 등 제네시스 인지도가 높아지는 단계에서 GV80 출시가 연기된 것은 대단한 ‘전략 미스’ ”라면서 “하루 빨리 혼선을 빚고 있는 제네시스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GV80 등 신차 출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에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일본 목욕탕서 700장 이상 불법도촬한 외교관···조사 없이 ‘무사귀국’
- 서울 다세대주택서 20대 남성과 실종 신고된 10대 여성 숨진 채 발견돼
- 안현모, 이혼 후 한국 떠나려고···“두려움 있었다” (전참시)
- 아이가 실수로 깨트린 2000만원 도자기, 쿨하게 넘어간 중국 박물관
- 인감증명서 도입 110년 만에…9월30일부터 일부 온라인 발급 가능해져
- “하이브·민희진 분쟁은 멀티레이블 성장통” “K팝의 문제들 공론화”
- ‘유시민 누나’ 유시춘 EBS 이사장 사무실 압수수색
- 김신영 날린 ‘전국노래자랑’ 한달 성적은…남희석의 마이크가 무겁다
- 국가주석에 국회의장까지 권력 빅4 중 2명 숙청···격랑의 베트남 정치
- 수능 6등급도 교대 합격···상위권 문과생들 “교사 안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