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RV 맛집' 쉐보레 4총사를 만나다

2019. 12.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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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형~대형 아우르는 SUV 라인업, 이젠 픽업까지
 -트레일 블레이저·타호·서버번·실버라도 등 벌써 기대

 SUV가 대세로 자리매김하면서 많은 완성차 회사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국내 역시 5개 제조사가 SUV로 영역을 넓히면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쉐보레다. 트랙스를 시작으로 중형 이쿼녹스, 대형 트래버스를 선택지에 추가한 것. 여기에 픽업트럭인 콜로라도를 라인업에 더하면서 RV 맛집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을 강원도 평창 산골짜기에 모두 모아봤다.



 ▲원초적 소형 SUV, 트랙스
 트랙스는 쉐보레 SUV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이자 막내다. 지난 2013년 국내 소형 SUV 시대를 연 장본인이기도 하다. 외관은 펜더를 강조한 차체를 바탕으로 도시에 어울리는 세련된 형태를 갖췄다. 전면부에선 스파크와 크루즈의 향기도 남아있다.

 실내는 좌우대칭형 대시보드로 공간감을 높였다. 곡선을 과하지 않게 써 촌스러움을 피한 점도 인상적이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같은 일부 편의품목은 없지만 2열 220V 인버터 등 야외활동에 대응하는 품목을 갖췄다. 공간은 소형임에도 빠듯하지 않다. 트렁크(560ℓ)는 오히려 라이벌보다 더 크다.




 동력계는 1.4ℓ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최고 140마력, 최대 20.4㎏·m의 성능을 확보했다. 차 크기에 비해 결코 작지 않아 발걸음은 가볍다. 터보랙은 지워진지 오래다.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무난하다. 고속도로 중심의 시승에선 13.4㎞/ℓ의 평균 효율을 기록했다.

 속도를 올리자 엔진음과 풍절음이 적지 않게 들려온다. 차급을 생각하면 이해 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주행 안정성은 묵직하게 도로에 붙어가는 느낌으로 차급 이상을 보여줬다. 하체는 유럽 세단처럼 단단하게 조인 듯하다. 통통 튀는 느낌이 올라오지만 제법 민첩하게 움직임일 수 있다. 조향성이 직관적이고 차체가 작아 다루기도 쉽다. 


 ▲재평가가 시급한 패밀리 SUV, 이쿼녹스
 중형인 이쿼녹스는 지난해 6월 국내 출시된 쉐보레 수입 SUV의 첨병이다. 그러나 올해 11월까지 누적 판매대수는 3,665대(2018년 1,718대, 2019년 1,947대)에 불과하다. 중형 SUV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포진된 내수 시장에서 이름이 제외된 이유가 궁금했다.

 외관은 재해석한 듀얼포트 그릴, 뒤로 갈수록 아래로 꺾이는 캐릭터라인 등 쉐보레의 최신 디자인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얼핏 중형 세단 말리부의 SUV 버전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실내는 고급스럽지 않지만 연결성을 높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스마트폰 무선 충전 등의 편의품목을 채워 부족함이 없다. 앞좌석은 통풍, 열선을 모두 지원한다. 좌석 위치가 높고 대시보드를 낮춰 시야는 탁 트였다. 뒷좌석은 성인이 앉기에도 적당하다. 리클라이닝이 가능하며 버튼으로 간단히 접을 수도 있다. 적재공간은 최대 1,800ℓ까지 확장 가능하다.




 엔진은 1.6ℓ 디젤을 얹어 최고 136마력, 최대 32.6㎏·m를 낸다. 산길을 내달리는 데에도 가속감은 경쾌하다. 누군가는 작은 엔진을 얹은 게 아니냐고 반문하지만 막상 타보면 그 편견은 깨질 것이다. 이미 많은 완성차 회사가 엔진 다운사이징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쉐보레도 1.6ℓ 디젤, 1.35ℓ 가솔린 터보 등으로 기술을 과시하고 있다. 6단 자동변속기의 반응은 나긋하게 속도를 올리도록 설정됐다.

 전반적인 주행감각은 이번에 만난 4대의 RV 중 가장 좋았다. 부드럽지만 한계 상황에서 원하는 선을 그릴 수 있는 여유가 돋보였다. 덕분에 굽이친 도로는 이쿼녹스의 놀이터가 됐다. 랙 구동방식의 R-EPS를 비롯한 여러 섀시 장치도 공이 컸다. 시트 포지션에 비해 낮은 무게 중심은 안정성 확보로 이어졌다. 코너를 바짝 안고 들어가자 차로 이탈 위험을 알리는 햅틱 시트가 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디젤임에도 소음, 진동에 대한 대책이 잘 마련돼 피로감은 적었다.


 ▲뭐든지 여유로운 대형 SUV, 트래버스
 트래버스는 길이 5.2m의 대형 SUV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SUV 중 가장 길다. 그만큼 첫 인상이 압도적이다. 최신 디자인을 채택했음에도 질리지 않은 얼굴과 우월한 기럭지는 슈퍼SUV란 별칭이 아깝지 않다. 실내는 말 그대로 널찍하다. 옆으로 누울 때 쭈그리지 않아도 될 정도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를 아우르는 모든 요소의 크기와 간격도 넉넉하다.


 공간은 3열을 분리한 외관만큼 기대치가 컸다. 아니나 다를까 2~3열 공간은 MPV 수준으로 여유로워 성인이 어디를 앉아도 부담이 없다. 좌석을 모두 채운다 해도 중형 SUV 보다 큰 적재공간이 남는다. 시트를 모두 접고 매트를 깔아보니 어렵지 않게 차박이 가능한 공간이 연출된다.


 V6 3.6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최고 314마력, 최대 36.8㎏·m를 낸다. 자연흡기 대배기량 엔진이 주는 넉넉한 출력은 고속도로에서 빛을 발했다. 체구에 맞지 않게 9단 자동변속기와 합을 맞춰 빠르게 속도를 올릴 수 있고 이내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의 효율은 12㎞/ℓ 이상을 표시했다.
 
 핸들링은 휠베이스에 비해 회전반경이 짧게 느껴져 나쁘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이 일반 차에 비해 더 돌아가지만 워낙 가벼워 주차 시에도 부담이 적다. 승차감은 미국차 특유의 성격이 드러난다. 어지간한 노면 충격은 다 잡아먹을 기세다. 가솔린 엔진 특유의 정숙성은 탑승자의 피로도를 줄인다.

 ▲목적이 뚜렷한 아메리칸 픽업, 콜로라도
 미국은 픽업트럭이 승용차보다 많이 팔리는 시장이다. 이 가운데 콜로라도는 지난해 13만대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콜로라도의 외관은 우람한 차체에 비교적 온순한 얼굴을 담았다. 그러나 헤드램프, 그릴, 안개등, 사이드미러, 리어 범퍼 가니쉬에 크롬을 적용하고 차체엔 원색을 칠해 화려하기도 하다.


 실내는 미국 특유의 털털함이 잘 묻어나 있다. 대시보드, 도어 트림을 비롯한 곳곳을 플라스틱으로 처리했고 시동 버튼 없이 꽂아 돌리는 열쇠는 접는 기능도 없다. 적재에 집중한 픽업의 특성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동 에어컨 등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뒷좌석은 성인이 앉아도 넉넉한 공간으로 구성했다. 좌석 아래엔 수납공간도 마련했다. 대부분의 픽업이 그렇듯 등받이를 눕힐 순 없지만 접을 수는 있다. 뒷 유리는 적재함과 소통 가능한 슬라이딩 윈도우를 준비했다.

 적재함은 쉐보레의 픽업 노하우가 돋보인다. 테일게이트는 열리는 속도를 느리게 해 안전한 사용을 돕는다. 범퍼 모서리에는 계단을 설치해 오르내리기 쉽다. 트레일러 결합을 위한 각종 어댑터도 적정 위치에 마련했다. 크기는 테일게이트를 내리고 원터치 텐트 하나 펼 자리는 만들 수 있다.

 엔진은 가솔린 V6 3.6ℓ로 트래버스의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동력 성능은 2마력 낮은 최고 312마력, 1.2㎏·m 높은 최대 38.0㎏·m다. 적재 능력과 견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설정이다. 7단 자동변속기도 트레일러 유무에 따라 변속 시점을 달리하는 기능을 지원한다. 회사가 밝힌 견인력은 3.2t으로 웬만한 소형 트레일러는 다 끌 수 있다. 구동방식에 따른 주행모드는 2H, 4H, 4L, 자동의 네 가지를 제공한다.

 콜로라도와 먼저 달린 구간은 고속도로다. 가속은 풍부한 토크와 묵직한 엔진음 덕분에 초반부터 시원스럽다. 이내 속도를 올리면 평온한 주행이 이어진다. 의외의 만족은 승차감에 있었다. 프레임 위에 차체를 얹은 구조를 지녔지만 세단 못지않게 달릴 수 있었던 것. 휠베이스가 3.2m를 넘는 덕분에 안정적이기도 했다. 긴 휠베이스로 잃을 수 있는 조종성은 R-EPS로 확보했다. 

 콜로라도의 성격은 오프로드에서 잘 드러났다. 별도의 튜닝 없이도 돌을 헤치고 무릎까지 잠기는 개울을 어렵지 않게 건너며 야성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모래 바닥에 멈춘 후에도 4WD 시스템과 디퍼렌셜 락을 활용해 무난히 탈출했다. 단순히 짐칸을 따로 뽑아낸 차가 아닌 험로 주파가 가능한 정통 픽업의 매력이다. 


 ▲4대의 RV는 미래 쉐보레의 청사진
 쉐보레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요소가 있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것, 바로 기본기다. 네 차 모두 기본기는 훌륭하다. 그러나 소비자가 제품에 바라는 건 상품성이다. 기본기는 기본이고 가격에 맞거나 그 이상의 가치를 구매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지엠이 택한 전략은 국산, 수입을 병행하는 투 트랙이다. 브랜드 내 수입 비중을 높여 다양한 선택지와 수입 브랜드만의 높은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것. 최근 출시한 트래버스와 콜로라도가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는 점은 전략이 어느 정도 맞아가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여기에 글로벌 전략 SUV인 트레일 블레이저가 내년 초 출시를 앞두면서 기대치는 높아지고 있다. 타호, 서버번, 실버라도 등의 대형 RV 출시가 기대되는 것도 여기에 있다.



 가격은 트랙스 1,634만~2,479만원, 이쿼녹스 2,945만~3,882만원, 트래버스 4,520만~5,324만원, 콜로라도 3,855만~4,350만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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