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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말(馬)에 다가가는 자동차

입력 2019. 11. 2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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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여기저기서 '적기조례(Red Flag Act)'라는 말이 사용된다. 자동차 역사를 얘기할 때 간혹 쓰던 말이 갑자기 주목받은 이유는 대통령의 언급이 큰 영향을 미쳤다. 증기차 운행을 억제하기 위해 마차 업계의 힘에 눌려 영국이 자동차산업에서 독일과 미국에 뒤처졌다는 사례가 혁신의 장벽으로 표현됐기 때문이다. 이후 '적기조례'는 대표적인 규제장벽의 상징적인 단어로 곳곳에서 사용된다. 

 다른 말로는 '증기기관법(Locomotive Act)'으로도 불리는 적기조례는 1861년 증기기관차의 도로 통행법을 규정한 '증기기관차도로법(The Locomotive on Highways Act)'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제정됐다. 이후 1865년 증기기관차를 관리하는 내용이 추가되고 1878년에는 '도로 및 증기기관차 법령(Highways and Locomotives Act)'으로 개정됐다. 해당 법안은 자동차의 운행 속도를 제한하고 자동차 등록제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한 강에 설치된 다리의 붕괴 방지를 위한 자동차의 무게도 제한했다. 그리고 이들 법안을 지지한 곳 가운데 하나가 마차 제조업자였다는 점에서 신구(新舊) 갈등의 사례로 쓰이지만 당시 제정된 법은 이동에 있어 철도까지 감안해 판단한 영국 정부의 중립적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자동차는 빠르게 마차를 대신했다. 마차와 달리 장거리 이동에 따른 말(馬)의 피로가 문제되지 않았고, 말보다 속도와 힘 또한 앞섰기 때문이다. 덕분에 말(馬)은 서서히 '도로'를 활용한 수송 부문에서 자취를 감추며 사람들의 일상에서 멀어졌다. 기능적으로 말의 수송 역할이 완전히 자동차로 넘어간 탓이다. 그리고 마차 제조업체는 자동차 뒤에 연결 고리를 통해 끌려가는 트레일러 제조로 전환됐다. 

 하지만 5,000년이 넘는 역사를 거쳤던 말이 함께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단순한 수송, 즉 이동이라는 기능 외에 말(馬)은 상품으로서 브랜드 가치도 함께 존재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귀족은 언제나 좋은 품종의 말을 타려 했고, 이를 통해 신분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했던 것이 방증이다. 실제 말(馬)은 수송만 벗어났을 뿐 브랜드 가치 높이기는 꾸준히 전개됐다. 대표적인 것이 '경마(競馬)'와 '승마(乘馬)'다. 경마를 위해 '잘 달리는' 말이 육종됐고, 엄청난 제어기능이 적용된 승마 또한 명마(名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훈련과 개량이 지속됐다. 유럽과 아랍 등을 중심으로 여전히 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대회들이 존재하는 배경이다. 

 물론 한국도 최근 말(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그러자 내연기관으로 말의 이동 기능을 밀어냈던 자동차회사들이 다시 말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승마인들을 자동차 소비자로 접근하는 것이지만 자동차와 말 모두 '탈 것(The Riding things)'이라는 점에서 콜라보를 추구하는 셈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쌍용차다. '2019 제주 풀뿌리 배럴 레이싱' 승마대회 후원에 참여한 것 자체가 눈길을 끈다. 배럴 레이싱은 제주 토착 한라마를 타고 펼치는 박진감 넘치는 정통 웨스턴 승마경기다. 말과 기수가 가장 빠른 시간에 경기장 내 삼각형 모양으로 놓인 3개의 배럴(barrel, 서양식 나무통)을 이용해 정해진 패턴을 완성하면 승리하는 경기로, 모두 75명의 기수가 참가해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펼쳤다. 쌍용차는 이곳에 2020 G4 렉스턴을 전시하며 이목을 끌었다. 쌍용차로선 생활레저로 승마에 접근한 것이지만 늘어나는 승마 인구를 감안하면 좋은 선구안이 아닐까 한다. 말과 자동차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탈 것'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송종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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