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군산기지 구축해 '한국 공습' 임박..비상 걸린 현대·기아차

진상훈 기자 입력 2019. 10. 18. 06:02 수정 2019. 10. 1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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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전기자동차 제조사들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 대형 자동차업체들이 잇따라 한국에서 신차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고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전문 제조사 퓨처모빌리티는 군산에 위탁 생산기지까지 구축했다.

중국 전기차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열린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전시된 중국 퓨처모빌리티의 프리미엄급 전기차 SUV인 M바이트/진상훈 기자

중국은 가솔린, 디젤 등 내연기관차 시장에서는 유럽과 일본, 한국 등에 뒤처졌지만, 일찍부터 친환경차 개발에 뛰어든 덕에 전기차 시장에서는 높은 경쟁력을 가졌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중국 전기차 모델들은 앞선 성능과 함께 디자인까지 진화해 국내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기차업체들의 국내 시장 ‘공습’이 임박하면서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현대·기아차 역시 최근 몇 년간 전기차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 등 각종 제원상 한 발 앞서 있는데다, 가격까지 저렴한 중국 전기차들이 본격적으로 출시될 경우 고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中 퓨처모빌리티, 군산공장에서 연간 5만대 전기차 생산해 판매

17일 자동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인 명신은 지난달 중국 퓨처모빌리티와 오는 2021년부터 옛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전기차를 연간 5만대 위탁생산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옛 한국GM 군산공장의 정문 전경. 퓨처모빌리티는 이곳에서 2021년부터 연간 5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해 국내에서 판매할 계획이다./조선일보DB

명신은 현대차그룹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엠에스오토텍의 계열사로 지난 6월 한국GM 군산공장을 인수했다. 퓨처모빌리티는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를 전량 한국에서 판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자동차 시절이었던 지난 1997년 최신식 생산설비를 갖춰 설립된 군산공장이 이제 중국 자동차기업의 ‘안방’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가 된 셈이다.

퓨처모빌리티는 중국의 최대 IT기업인 텐센트와 애플의 최대 협력사인 대만 폭스콘이 테슬라와 같은 고급 자율주행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공동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퓨처모빌리티는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전기차 브랜드인 ‘바이튼’을 선보인데 이어 올해 SUV 모델인 ‘M바이트’까지 공개했다.

다른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도 속속 국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베이징자동차는 지난 5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EV 트렌드 코리아’에서 전기차 중형세단 EU5와 소형 SUV인 EX3, 중형 SUV인 EX5 등 주력 모델들을 공개하고 환경부 인증 절차가 끝나는대로 내년부터 국내에서 순차적으로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쑹궈자동차도 올해 서울모터쇼에서 국내 업체인 SNK모터스와 합작해 군산 새만금 일대에 연간 1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퓨처모빌리티의 첫 양산형 전기차 M바이트/퓨처모빌리티 홈페이지

◇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제패한 中…기술력도 세계 최고 수준

지금껏 국내 자동차 시장 진출을 시도한 중국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채 안착하는데 실패했다.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는 저렴한 가격 정도를 제외하면 디자인이나 성능에서 별다른 강점을 찾기 어렵다는 혹평이 많았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은 얘기가 달라진다.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일찍 친환경차 개발에 뛰어든 덕에 현재 중국의 전기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차가 내년부터 국내에 선보일 EU5의 경우 한 번 충전으로 460km를 주행할 수 있다. SUV 모델인 EX5와 EX3도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각각 415km, 501km에 이른다.

지난 5월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EV 트렌드 코리아’에 전시된 베이징자동차의 전기차 세단 EU5/진상훈 기자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모델들의 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는 여기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차 코나EV가 한 번 충전으로 406km를 주행할 수 있지만, 기아차 니로EV와 쏘울부스터, 한국GM의 볼트EV 등은 모두 400km를 밑돈다.

수준 높은 IT 기술도 중국 전기차의 강점으로 꼽힌다. 베이징차는 중국의 IT 기업 바이두 등과 협업해 만든 인공지능(AI) 기술을 전기차에 적용하고 있다. 퓨처모빌리티가 선보일 프리미엄급 전기차 역시 텐센트가 가진 IT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첨단 안전·편의사양이 대거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 안방 내줄 위기 몰린 현대차…"전기차 전문 브랜드 출범 검토해야"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국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출시 초반 판매가격을 한국의 경쟁 모델들보다 낮게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 앞선 기술력을 갖춘데다, 가격까지 저렴한 중국 전기차들이 대거 들어올 경우 현대·기아차는 자칫 안방을 송두리째 내줄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디터 제체 전 회장이 지난해 9월 전기차 전용 브랜드 EQ의 첫번째 양산 모델인 EQC를 공개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메르세데스-벤츠 제공

현대·기아차는 최근 판매 중인 주력 차종에 추가하는 전략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현대차는 친환경차인 아이오닉에 전기차 모델까지 더했고 소형 SUV 코나도 전기차를 추가했다. 기아차 역시 니로EV에 이어 올 초 출시한 신형 쏘울의 전기차 모델인 쏘울부스터를 선보였다.

그러나 전기차 분야에서 확실한 브랜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판매 차종에 전기차만 추가하는 전략으로는 성능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의 안방 공습을 제대로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 역시 전기차 전문 브랜드를 만들어 중국 전기차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 브랜드인 EQ를 만들어 첫번째 SUV 모델인 EQC를 선보였다. 전기차 미니밴 EQV와 세단 EQS도 곧 판매가 시작된다. 볼보 역시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를 출범시켜 최근 양산모델을 내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문 브랜드 출범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전동화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크다"며 "앞선 브랜드 가치를 부각시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성능을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중국 전기차의 진출에 대응하는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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