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지엠 자해, 쌍용차는 희생..차이나는 노조의 클라스

조재현 기자 입력 2019.09.21 09:05 수정 2019.09.21 18:4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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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조, 복지 포기하며 경영정상화 동참
한국GM 노조, 파업에 자기차 불매운동 자충수
(뉴스1 DB) © 뉴스1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몸부림을 치는데, 서로 방향성은 다른 것 같네요."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나란히 '위기'에 직면한 쌍용자동차와 한국지엠(GM)의 상황을 이같이 언급했다.

정반대로 행동하는 노동조합 때문이다. 쌍용차 노조는 사측과 한마음으로 뭉치지만, 한국지엠 노조의 경우 사측과 각을 세우기 바쁜 모양새다.

외국계 완성차 업체를 대주주로 둔 이들 브랜드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도 극명하게 갈린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등 철수 위기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산업은행 등 주요 주주들의 지원 덕에 가까스로 넘겼으나 노조 몽니에 신음하고 있다. 반복되는 노조와의 갈등으로 국내 철수 명분만 쌓아주는 게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시선이 많다.

한국지엠 노조는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올해 임협 단체교섭 요구안을 놓고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지엠 노동조합이 20일부터 부분파업을 재개한다. 사진은 지난 9일 전면파업으로 멈춰선 부평공장 조립라인의 모습. (뉴스1 DB) /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회사는 최근 5년간 누적 적자 규모가 총 4조원에 육박, 기본급 인상 등은 어렵고 여력도 없다는 입장인데, 노조 역시 한발짝도 물러날 기세가 아니다.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자극적인 투쟁 방식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9~11일 GM에 인수된 뒤 사상 초유의 전면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지난 19일 한 달여 만에 재개된 임금협상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자 사장 및 본사 파견 임원 퇴진 운동과 동시에 급기야 자사 브랜드 신차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업계는 한국지엠 노조의 불매운동 선언을 '자살골을 넣는 행위'로 보고 있다. 최근 일부 세그먼트 모델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들여와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 한국지엠의 전략에 반기를 든 것이기 때문이다.

쉐보레 픽업트럭 콜로라도. (한국지엠 제공) © 뉴스1

부평 및 창원공장의 안정적인 가동률 확보를 위해 국내 생산 차종을 늘려야한다는 노조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 지금 당장은 영업점에 고객이 찾지 않는다. 현대·기아차에 비해 매우 열악한 라인업이 가장 이유 중 하나다.

진열장의 과자처럼, 자동차 영업점은 각 세그먼트 별로 매력적인 모델을 구비해야 고객들의 발길을 잡을 수도 있다. 보여줄게 너무 없고 당장 한국 공장에서 내놓을 모델이 없다면 OEM 방식으로 수입해서라도 라인업의 구색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

노조가 불매운동을 삼은 콜로라도는 현대·기아차에도 없는 픽업트럭이다. 트래버스는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수입 SUV 1위 포드 익스플로러의 가장 강력한 경쟁 모델이라 한국 고객들을 한국지엠 영업점에 끌어들일 수 있다. 고객들이 찾으면 한국 생산 모델들도 자연스레 판매가 증가하고, 중장기적으로 한국에 대한 본사의 신뢰가 쌓이면 한국 생산 모델도 확대되는 계기를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라인업 강화에 맞서 노조가 차량 불매운동을 이끄는 것은 해사(害社) 또는 자해(自害) 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지엠 측은 예상하지도 않았던 노조의 불매운동 엄포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생산 차종은 아니지만, 이들 차량이 잘 팔리면 한국지엠의 매출 및 수익성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회사 판단이다. 미국 GM 노조의 파업까지 더해지며 향후 공급부족 문제도 대두될 수 있어 회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본사 임원이 직접 '파업이 계속돼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국내 공장에 배정된 물량을 조절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경고했음에도 노조는 부분파업을 단행하는 등 사태를 강 대 강 국면으로 끌고 가고 있다.

쌍용차 평택공장 전경. (쌍용차 제공) © 뉴스1

쌍용차도 실적부진으로 시달리고 있지만 해결 방식은 사뭇 다르다. 노사 갈등 보다는 위기를 함께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10년간 이어졌던 해고자 복직 문제를 사회적 대타협으로 타결한 노사가 생존을 위해 한마음으로 몸부림을 치는 것으로, 한국지엠 노조의 방향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쌍용차는 지난 20일 직원 복지 중단 및 축소를 골자로 한 자구노력 방안을 발표하면서 노조의 동참 의지를 높게 샀다. 노조가 자신들의 복지를 포기하면서 회사를 살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쌍용차는 근속 25년 이상 사무직 직원 대상 안식년제 시행을 비롯해 Δ명절 선물 지급중단 Δ장기근속자 포상 중단 Δ의료비 및 학자금 지원 축소 등 22개 복지 항목에 대한 중단 또는 축소를 골자로 한 자구노력 방안을 내놓았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회사는 이번 합의안과 관련해 "노조가 고용 및 경영안정을 위한 회사의 비상 경영에 적극 동참하기로 하면서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노사 간 공감대가 형성되는 등 안정적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순조롭게 추진되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노조가 생존에 모든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는 인식 아래 회사와 협력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노조는 올해 임협 과정에서도 통 큰 양보를 했고, 이를 통해 '10년 연속 무분규 교섭'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의료비와 학자금 지원 등은 직원들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혜택이었는데 쌍용차 노조가 고통 분담 차원에서 내려놓았다는 점에서 희생정신을 엿볼 수 있다"며 "위기 때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며, 협력하는 것 외에 해법은 없다"고 조언했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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