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모하비 더 마스터..디젤차인데 '조용', 조수석 무드등은 '별로'
"촤아아아아."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 5일. 기아자동차의 '모하비 더 마스터(the master)'를 몰아 물웅덩이로 질주했다. 성인 남성의 허리춤까지 차오를 깊이의 웅덩이였다. 물을 가르는 경쾌한 소리가 차 밑과 양옆에서 들렸다. 차에 별다른 저항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느냐는 듯, 모하비는 제 갈길을 갔다.
모하비 더 마스터는 2016년 이후 3년 만에 부분변경을 한 모델이다. 기존 모하비에서 성능을 일부 개선하고, 겉을 일부 바꿨다는 뜻이다. 사전계약 11일만에 7000대 계약이 몰렸을만큼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모하비는 승용차와 달리 차량 아래쪽에 사다리 모양의 철제 뼈대(frame)가 차체를 지지하는 정통 험로주행형 SUV다. 그러나 주행감은 단단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부드러웠다.
인천 영종도에서 경기도 양주까지 왕복 170km를 달리는 동안, 대형세단을 높은 위치에서 모는 것처럼 느긋함을 즐겼다. S자로 구불구불한 언덕을 오를 때는 몸이 조금 쏠리는 듯한 느낌이 있었지만, 차체의 단단함을 고려하면 당연한 수준이었다.
윤성훈 기아차 대형총괄1pm 상무는 "후륜 쇼크업소버(완충장치)를 새로 장착하고 후륜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 구조를 개선해 편안함 승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운전석에서는 이 차가 디젤차인지 휘발유차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모하비 더 마스터에는 V6 3.0L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260 PS, 최대토크는 57.1 kgf·m다. 엔진에는 8단 자동변속기가 물려 있다. 엔진 진동이나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터널을 지나갈 때 소음의 실내유입이 적어 창문을 열어 확인을 했을 정도였다.
모하비 더 마스터는 대형 SUV다. 전장 4930mm, 전폭 1920mm, 전고 1790mm, 휠베이스 2895mm의 크기로 설계됐다. 현대차 펠리세이드(전장 4980mm, 전고 1750mm)보다는 조금 작은 크기다. 차들이 빽빽한 만원 주차장에서는 주차할 때 내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먹을 가능성이 크다.
실내 디자인은 고급차의 느낌이다. 센터페시아에서 도어까지 길게 이어지는 오크 우드 그레인 가니쉬와 최고급 나파가죽 퀼팅 시트가 적용됐다. 그러나 조수석에 있는 입체 패턴 무드 램프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시승 이전에 기아차 디자인팀의 설명을 듣고 잔뜩 기대했지만, 특별할 게 없었다. 무드를 잡는 것도, 럭셔리한 분위기를 내는 것도 실패한 느낌이었다.
안전·성능을 높이기 위한 각종 장비는 국내 어떤 수입 SUV와 겨뤄도 손색 없다. 기아차는 모하비 더 마스터에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등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모하비는 차선을 알아서 찾아 간격을 맞췄다. 이 기능 덕분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길을 달리는 피로감을 덜었다. 마치 핸들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 같았다. 이 밖에 모하비 더 마스터는 스마트 키를 몸에 지니고 차량 뒤쪽에 약3초간 서 있으면 뒷문이 열리는 ‘스마트 파워 테일 게이트’와 안전하차보조 경고음(SEA) 기능도 적용됐다.
이날 주행을 마친 모하비 더 마스터의 평균 연비는 10.2㎞/ℓ였다. 절반은 컴포트 모드로, 나머지는 연료 소모가 심한 스포츠 모드로 주행한 결과다. 기아차가 내놓은 공식 복합연비 9.4 km/ℓ(18인치 타이어 기준)다.
모하비의 가격은 국내 SUV 가운데 가장 비싼 편에 속한다. 플래티넘 트림이 4700만원, 마스터즈 트림이 5160만원부터 시작된다. 올해 출시된 '2019 모하비 VIP' 보다도 250만원 가량 더 비싸다. 연비나 가격을 중시한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대다. 그러나 힘과 안정성, 그리고 다양한 야외활동에서 쓰임새가 많은 정통 SUV를 찾는다면 매력적으로 느껴질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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