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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 8車 8色 기어 레버 변천사 | 쥐고 당길 때 느껴지는 운전의 '손맛'

서인수 모터트렌드 에디터 입력 2019.09.09 19:0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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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내부 인테리어. 벤츠는 운전대 뒤에 기어 레버를 달았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20년 전 삼촌은 기아 카렌스를 탔다. 국산 다목적차량(MPV)의 선구자 카렌스는 당시 아버지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7인승이라 실내 공간은 물론 트렁크 공간이 넉넉해 4인 이상 가족이 두루 쓰기에 그만한 차가 없었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운전면허를 땄을 때 마침 삼촌이 카렌스를 몰고 우리 집에 왔다.

난 운전이 너무 하고 싶어 삼촌에게 허락도 구하지 않고 운전석에 올랐다. 그러고는 키를 꽂아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어야 할 게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운전대 오른쪽에 비죽 솟아 나온 레버를 발견했다.

초창기 카렌스는 기어 레버가 운전대에 붙어 있었다. 기어를 바꿀 때 ‘철컥’ 하는 소리가 났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보통의 자동차 기어 레버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다. 모양도 쥐고 당기는 플로어 타입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기계식 변속장치는 변속기 터널에 기어 레버가 볼트로 고정돼 있어 이를 쥐고 당기면서 기어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기어 레버가 있으면 앞자리 공간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초창기 미국 차들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대신 운전대에 기어 레버를 달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앞자리에 가로로 기다란 벤치 시트를 달아 조수석으로 자유롭게 넘나들 수도 있다.

운전대에 붙어 있다고 해서 칼럼 시프트라고도 불리는 이 기어 레버는 조작이 익숙지 않고, 부러질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점점 사라졌다. 카렌스도 2006년 출시된 뉴 카렌스부터는 운전대 대신 센터패시아 아래에 기어 레버를 달았다. 하지만 여전히 칼럼 시프트를 고수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메르세데스-벤츠다.

벤츠는 2005년 출시한 5세대 S클래스에 칼럼 시프트를 처음으로 적용했다. 오디오나 내비게이션 등 차의 각종 기능을 조작하는 커맨드 컨트롤러를 센터콘솔 앞쪽에 배치하면서 기어 레버를 운전대로 옮긴 것이다. 이후 벤츠는 SL이나 AMG GT 같은 스포츠카를 뺀 나머지 모델에 모두 칼럼 시프트를 물려줬다. 6세대 S클래스는 물론 지난 3일 국내에 출시된 신형 GLE도 칼럼 시프트를 달고 있다.

전자식 변속장치가 등장하면서 기어 레버의 모양도 다양해졌다. 전자식 변속장치는 제어 모듈을 통해 기어 레버의 전자 신호를 변속기로 전달하기에 기계식 변속장치처럼 변속기 터널에 기어 레버를 고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01 다이얼처럼 생긴 기어 레버를 가진 재규어 XF. 사진 재규어02 기아 쏘울 EV의 센터콘솔 앞쪽에 달린 다이얼 모양 기어 레버. 사진 기아차03 기어셀렉터, 패들 시프트 모두 달린 페라리의 포르토피노. 사진 페라리04 현대 쏘나타의 누르는 방식의 기어 셀렉터. 사진 현대차

버튼 ‘꾹’ 눌렀더니 ‘착착’ 바뀌는 기어도

요즘 누르는 버튼식 기어 레버나 다이얼처럼 돌리는 방식의 기어 레버가 많아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재규어는 2007년 출시된 XF에 다이얼처럼 생긴 기어 레버를 달았다. 재규어가 드라이브 셀렉터라고 이름 붙인 이 기어 레버는 시동을 끄면 스르륵 사라졌다가 시동을 켜면 천천히 올라온다. 재규어는 이후 출시된 XJ와 XE는 물론 랜드로버 모델에도 드라이브 셀렉터를 물려줬다. F타입이나 레인지로버 스포츠처럼 스포츠 성능을 강조한 모델에는 드라이브 셀렉터 대신 플로어 타입 기어 레버를 달아 차별화했다.

하지만 올해 말 출시될 새로운 XE에는 둥근 드라이브 셀렉터 대신 쥐고 당기는 전통적인 기어 레버가 달린다. 기어 레버는 역시 쥐고 당겨야 제맛이라는 내부 의견에 따라 드라이브 셀렉터를 없앴다는 게 전 재규어 디자인 수장 이안 칼럼의 말이다. 그는 앞으로 재규어 모델에서 드라이브 셀렉터가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둥근 기어 레버를 쓰는 건 재규어와 랜드로버뿐이 아니다. 기아 쏘울 EV는 센터콘솔 앞쪽에 다이얼처럼 생긴 기어 레버를 달았다(쏘울 휘발유 모델에는 쥐고 당기는 기어 레버가 달렸다). 파킹은 ‘P’가 써 있는 버튼을 누르면 되지만 후진과 중립, 드라이브는 다이얼을 돌려 선택할 수 있다.

독특한 건 다이얼 주변에 조명이 들어오는데, 센터패시아 모니터에서 블루와 화이트, 브론즈, 레드, 그레이, 에코 그린의 여섯 가지 컬러를 고를 수 있다는 거다. 쏘울 휘발유 모델과 달리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도 챙겼다.

버튼처럼 생긴 기어 셀렉터는 더 이상 신선하거나 새로운 방식이 아니다. 지난 3월 출시된 현대 8세대 쏘나타는 팰리세이드처럼 누르는 방식의 기어 셀렉터를 달았다. 센터콘솔 앞쪽에 놓인 이 버튼을 누르면 기어가 착착 바뀐다.

링컨은 일찍이 센터패시아 모니터 왼쪽에 수직으로 버튼처럼 생긴 기어 셀렉터를 넣었다. 노틸러스를 비롯해 국내에서 팔리는 링컨 모델은 모두 이 기어 셀렉터를 달고 있다. 하지만 링컨의 기어 셀렉터도 위치가 달라진다. 몇 주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승한 신형 에비에이터에는 센터패시아 모니터 왼쪽이 아니라 아래에 가로로 버튼식 기어 셀렉터가 달려 있었다. 알루미늄으로 감싼 버튼이 살짝 튀어나와 있어 누르기가 한결 편하다. 파킹 버튼을 다른 버튼보다 넓게 만든 것도 눈에 띄었다.

페라리도 누르는 방식의 기어 셀렉터를 달고 있지만 기어를 바꾸는 방식이 여느 자동차와는 조금 다르다. 센터터널엔 후진을 나타내는 ‘R’과 오토 그리고 론치컨트롤 버튼이 있을 뿐이다.

그럼 파킹은 어떻게 하느냐고? 운전대에 달린 두 개의 패들 시프트(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않고 기어를 변속할 수 있는 제어장치)를 양손 검지로 동시에 당기면 중립으로 바뀐다. 그 다음 운전대 아래쪽에 있는 시동 버튼을 눌러 시동을 끄면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들어온다.

람보르기니 모델도 페라리처럼 두 개의 패들 시프트를 당겨야 중립으로 바뀐다. 단, 최근 출시한 우루스는 센터패시아 아래에 버튼식 기어 셀렉터를 달았다. 기어 레버를 버튼이나 다이얼로 바꾸면 그만큼 공간을 더 활용할 수 있다. 하다못해 수납공간을 좀 더 마련할 수도 있고, 컵홀더를 하나 더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아직 버튼이나 다이얼보다는 쥐고 당기는 전통적인 기어 레버가 좋다. 내가 직접 운전하고 명령하는 느낌이 더 드니까. 새로운 게 마냥 좋은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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