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포르쉐, 800V 타이칸으로 판도 뒤집는다

입력 2019. 9. 9. 08:00 수정 2019. 9. 2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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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기반 EV보다 기능 많고, 고성능은 철학
 -1회 충전 후 주행 거리 400㎞ 넘겨

 "800V 시스템은 포르쉐가 이뤄낸 전기차의 최고 기술입니다"

 지난 4일 중국 푸저우에서 열린 포르쉐 최초 순수 전기차 '타이칸' 신차발표회에서 만난 마이클 슈타이너 포르쉐 연구개발총괄의 말이다. 그는 고성능 전기차들이 현재 보유한 400V 시스템을 뛰어넘어 '800V시대'를 포르쉐가 구현함으로써 '고성능'과 '불편함 해소'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포르쉐가 내세우는 800V 시스템의 강점은 무엇일까. 타이칸을 개발하며 포르쉐의 고민은 두 가지로 모아졌다. 포르쉐 DNA인 고성능을 포기하지 않되 전기차의 불편함인 짧은 주행거리를 극복하는 것이다.

 먼저 고성능은 0→100㎞/h 3초 이내를 목표로 잡고 실행 가능한 기술과제로 공기저항 최소화, 강력한 모터 구동력, 경량화를 꼽았다. 공기저항은 디자인에 승부를 걸었다. 피터 바르가 타이칸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는 수많은 실험을 반복하며 공기흐름이 매끄럽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 중에는 이미 다른 기업이 활용하는 플러시 타입 도어 핸들도 있었지만 그 보다 면(面)의 곡선이 공기를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모터 구동력은 개발단계에서 설정만 있을 뿐 실현에 어려움은 없었다. 포르쉐는 타이칸의 최고출력으로 761마력(560㎾)을 설정했다. 그래야 0→100㎞/h를 3초 이내에 도달한다고 판단해서다. 슈타이너 총괄은 "모터 출력을 높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며 "그러나 모터의 최고출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내구성을 확보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고, 포르쉐는 이를 완성해냈다"고 밝혔다.
 

 장벽에 가로막힌 건 '경량화'였다. 앞선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려면 많은 전기에너지가 필요했고, 그러려면 배터리 용량이 커져야 했다. 이 경우 배터리 무게가 늘어나 오히려 가속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실제 64㎾h 정도의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무게는 약 400㎏에 이른다. 배터리를 내연기관의 연료탱크와 비교할 때 휘발유 64ℓ와 배터리 64㎾h의 무게는 6배 이상 차이가 난다. 물론 평균 200㎏에 달하는 엔진이 없어져 무게부담을 일부 없애지만 모든 무게부담을 줄이기란 쉽지 않다. 변속기를 없애는 것도 고려했지만 이 경우 고속에서 효율을 손해볼 수 있는 만큼 그나마 무게부담이 적은 2단 변속기를 채택했다.
 
포르쉐 타이칸 익스테리어 부문 피터 가르가 책임 디자이너

 이와 함께 1회 충전 주행거리도 고려해야 했다. 성능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으면 당연히 주행거리가 짧아져 충전을 자주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타이칸 개발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배터리 용량을 결정하는 일이었다. 슈타이너 총괄은 "주행거리와 성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만큼 기술로 극복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놓고 배터리 용량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배터리 용량은 93.4㎾h로 결정했다. 고성능에 에너지를 많이 투입해도 최장 400㎞ 이상의 주행거리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용량이다. 최근 프리미엄 고성능 EV의 배터리 용량이 100㎾h에 근접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포르쉐로서도 비슷한 판단을 한 셈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사실 고성능 전기차로서 타이칸의 경쟁력은 그리 주목할 게 없다. 고성능과 장거리를 모두 잡으려면 대용량 배터리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또 섀시와 디자인, 고성능에 필요한 갖가지 기능 등은 이미 내연기관에서 포르쉐의 강점이 있으니 이를 접목하면 그만이었다. 

 포르쉐는 여기서 더 나아가 '800V'라는 시스템을 채택했다. 이는 충전시간을 줄이기 위한 포르쉐만의 전략적 선택이다. 0→100㎞/h를 경쟁차와 비슷하게 주파하고, 경량 섀시로 주행감을 높이는 건 전기차가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 포르쉐를 비롯해 수많은 스포츠카제조사가 추구했던 방향이다. 따라서 포르쉐는 최초 순수 전기차의 장점을 갖추기 위해 22분이면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800V 시스템을 적용했다. 순간 최대 270㎾h 수준까지 충전이 가능한 만큼 충전시간의 불편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 전용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 타이칸뿐 아니라 모든 순수 전기차의 충전기회도 열어 놓는다는 방침이다.
 
포르쉐 연구개발부문 마이클 슈타이너 총괄

 800V 시스템은 단점도 있다. 충전이 빠른 반면 이 과정에서 배터리의 발열과 내구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그러나 포르쉐는 3,000㎞ 이상의 연속 고성능 주행시험을 통해 이런 우려를 씻어냈다고 주장한다.

 게르노트 될너 포르쉐 제품 및 컨셉트부문 부사장은 "세밀한 열 관리와 협력사인 LG화학이 제공한 맞춤형 배터리 셀로 800V시대를 열 수 있게 됐다"며 "처음 완충을 하고 장거리 주행을 하다 중간에 22분만 충전하면 800㎞ 이상을 운행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포르쉐에게 타이칸은 가장 앞선 초고압 충전을 위한 전기 시스템 기반의 고성능 스포츠 전기차라는 의미가 있다. 누구나 고성능 전기차를 만들 수 있지만 800V 기반의 고압 방식은 포르쉐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슈타이너 총괄은 "포르쉐에게 첫 순수 전기차는 모든 것에서 앞서야 했고, IT 기반으로 출발한 전기차보다 IT 기능이 더 많아야 했다"며 "포르쉐는 800V 시스템 선택으로 한계를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포르쉐 첫 순수 전기차 타이칸에 담은 포르쉐만의 제품 철학이 바로 '800V'라는 얘기다. 

권용주 편집위원(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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