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트래버스의 덩칫값.."잘생겼다, 잘 생겼다!"
전장 5.2m의 덩치로 유명한 실물을 직접 보니 트래버스 홍보 대사인 배우 정우성만큼 잘생겼다.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두루 시승한 후, 비로소 잘 생긴 모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난 4일 서울 잠실에서 첫 대면한 쉐보레 트래버스는 예상보다 더 컸다. 이날 트래버스 프리미어 트림 시승은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거센 비바람을 뚫고 진행됐다. 서울 잠실에서 강원도 양양까지 네 명의 기자가 한 차에 타서 번갈아가며 스티어링휠을 잡았다. 덕분에 1열에서의 주행감뿐만 아니라 주행 중 2, 3열 승차감까지 두루 경험할 수 있었다.
가솔린 엔진을 품은 쉐보레 트래버스는 특유의 정숙함을 뽐냈다. 후륜에 장착한 5링크 서스펜션 덕에 서스펜션은 말랑한 편이었고 우아한 승차감을 제공했다. 2열에 앉은 기자가 잠이 솔솔 온다 하기에 기착지에서 스티어링휠을 넘겨주고 2열에 앉아 시승을 해봤는데 요람에 안긴 듯했다.
미국의 피가 끓는 대형 SUV 트래버스는 3.6ℓ 6기통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하이드라매틱 9단 자동변속기 단일 조합으로 국내 출시된다.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6.8㎏·m를 내며 육중한 몸매임에도 불구하고 4500rpm이 넘어가는 순간부터 쭉쭉 내닫는 주행성능이 놀라웠다. 시속 180km까지도 막힘없었다.
시승 현장은 대체로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와 트래버스를 비교하는 분위기였다. 반면 한국지엠 관계자들은 “팰리세이드는 트래버스의 경쟁 상대로 보고 있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정우규 한국지엠 프로덕트 마케팅팀 차장은 “트래버스의 경쟁 모델은 포드 익스플로러”라며 “국내 출시 가격 면에서도 트래버스가 트림별 최대 700만원 저렴하다”고 가격 경쟁력을 강조했다.
더불어 ‘스위처블 사륜구동(AWD)’ 시스템이 전 트림에 기본 적용돼 필요에 따라 FWD(전륜구동) 모드와 AWD 모드를 다이얼로 상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시스템은 무거운 트레일러나 카라반 견인 시 사용하는 토우홀 모드를 지원한다. 견인 상황에 따라 변속패턴과 전후륜 토크 배분, 스로틀 민감도를 최적화해 차량의 부드러운 조작을 가능케 한다.
견인에 필요한 트레일러 리시버와 커넥터도 기본 사양으로 포함해 최대 2.2t의 트레일러나 카라반을 체결해 운행할 수 있다. 여태까지 몸집이 큰 SUV는 많았지만 트래버스 같이 너른 공간과 견인력을 겸비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는 모델은 드물었다는 분석이다.
핸들링 감성을 평가하는 데 주로 논의되는 것이 횡방향 전환성과 직진 안정성이다. 너른 도로에서의 장거리 주행이 잦은 미국에선 핸들링이 운전 피로도와 직결되기 때문에 좌우 조향이 수월한 핸들링 성능을 높이 평가하는 편이다. 횡방향 전환성이 좋은 스티어링휠 반응을 가벼운 게 아니라 경쾌한 또는 정확한 핸들링으로 여긴다. 관점의 차이이긴 하나 이러한 태생적 특성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다.
플랫 플로어로 설계된 2열에 독립식 캡틴 시트를 적용해 2~3열을 오가는 게 편리하다. 2열에 있다가 3열로 자리를 옮겨봤다. 3열 시트는 동급에서 가장 넓은 850㎜ 3열 레그룸을 제공하며 동승한 기자 모두 이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2열 시트를 3열 쪽으로 바짝 붙여 시트 등받이가 아니라 차벽 쪽에 등을 대고 앉아 봤다. 아이들이나 반려동물이 좋아할 법한 아늑하고 구석진 공간이 만들어졌다. 다리를 뻗고 USB로 스마트폰을 충전하며 팔자 좋게 시승을 해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트래버스 내 모든 좌석에서 폰 충전이 가능하다. 1열 센터페시아 무선충전기를 비롯해 2열에는 콘센트 단자와 USB 단자가 있고, 3열에도 USB 꽂을 곳이 좌우로 하나씩 마련됐다.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오프로드가 심히 걱정되던 상황에서 트래버스는 안정적인 자세로 험로를 주파해냈다. 비에 흠뻑 젖은 흙길이자 산길에서 거침없이 웅덩이에 뛰어들고, 바닥을 네 바퀴로 움켜잡으며 코너도 쾌활하게 돌아 나왔다.
산길에서의 긴장감에 주행 피로도가 조금 쌓였던 터라, 오프로드 주행을 끝낸 후 공도로 복귀해서 반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하고자 했는데 트래버스에는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 기능이 없었다. 이 역시 미국에선 앞차를 따라 주행할 일이 드물어서 그런가, 하고 있던 찰나에 타 매체 기자가 ‘미국 최상위 트림에는 있다’고 귀띔해줬다.
이에 관해 한국지엠 측에 문의한 결과, 한국 시장에서의 가격 포지셔닝을 위해 제외한 사양이라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시장 수요가 확실해지면 ACC를 탑재한 트림 도입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쉐보레 트래버스 판매 가격은 ▲LT 레더 4520만원 ▲LT 레더 프리미엄 4900만원 ▲RS 5098만원 ▲프리미어 5324만원 ▲레드라인 5522만원이다. 미국 현지 가격보다 최고 700만원 저렴하게 책정됐다. 전량 미국에서 수입되는 모델이면서도 전국 400개 서비스센터에서 정비 및 수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디지털뉴스국 박소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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