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역할의 중요성, BMW M760Li

2019. 9. 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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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12 6.6ℓ 엔진이 주는 넉넉한 성능
 -길고 거대한 차체와 어울리지 않는 민첩성

 BMW는 운전의 즐거움을 가장 잘 실현하는 브랜드다. 이런 철학은 두 바퀴와 네 바퀴 가리지 않으며 내연기관은 종류는 물론 소형차에서 SUV, 궁극의 하드코어 경주차까지 폭넓게 적용한다. 다만 운전 재미를 느끼게 하는 요소는 차종별로 성격 차이가 뚜렷하다. 경량화나 하체 세팅에 초점을 맞춰 재미를 주기도 하고 소리나 오픈 에어링 같은 감성에 집중해 운전자 웃음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BMW가 최상위 제품인 M760Li의 재미 요소로 잡은 항목은 넘치는(?) 성능이다. 현재 BMW에서 생산 중인 유일한 양산형 12기통 차라는 점이 이를 강조한다. 실린더 개수 뿐만 아니라 대배기량 엔진과 플래그십이 가지는 여유로움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각종 규제와 효율에 막혀 사라져가는 12기통 사이에서 M 뱃지를 붙인 7시리즈는 어떤 인상을 안겨줄지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성능 및 승차감
 여느 플래그십 세단이 그렇듯 M760Li 역시 시동이 걸린 줄 모를 정도로 조용히 기지개를 켰다. 은은하게 빛을 내며 밝아지는 풀 디지털 계기판과 각종 인포테인먼트 버튼이 차분한 출발 준비를 알렸다.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부드럽게 앞으로 나간다. 예민한 반응과 거리가 멀다. 차의 존재감을 주변에 널리 알리듯이 기품있게 뻗어나간다. 욕심을 부려 페달에 힘을 주니 차는 서서히 본색을 드러낸다. 특히, 중속 구간에서 가속감이 인상적이다.

 3,000rpm을 넘어가면 마치 전기차를 탄 것처럼 극대화 된 토크에 빠져든다. 무중력을 경험하면서 멀리 보이던 사물에 곧 눈앞에 다가온다. 넘치는 배기량을 바탕으로 뛰어난 정숙성이 뒷받침된 결과다. 때문에 일반적인 고출력 터보에선 경험한 적 없는 특별하고 신선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고 609마력, 최대 81.6㎏·m의 강력한 성능은 고속으로 갈수록 두드러진다. 그도 그럴 것이 2.6t의 거구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8초면 충분하다. 페달의 답력을 높이지 않아도  어느덧 최고 속도에 도달한다. 속도를 올리는 과정도 여유가 넘친다. 엔진 출력을 쥐어짜며 힘겹게 올리는 저배기량 터보와는 상대가 안 된다. 조용히 새어 나오는 엔진음은 오히려 힘이 남아서 뒷짐 지고 휘파람을 부는 것처럼 들린다. 커다란 보닛 안에 거대한 6.6ℓ 엔진을 품고 있지만 운전이 두렵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다. 동력계만 놓고 보면 롤스로이스 V12와 비교해도 M760Li 쪽이 더 완성도가 높다.

 운전 모드에 따른 성격 차이는 크다. 특히, 컴포트와 스포츠는 전혀 다른 두 종류를 모는 것 같다. 여기에는 서스펜션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그제큐티브 드라이브 프로라고 명명한 새 서스펜션 시스템은 노면의 굴곡을 걸러내는 능력이 수준급이다. 과속방지턱을 포함해 불규칙한 노면을 만나도 모두 매끈한 포장도로를 달리는 듯한 착각을 준다. 반대로 스포츠모드에서는 B급 도로의 굴곡이나 잔 진동을 운전자가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고 단단해진다. 플래그십 세단에서 이런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BMW 네바퀴굴림 시스템인 x드라이브는 필요에 따라 엔진 구동력을 네 바퀴 모두로 분배하고 올바르게 땅에 전달한다.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은 마법 같은 핸들링을 구사한다. 저속에서는 한 손가락만으로도 손쉽게 방향을 틀 수 있고, 역동적으로 달릴 때에는 민첩성과 능동적인 안전성이 더욱 높아진다. 주어진 상황에 알맞게 뒷바퀴의 조향 각도를 조절해 더욱 직관적인 핸들링이 가능한 이유다.

  ▲디자인 및 총평
 운전석에서 내려 차를 살펴봤다. 겉모습은 생각만큼 파격적이지 않다. M배지를 달았다고 우락부락한 범퍼나 휠을 가지지도 않았다. 여느 7시리즈처럼 우아하고 중후한 자태를 뽐낸다. 부분변경 신형답게 커다란 그릴과 얇은 레이저 헤드램프, 가로를 길게 흐르는 크롬 라인 등이 더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높은 성능을 발휘해도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컨셉트를 넘보지 않았다. 다만 곳곳에 붙인 M과 V12 뱃지, 세륨 그레이 색상의 전용 듀얼 배기파이프를 장착해 특별한 7시리즈임을 강조했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고성능을 암시하는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호화롭고 안락하며 사치스러울 뿐이다. 시야에 들어오는 건 온통 가죽과 알칸타라뿐이며, 진짜 나무로 깎은 패널과 유광 블랙, 은은한 알루미늄 소재가 적재적소에 위치해 빛을 낸다. 스티치 패턴 범위를 넓히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터치 패널로 바꿨다. 덕분에 시각적인 만족은 물론 기능적인 효율까지도 모두 챙겼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두 다리 쭉 뻗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만들어진다. 파노라마 선루프에는 은은한 조명이 들어오고 실내에는 오로지 바워스&윌킨스 오디오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만 들릴 뿐이다. 팔에 닿는 거의 모든 패널에는 열선 기능을 넣어 세심함도 챙겼다. 플래그십 세단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작동 과정이나 버튼의 감각, 시선을 자극할만한 감성 품질은 독보적이다.
 BMW M760Li는 단순한 보여주기식 고성능 플래그십 세단이 아니다.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하면서도 미래 기술력을 담아냈다. 경쟁차와도 성격을 명확히 구분 짓는다. 메르세데스-AMG S63이 자극적인 감정에 충실했다면 M760Li는 컨셉트를 1순위에 두고 고성능 엔진이라는 감칠맛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그만큼 피로도가 적고 운전에 부담이 없다. 무엇보다 내연기관이 줄어들고 전기 파워트레인으로 바뀌는 시대에 V12의 특성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BMW M760Li는 제 역할을 다했다. 가격은 2억2,37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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