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모하비 광고 불발에 속 타는 기아차..'이노션 책임론'도 솔솔

진상훈 기자 입력 2019.08.23 06:01 수정 2019.08.23 12:3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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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000270)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 더 마스터’의 출시를 앞두고 신차의 영상광고 방영이 불발되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문제의 책임은 허가를 받지 않고 DMZ(비무장지대)에서 광고에 쓰일 영상을 촬영한 JTBC에 있지만, 중간에서 실무를 맡은 현대차그룹 계열의 광고대행사 이노션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부터 사전계약이 시작된 기아차 모하비 더 마스터. /기아차 제공

기아차는 지난 22일 모하비 더 마스터의 사전계약을 시작했다. 지난 2016년 이후 3년 만에 부분변경돼 출시된 모하비 더 마스터는 사전계약 첫날 2000대 넘는 계약건수를 기록하며 순항을 예고했다.

그러나 정작 기아차는 쉽사리 ‘샴페인’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TV와 인터넷 등을 통해 영상광고를 방영해 신차 출시를 앞두고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려야 할 시점이지만, 예상치 못한 JTBC의 ‘무리수’로 광고 자체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봤다는 분석도 있지만 신차 효과를 누리기 위해선 신차 출시 초기 대대적인 광고가 필수인데 영상광고가 제때 방영되지 못한 점은 타격이 크다.

오히려 기아차에서 광고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은 거액의 제작비용을 대고도 광고가 불발돼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르는 난감한 처지에 몰리게 됐다.

JTBC는 기아차에 다큐멘터리 제작 협찬을 요청하면서 DMZ에서 촬영한 영상을 광고에 쓰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를 받아들인 기아차는 JTBC에 약 12억원을 주기로 했고 이 영상이 삽입된 모하비 더 마스터의 영상광고는 지난 15일 광복절에 일부 영화관에서 방영이 됐다.

지난 15일 방영된 JTBC의 DMZ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모하비 더 마스터. /JTBC 방송 캡처

문제는 JTBC가 DMZ에서 상업용 광고에 들어갈 영상을 촬영하면서 국방부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JTBC는 국방부에 ‘영상을 기아차 광고에 쓰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촬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국방부가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나서자, 기아차는 부랴부랴 완성된 모하비 더 마스터의 광고 방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거액을 들여 광고를 만들고도 정작 신차 출시 직전에 사용을 못 하게 된 억울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와 JTBC는 이에 대한 책임을 놓고 법적 분쟁을 벌일 가능성도 커졌다. 기아차는 JTBC의 무리한 시도로 광고 방영이 불발돼 신차 판매에 지장이 초래된 만큼 당초 약속했던 협찬금액 전액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모하비 더 마스터의 광고 제작 실무를 대행한 이노션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촬영이 엄격하게 규제되는 DMZ에서의 상업광고 촬영을 제안받은만큼 사전에 법적 문제가 없는지를 이노션이 세밀하게 점검했어야 했는데 이를 소홀히 해 기아차가 애꿎은 피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왼쪽)과 안건희 이노션 사장/각사 제공

이번 모하비 더 마스터의 광고 방영 불발로 기아차와 이노션의 관계도 껄끄러워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 2009년 이노션 대표이사로 부임한 후 현대차그룹의 ‘최장수 CEO’로 일하고 있는 안건희 이노션 사장의 입지도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현대·기아차도 외부 광고대행사 발주가 늘고 있지만, 중요한 신차 광고는 대부분 계열사인 이노션이 제작하고 있다. 이노션 측은 신차 광고는 몇 개의 서로 다른 콘셉트로 광고를 만들어 방영한다며, 모하비 더 마스터의 후속 광고의 제작을 최대한 신속히 완료하겠다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만약 이노션이 DMZ에서의 광고 촬영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썼다면 이번 광고 불발 사태도 충분히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현대·기아차가 이제 신차 광고 발주도 외부에 문을 열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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