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두려울 日없다" 국산화 끝낸 한국차

김남이 기자 2019. 8.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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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복한 부품·소재·장비] (종합)

[편집자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조치가 임박했다. 일본 수출규제로 한국 산업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반도체가 흔들리고 있지만 자동차 산업은 견고하다. '소재·부품 국산화에 전력을 기울여온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자동차 소재·부품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MK의 車국산화 뚝심…日 수출규제에 안흔들려
정몽구 회장, 故 정주영 명예회장에 이어 車 소재·부품 국산화 강조…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도 '국산화’

"부품을 국산화해서 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정몽구 회장이 1999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 취임할 때부터 항상 강조해온 말이다. 소재·부품 국산화가 완성차 품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R&D(연구·개발) 부서와 구매 부서가 국산화 실적을 따로 챙겨야 할 정도로 국산화에 신경 썼다. 정 회장 자신이 현대차써비스,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시절 부품 국산화를 주도한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국산화는 현대차그룹의 DNA다.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자동차 기술의 국산화 집념을 버릴 수 없었다"며 "자동차 생산이 100% 국산화되면 그것이 국가에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회고록에 남겼다.

최초의 한국 고유 모델로 평가받는 ‘포니’는 1975년 출시 때부터 85%의 부품이 국산이었고, 1981년에는 국산화율이 93%까지 올라갔다. 차량 핵심인 엔진은 1991년 국산화를 이뤄냈다. 1995년 출시한 2세대 ‘아반떼’는 부품 국산화율이 99.9%에 달했다.

선친의 유지를 이어 정 회장 역시 신기술 국산화를 끊임없이 주문했다. 2005년 수소연료전지 국산화 성공은 정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도 그룹 임원을 모아 놓고 "친환경차량 핵심부품과 원천기술을 개발하는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25일 찾은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에 있는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는 정 회장의 국산화 지시가 실현되는 곳이다. 성능 개선과 친환경차 대응을 위한 신소재 개발은 현대모비스의 주력 연구 대상 중 하나다.

김종수 책임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R&D 담당자들은 현대·기아차 중에서 어떤 소재가 수입산인지 모두 알고 있다"며 "100% 국산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생산에서 정시에 양질의 부품을 공급받는 게 중요한데 해외 업체 의존도가 높을 경우 예상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산화 의미를 강조했다.

최근 발생한 일본의 부품·소재 보복조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현대차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솔벤더(단독공급사), 특히 해외 솔벤더를 만들지 않는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3년간 소재 부문에서만 △헤드램프 플라스틱 소재 △리어램프 하우징(구조물을 고정해주는 뼈대) 소재 △커튼 에어백 전개 가이드용 소재 등을 국산화했다. 모두 일본 업체로부터 수입하던 소재다.

현대모비스는 소재 국산화를 통해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 역량을 축적했다. 독자 개발 뿐만 아니라 협력 중소·중견기업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에만 268건, 432억원을 협력 업체 신제품 개발에 지원했다.

전량 일본산만 쓰던 초음파(주차보조)센서를 2006년 국산화해 현대차그룹에 공급하는 센서텍의 엄종학 대표는 "정 회장의 관심과 현대차그룹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국산화 작업을 중도에 포기했을 것"이라며 "소재·부품 국산화는 무엇보다 수요기업인 대기업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센서텍은 현대차 납품을 시작으로 기업 규모를 키웠고, 지난해부터 인도 타타모터스에도 납품을 시작했다. 센서 부문 강자인 일본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의 보복조치가 본격화되면 상대적으로 국산화율이 높은 자동차 산업에서도 문제가 발생할수 있다"며 "고통을 감내하면서 하나씩 기술 독립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현대모비스, 日 뛰어넘은 '신소재' 개발 …日 물량 전량 대체

日도 포기한 안개 문제 해결 '헤드램프' 신소재 개발…中 희토류 독점에 대비한 신소재 개발도
7월 25일 경기 용인시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에서 김종수 현대모비스 책임연구원이 최근 개발한 '헤드램프' 신소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소재 부문에서 일을 냈다. 지난해 국내 업체 이니츠와 함께 ‘안개가 끼지 않는 램프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유럽 기업들도 개발에 고개를 저었던 일이다.

현대모비스는 신소재 개발을 통해 일본에서 수입하던 물량을 전량 국산으로 대체했다. 바로 양산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이 사례는 한국 소재·부품 기술이 충분히 일본산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세계 최초로 ‘헤드램프 안개’ 해결…日 기업, 개발 포기=지난달 25일 경기 용인시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에서 신소재 개발에 참여한 섀시·의장분석팀의 김종수 책임연구원을 만났다. 헤드램프 모듈 모형을 앞에 두고 개발과정을 설명하는 김 연구원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기존 헤드램프에는 '안개(haze)'' 문제가 있다. 헤드램프 내부는 온도가 200도 이상 올라가는데, 장시간 고온이 지속되면 헤드램프 모듈에 사용된 플라스틱(PPS·폴리페닐렌 설파이드)에서 가스가 나와 램프 유리에 뿌옇게 착색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오래된 차량의 램프 내부가 뿌옇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램프 안개 문제는 미관상 좋지 않고, 배광성능을 떨어뜨려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온도가 높아지는 부분을 깎아 대응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헤드램프의 안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소재 개발은 만만치 않았다. 개발 기간을 1년으로 예상했지만 6개월이 더 걸렸다. 김 연구원은 "안개라는 불순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PPS에서 관련 성분을 빼면 된다"며 "하지만 기본 성분을 뺄 경우 성형이나 강도 등 양산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일본 업체도 참여했지만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다. 최종적으로 SK케미칼 자회사인 이니츠가 성공했다. 기존 소재에서 안개가 40% 발생하던 조건에서 신소재는 전혀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김 연구원은 "신소재 개발 후 헤드램프에 쓰이는 일본산 PPS를 모두 울산에서 생산되는 국산 제품으로 바꿨다"며 "개발 소식이 알려지자 유럽 자동차 회사에서 문의가 많이 왔고 조만간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국산화에 성공한 헤드램프 모듈 소재의 모습. 헤드램프 안개 문제를 해결한 세계 최초의 신소재다./사진제공=현대모비스


◇日 수입 소재 속속 국산화…中 희토류 대체 기술도 개발=신소재 개발은 현대모비스의 주력 연구 목표 중 하나다. 성능개선, 경량화와 친환경 부품 개발을 위해 △금속 △고분자 △기능재료 분야의 신소재(신공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소재 업체를 물색해 과제와 목표를 제시하고 업체가 조건에 맞는 소재를 개발한다. 현대모비스는 소재가 제대로 개발됐는지 검증하고, 양산한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헤드램프 내부 소재 △리어램프 하우징(구조물을 고정해주는 뼈대) 소재 △커튼 에어백 전개 가이드용 소재 등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던 소재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또 희토류를 구리 소재로 대체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 소재의 가격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김 연구원은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선 90% 이상 국산화가 됐다"며 "특허가 광범위해 회피가 어려운 일부 소재가 국산화 과제로 남아 있지만 (일본의 보복으로) 수급에 문제가 발생해도 충분히 대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日 독점 깨고, 이제는 일본으로 수출 준비“

엄종학 센서텍 대표, 초음파센서 국산화로 2001년 창업…인도, 일본 등 해외 무대로 진출
엄종학 센서텍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기업은 물론 연구소에서 사용하던 초음파센서도 모두 일본제품이었지만 이제는 거꾸로 센서텍이 일본 시장을 공략하려 한다."

서울 마곡동 센서텍 본사에서 엄종학 대표(56)를 만났다. 2001년 창업한 센서텍은 국내 유일의 초음파센서 생산 기업이다. 초음파센서는 자동차, 로봇, 중장비 등 다양한 곳에 쓰이지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후방 주차용 센서다.

2000년대 초까지 초음파센서 시장은 무라타 등 일본산이 독점했다. 하지만 지금은 국산화에 성공한 센서텍이 일본 기업을 밀어내고 있다.

엄 대표는 "초음파 센서 시장에서 일본은 절대 강자다. 센서를 연구하면서 봤던 교재조차 일본 것이었다"고 말했다. 초음파 센서 불모지인 한국에는 그는 창업을 결심했다. 엄 대표는 "대학원에서 센서 논문을 썼고 대기업 연구소에서도 센서 연구를 했다"며 "일본산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2001년 창업 후 반응은 좋았다. 초음파센서가 주차용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일본보다 싼 가격을 무기로 AS(애프터서비스) 시장은 센서텍이 장악했다. 하지만 대기업 납품은 쉽지 않았다. 당시 현대·기아차는 모두 일본 제품을 썼다.

엄종학 센서텍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그러던 중 기회가 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부품 국산화를 지시하면서 주차용 센서도 국산화 대상에 들어갔다. 엄 대표를 비롯한 센서텍 직원들은 1년6개월간 차량 부품 국산화에 매달렸고, 2006년부터 현대모비스에 주차보조용 센서 납품을 시작했다.

엄 대표는 "센서텍 제품이 일본산을 대체하려면 성능뿐만 아니라 크기까지 똑같이 만들어야 하는데 그 작업이 정말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이후 센서텍은 LG, 삼성 등에도 납품을 시작했다.

현재 현대·기아차에서 사용하는 센서 중 절반은 센서텍 제품이다. 제품 질과 가격 면에서 센서텍에 밀려난 일본 기업은 한국 시장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센서텍은 해외시장에도 진출했다. KORTA(코트라) 도움을 받아 지난해부터 인도 타타모터스에 납품을 시작했다. 2013년부터 인도 시장을 두드린 결과다.

다음 목표는 일본 시장이다. 일본 기업과 성능을 충족하면 구매하겠다는 계약도 맺었다. 엄 대표는 "창업할 때 일본에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는데, 연구·개발이 계획대로 되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재·부품 국산화와 관련, 엄 대표는 대기업의 도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입산보다 중소기업 제품이 품질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며 "많이 생산하고, 납품하면서 사업경력을 쌓아야 하는데 대기업이 써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정부가 마련한 국산화 정책을 2~3년간 집중적으로 유지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배려해주면 많은 소재·부품 중소기업들이 일본과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남이 기자

대비 또 대비" 車업계, '화이트리스트 제외' 준비 태세

미래차·부품업 중심 영향 전망에 기업들 "우리도 해당되나"…업계 "고통 있겠지만 기회로 삼자"
한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로봇이 가동되는 모습(기사 내용과는 무관). /사진=김창현 기자

자동차 업계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려는 일본에 맞서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총 1000개가 넘는 규제 예상 품목 가운데 상당수가 자동차 업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일 전략물자관리원에 따르면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될 경우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전략물자는 1120개다.

일본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된 국가는 수출 허가를 받을 때 제출서류와 심사기간 등에서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또 포괄허가를 받는 방식으로 통신기기 등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서도 3년간 개별 허가 신청이 면제된다.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돼 혜택을 누리지 못하면 국내 소재·부품산업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자동차산업 역시 자유롭지 않았다. 완성차 1대를 위해 3만여개의 부품이 들어가고, 기계 등 관계 산업이 엮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국산화율이 95%에 이르고, 공급망도 다변화해 대비책을 찾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는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파우치필름'과 수소전기차 핵심부품 소재인 '탄소섬유' 등이 우려 대상으로 꼽혔다.

파우치필름은 일본산이 전 세계 시장 80%를 점유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재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이 이 소재를 필요로 해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그러나 당장의 상황 변화를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이 붙지 않아 수소연료탱크 안정성을 높이는 탄소섬유도 수소전기차 핵심부품 소재로 사용된다. 이 소재는 일본 도레이가 세계 시장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만약 일본 정부가 원소재 공급부터 막는 경우 타격이 우려된다. 다만 국내기업인 효성이 탄소섬유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어 조만간 대체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핵심소재뿐 아니라 부품 생산에 필요한 공작기계 분야도 자동차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부품업체들을 방문해보니 일본산 공작기계가 많았다"며 "당장은 기계를 사용해도 화이트리스트 제외 후 부품을 들여와 기계를 고쳐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자동차부품업체와 함께 기계업체 관계자들도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해졌다. 이에 맞춰 전략물자관리원과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31일 기계업종, 자동차업종 각각을 대상으로 일본 수출 규제 관련 설명회를 연이어 열었다.

전략물자관리원의 류세희 제재대응실장은 "공작기계는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센서도 고사양 센서는 전략물자로 엮여 있다"며 "일본에서 해당 제품들을 들여온다면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한국기계산업진흥회에서 열린 '일본 수출 규제 관련 자동차업계 설명회' 모습. /사진=이건희 기자


업종별 설명회마다 100여명 넘는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현 상황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질의응답 과정에선 "우리 제품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대상에 해당되느냐"는 질문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할 경우 당장의 고통은 있겠지만 이를 장기적 기회로 삼자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의 조치가 확정되면) 자동차산업 곳곳에서 문제가 발견될 수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걸 양산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즉각적으로 나타날 고통은 감내하며 하나씩 기술 독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도 "일본의 수출규제로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높아져 자동차업계 어려움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면서 "국제무역시스템을 원활히 가동하고, 완성차업계와 IT 업계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 산업생태계를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건희 기자

"국산화됐으면 수입금지"…車부품 국산화 역사

'車부품' 우리 정부 첫 국산화 목표, "日 의존도 낮춰라"...日기업 "엔진 독자개발 포기하면 로열티 낮추겠다" 제안도
현대차 울산 공장 /사진제공=현대자동차

국내 자동차 부품의 높은 국산화율은 50년 이상 이어온 기업과 정부의 노력 덕분이다. 70년대 정부는 국산화된 부품은 수입을 금지할 정도로 자동차 부품 국산화와 기업 육성에 나섰다.

자동차 부품은 우리 정부가 내놓은 최초의 국산화 정책 대상이었다. 해방 직후인 1948년 교통, 상공, 국방 등 3부 합동으로 13개 자동차 부품을 국산장려 부품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한국전쟁 반발로 국산화 정책이 중단됐다.

이후 자동차 부품 국산화 정책은 1962년 ‘자동차공업 5개년 계획’에 따라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단계적으로 수입대체 부품을 국산화하고, 이를 위해 자동차공업 보호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60년대까지는 수입 부품을 단순 조립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1974년 더 강력한 정책을 내놨다. 국산화된 부품은 수입을 아예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와 함께 한국의 독자 자동차 모델 개발도 독려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게 주요 목표였다.

이렇게 탄생한 차량이 현대차 ‘포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자동차를 완벽하게 생산하는 나라는 항공기든 뭐든 완벽한 생산이 가능한 나라라고 생각한다"며 자동차 국산화에 강한 집념을 보였다.

당시 새로운 차종을 생산한 업체는 국산화 가능성 등을 담은 생산계획서를 자동차공업협동조합에 내야 했다. 조합은 국산화가 불가능 품목에 대해서만 수입 품목으로 추천했다. 강력한 수입제한 정책은 1977년 포니의 국산화율을 90%로 높였다.

하지만 1990년까지 자동차의 핵심인 엔진과 변속기 국산화는 답보상태였다. 현대차는 일본 미쓰비시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엔진과 변속기를 생산하며 자체적으로 엔진 국산화 연구를 진행했다.

이 사실을 알아챈 미쓰비시는 독자 엔진 개발을 그만두면 구형이 아닌 신형 엔진을 주고 로열티도 낮춰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일본 기업의 전형적인 점유율 유지 방법이다.

현대차는 이를 거부했고 1991년 알파엔진을 완성했다. 1000억원의 연구비와 300여대의 엔진시제품, 150여대의 시험차량을 투입한 결과다. 알파엔진은 ‘스쿠프’에 먼저 탑재대 양산 검증을 거쳤고, 다른 차종에도 확대 적용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알파 엔진 개발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일본과 기술 격차를 크게 좁혔다는 의미였다”며 “이후 독자 엔진 개발에 가속력이 붙었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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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이건희 기자 kunhee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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