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갈등 후폭풍, 요동치는 수입차 시장 잘나가던 토요타·혼다..급브레이크 걸리나

배준희 2019. 7. 2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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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가지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시행한 이후 국내에서 일본 제품을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의류와 맥주 등 일부 소비재에서 일본산 거부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에 토요타, 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반일 감정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중이다. 최근 수년간 일본 자동차 업체는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친환경차를 집중 공략해 ‘디젤 게이트’로 주춤한 독일계 브랜드를 맹추격해왔다. 일본 수입차 업계는 모처럼 찾아온 호황기가 꺾일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본과 경제갈등 고조로 국내 일본차 업체들이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토요타 매장 모습. <매경DB>

▶일본차 점유율 21% 돌파

▷하이브리드 판매 싹쓸이

일본차는 최근 수년간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려왔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입차 신규 등록은 모두 10만9314대. 지난해 상반기(14만109대)보다 22% 줄었다. 그러나 일본차는 올 상반기 2만3482대가 등록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1285대)보다 10.3% 증가한 수치다.

덩달아 일본차 점유율은 크게 올랐다. 올 상반기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 점유율은 21.5%로, 1년 전(15.2%)보다 6%포인트가량 올랐다.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가 상반기 수입차 판매 3위에 올랐고 토요타가 4위, 혼다가 5위로 뒤를 이었다. 렉서스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4.5%에서 올 상반기 7.7%로, 같은 기간 혼다 점유율은 2.1%에서 5.2%로 큰 폭 상승했다.

6월만 따져도 일본 브랜드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토요타 3위, 렉서스 4위, 혼다 8위 등 일본 브랜드 3개가 수입차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3개와 닛산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까지 총 4개 일본차 브랜드가 지난해 6월보다 판매량이 늘었다.

‘점유율 21%’라는 수치가 그리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그동안 흐름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브랜드가 수입차 시장 상위권을 휩쓸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판도가 달랐다. 당시 국내 수입차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것은 일본차였다. 합리적인 가격에 글로벌 시장 인기 차종을 대거 선보여 2008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 점유율은 35%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일본차 전성시대는 짧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엔화 강세, 2009~2010년 토요타 대규모 리콜 사태 등 대형 악재가 잇따랐다. 이 틈을 타 독일 등 유럽계 브랜드가 맹공을 퍼부었고 일본차 점유율은 2014년 10.8%로 추락했다. 한동안 10%를 간신히 넘기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명맥만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아우디폭스바겐 등 이른바 ‘디젤 게이트’가 터지면서 일본차에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특히 디젤 차량에 대한 반발감에 하이브리드차를 향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일본차 재도약의 발판이 됐다. 토요타·렉서스·혼다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주력으로 판매한다. 대표 하이브리드 차량인 렉서스 ES300h는 올 상반기 4915대가 팔려 단일 차종 판매 3위에 올랐다. 지난 6월 기준 하이브리드 차종 판매 순위에서도 상위 10개 중 8개 차종이 일본차였다. 이외 엔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확보된 것도 일본차 부활에 한몫했다.

일본 완성차 국내 법인의 경영실적도 큰 폭 개선됐다.

한국토요타자동차의 2018 회계연도 매출액은 1조1976억원으로 1조491억원이었던 전년보다 14.1% 늘었다. 영업이익은 683억원으로 전년(608억원)보다 10% 이상 늘었다. 한국토요타 매출 순위는 2015년 메르세데스-벤츠(3조1415억원), BMW(2조8757억원), 아우디폭스바겐(2조8185억원), 재규어랜드로버(7476억원)에 이어 5위였지만, 지난해는 벤츠(4조4742억원), BMW(3조284억원) 다음인 3위로 뛰었다.

혼다코리아는 2018 회계연도 매출액이 4674억원으로 전년보다 500억원가량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96억원으로 전년(51억원)보다 거의 4배가량 증가했다. 단, 한국닛산의 경영실적은 신통찮다. 2018 회계연도 매출액은 전년보다 25.6% 줄어든 2106억원이었다. 영업손실은 140억원에 달했다. 주력 모델에 하이브리드 차종이 없어 판매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토요타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의 대표 하이브리드 세단 ES300h.

▶반일 아직은 ‘미풍’

▷하반기 실적 예의 주시

하지만 한일 간 경제갈등은 이런 긍정적 시장 여건을 모두 뒤엎을 악재가 될 수 있어 일본차 업체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6월까지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되지 않아 상반기 판매에는 불매운동 등 여론 악화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7월 들어 반일 여론이 고조되면서 하반기 실적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실제 주요 일본차 업체는 반일 감정 확산 추이를 예의 주시하며 바짝 엎드린 분위기다.

닛산은 지난 7월 16일 실시할 예정이던 신형 알티마 미디어 시승행사를 돌연 취소했다. 회사 측이 밝힌 공식 사유는 ‘내부 사정에 따른 것’이지만 업계에서는 한일 간 갈등 고조로 어쩔 수 없이 취한 조치로 보고 있다. 알티마는 한국닛산의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주력 모델이다. 6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된 6세대 모델이 나오는 시점에서 이를 알리는 행사를 취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닛산 내부적으로 반일 기류 동향을 심상찮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단, 한국닛산은 신형 알티마의 판매는 7월 16일부터 조용히 시작했다. 앞서 닛산은 지난 3월 말 서울모터쇼에 차량을 처음 공개하고 6월 초부터 사전계약을 받는 등 공을 들여왔다. 닛산은 홍보·마케팅 등 대외활동은 자료 배포로 최소화할 예정이다.

이런 움직임은 토요타, 혼다 등 다른 일본 자동차 브랜드에도 나타난다. 일본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아직 본사 차원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오지 않았다. 모처럼 독일계 브랜드를 바짝 추격하던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직원들 사기가 뚝 떨어졌다. 임직원들이 여름휴가 계획도 세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당분간 완성차 업계에서 반일 흐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 일본 제품 불매운동 실태를 조사한 결과, ‘향후 참여할 것’이란 응답이 66.8%를 차지해 앞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더 거세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실제 일선 영업 현장에서는 일본차 계약을 마쳤거나 계약을 앞두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 구입을 망설이며 고민을 상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일본차 온라인 동호회에서는 반일 감정에 따른 ‘테러’가 우려된다는 식의 글이 적잖게 올라온다.

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을 계약했다는 A씨는 “딜러가 7월 중 출고되는지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솔직히 지금은 7월에 출고가 안 됐으면 한다. 가능하다면 출고 시점을 아예 뒤로 미루는 것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일본차 차주는 “일본차를 구입할 때도 갈등을 많이 했지만 그냥 잘 만든 좋은 차를 구입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를 했었는데 작금의 일본 행태를 보면 일본차 구입한 것을 많이 후회하게 만든다”고 했다.

강북의 한 토요타 전시장 관계자는 “고객들의 우려는 있지만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대를 보고 찾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번 사태로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영향이 아직은 크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반일 기류가 장기화한다면 일본 완성차 한국법인의 경영 기조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일본차 매출액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토요타는 지난해 매출 1조1976억원을 기록했지만 이 기간 회사가 낸 기부금은 8억1100만원으로 매출액 대비 0.068% 수준에 그쳤다. 최근 5년으로 기간을 확대해도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은 0.051%에 불과하다. 한국토요타는 지난 2014~2018년 총 4조2385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기간 기부금은 21억8100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2017년과 2018년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리며 기부금을 늘려 가까스로 누적 기준 20억원을 넘어섰다.

물론 사회공헌활동을 재무제표상 기부금액으로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어도 다른 수입차와 대비해 금액 자체가 차이 나는 것은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부담으로 작용한다. 업계 1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승용·상용·딜러사·캐피털 등이 참여한 사회공헌위원회를 통해 기금을 마련한다. 지난해 직접 기부금액은 26억원으로 한국토요타 대비 2배 이상 많다.

지금 같은 고배당 정책을 고수할지도 관건이다. 한국토요타는 지난 2017년 356억원에 달하는 순이익 중 결손금(40억원)을 제외한 315억원을 일본 본사에 배당했다. 사실상 한국에서 번 돈 전부를 일본 본사에 그대로 송금한 셈이다. 혼다 역시 경영실적 호전으로 현금배당을 재개했다. 혼다코리아는 2016년 47억원, 2017년 64억원을 배당한 뒤 지난해는 건너뛰었지만 올해 다시 64억원 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순이익과 비교한 배당성향은 약 50%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2015년 디젤 게이트 이후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모델을 앞세운 일본차들이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도 있다”며 “반일 추세가 계속될 경우 소비자들이 다시 독일차나 국산 고급차 브랜드로 돌아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독일계 친환경차 반격 고삐

▷할인 프로모션 공세

이 틈을 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계 브랜드는 반격의 고삐를 죈다. 이미 다양한 프로모션을 앞세워 일본차 구입을 망설이는 소비자를 붙잡으려 총력전을 펴고 있다. 상당수 프로모션은 한일 간 갈등이 불거지기 이전부터 준비했던 것이지만 공교롭게도 시기가 맞아떨어졌다.

최근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SUV 디스커버리 30주년을 기념해 특별 할인에 들어갔다. 가격 인하 적용 모델은 2019년형 뉴 디스커버리 전 모델 라인업으로 최대 800만원을 할인해 판매한다. 앞서 재규어도 XF 국내 누적 판매 1만대 돌파를 기념해 400대 한정으로 최대 700만원 할인 판매에 나섰다.

마세라티는 최대 55%의 잔존가치를 보장하는 운용리스 프로모션을 8월 말까지 진행한다. 마세라티 전 차종 구매 시 적용되는 이번 프로모션은 선수율 30%, 36개월 계약 기준으로, 만기 후 차량별로 최대 55%의 잔존가치를 보장하는 운용리스 상품이다. 선수율은 0~30%, 약정 기간은 36~60개월 중 선택 가능하며 계약 만기 시 차량 인수·반납·재리스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디젤 게이트 이후 영업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서울시와 함께 통학로 주변 나무를 심는 ‘초록빛 꿈꾸는 통학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유럽 완성차 업계는 기존의 친환경차 점유율을 늘리는 데도 판매 역량을 모은다. 국내 수입차 업계 1, 2위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각각 국내에 2종, 6종의 친환경차를 판매 중이다.

지난해 4월 국내 출시된 벤츠 ‘GLC 350e 4매틱’은 국내 최초의 중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다. 올 상반기에 전년 대비 502.3% 급증한 1283대가 팔렸다. 벤츠의 국내 첫 프리미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세단인 ‘C 350e’ 역시 414대가 판매됐다. 지난 4월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은 성적표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BMW 역시 친환경차 판매량 점유율을 차츰 늘려가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플래그십 세단 7시리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740e’의 상반기 판매량은 44대로 전년 대비 57.1% 증가했다. 3시리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330e’는 이 기간 43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은 2대에 불과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X5 x드라이브 4.0e’도 전년보다 9.3% 증가한 59대가 팔렸다.

BMW는 최근 선보인 ‘더 뉴 7시리즈’의 국내 출시 라인업에 성능이 대폭 강화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포함시키며 내수 판매에 힘을 쏟고 있다. BMW e드라이브 시스템을 적용한 뉴 745e s드라이브, 뉴 745Le s드라이브는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과 고전압 배터리를 결합, 스포츠 주행 모드에서 최고 시스템 출력 394마력의 힘을 보여준다. 배터리만으로 최대 50~58㎞(유럽 기준)까지 달릴 수 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올해 내놓은 I-페이스 판매량을 늘리는 데 주력한다. 재규어의 최초 순수 전기 SUV인 I-페이스는 최근 환경부에서 규정한 전기차 보급 대상에 부합하다고 최종 승인받아 구입 시 최대 19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I-페이스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전기모터와 배터리 기술이 적용돼 한 번 충전으로 최대 주행 가능 거리가 333㎞에 달한다.

무엇보다 유럽계 브랜드는 올 하반기 일본차 대항마로 친환경 신차를 대거 쏟아낸다. 특히 벤츠는 경쟁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친환경 전기차 라인업을 집중 보강해 수입차 시장 왕좌 지위를 굳힐 방침이다.

당장 벤츠는 하반기 중 E클래스 기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E300e’와 전기 SUV ‘EQC’를 추가 투입해 친환경차 라인업을 강화한다.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신차는 벤츠의 첫 양산형 전기차 EQC다. 벤츠는 올해를 ‘EQ(벤츠 전기차 브랜드)의 해’로 삼고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EQC는 EQ 브랜드 전략 정점에 있는 모델이다. 앞 차축과 뒤 차축에 연결된 두 개의 전기모터를 통해 300㎾(약 408마력)에 달하는 강력한 출력을 발휘한다. 80㎾h 배터리를 탑재해 450㎞(유럽 NEDC 기준) 이상의 넉넉한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BMW그룹은 최근 ‘뉴 X1’을 공개하면서 새로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X1 xDrive25e’ 출시를 예고했다. 2020년 3월 양산 예정인 X1 xDrive25e는 BMW의 최신 4세대 배터리 기술을 적용해 전체 배터리 용량이 9.7㎾h에 달한다. 배터리만으로 최대 50㎞까지 주행할 수 있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8호 (2019.07.24~2019.07.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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