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BMW의 유의미한 화재 원인 분석

입력 2019. 7. 12. 08:00 수정 2019. 7. 15. 10: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인자, 모두 공개하겠다

 지난해 디젤엔진 화재로 한 바탕 홍역을 치룬 BMW에게 '화재'라는 단어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무려 10만대에 달하는 제품의 긴급 안전 조치를 6개월 만에 시행하면서 95% 이상의 안전조치를 이뤄냈고, 필요한 경우 부품을 교환했지만 '화재'라는 단어가 BMW에게 남긴 상처는 적지 않다. 그리고 지금도 종종 불타는 자동차 사진이 뉴스 등에 보도되면 'BMW'가 아니어도 'BMW'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각인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에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 또는 자기 자신의 옳지 못한 결과를 통해 가르침이나 깨달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갑자기 반면교사가 떠오른 이유는 화재 이슈가 가라앉은 이후 BMW가 조용히 파악한 또 다른 원인 때문이다. 사태의 진정 또한 시급했지만 BMW로선 EGR 외에 외부 요인을 파악해 문제의 발생을 원천 차단하는 작업 또한 중요했다는 뜻이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화재 원인에서 외부 요인을 찾았더니 유의미한 인자가 포함됐음을 발견했다. 사고 등으로 이미 완전 파손돼 폐차돼야 할 차를 정비업자가 구매, 수리 과정을 거쳐 중고차시장에 되판 전손제품의 화재 빈도가 월등히 높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타던 차가 사고로 크게 파손되면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중고차 가격을 보상해주고 차를 가져온다. 보험사로선 폐차하는 게 맞지만 이를 되사는 사람에게 파는 일도 허다하다. 폐차하기에는 아직 아까운(?) 제품이 적지 않아 보험사로선 싸게라도 되파는 게 조금이라도 손해를 줄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쉽게 보면 자원재활용에 따른 손해비용 줄이기 차원이다. 

 이렇게 정비센터로 입고된 차는 수리와 복원 과정을 거치는데, 여기서 기술의 차이가 반영된다. 다른 부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튜닝이 이뤄지거나 검증받지 않은 부품이 사용되기도 한다. 수리 과정의 매뉴얼 등도 생략되기 일쑤다. 고쳐서 되파는 게 목적일 뿐이어서 '잘 고치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중고차는 기본적으로 가격이 쌀수록 소비자 관심을 끌기 마련이다.

 수리 복원된 제품은 사고 기록이 남아 되파는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도 없다. 이 경우 복원된 중고차를 되파는 사업자라면 수리비와 부품조달 등에서 비용을 아껴 이익을 취하는 게 대부분이다. 실제 지난 6월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불이 난 7시리즈는 지난 2012년 생산된 가솔린 제품이며,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디젤 EGR은 장착조차 되지 않았음에도 논란이 됐다. 해당 제품은 원래 사고로 폐차돼야 했지만 다시 살아난 '전손 부활' 제품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미 뉴스 전파를 타고 난 후였다. 

 그런데 전손 부활 차의 화재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전북 임실에서 발생한 X1 화재차도 2012년에 전손 처리된 후 부활한 제품이었고, 비슷한 시기를 전후로 발생한 화재사고 가운데 전손 부활 제품은 한 달 사이 3건이나 됐다. 누군가 매뉴얼에 따르지 않고 수리를 한 결과가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한 셈이다.  

 그럼 실제 중고차시장에서 유통되는 전손 부활차는 얼마나 될까.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7월말까지 국내 보험사가 사고로 폐차해야 했던 제품은 1만7,000여건에 달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5만대 정도다. 그러나 이 차들은 수리 후 중고차로 부활한다.

 BMW코리아는 자체 조사 결과를 통해 지난 5년간 발생된 화재원인을 외부 요인별로 분석했더니 원인 미상을 제외한 화재의 약 70%가 전손 부활, 외부 수리, 엔진 튜닝, 외부 장착물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것은 전손 부활을 비롯한 임의수리에 따른 화재가 2015년 이후 3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다. 

 물론 수리와 복원을 거치는 과정에서 수입사로부터 정비기기 등을 정상적으로 구입해 매뉴얼대로 복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만큼 일반 정비사업자의 기술 수준이 낮다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중고차시장에서 '전손차'라는 점을 고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전손 부활차의 화재율이 높다는 점은 중고차를 사려는 소비자에게 의미있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제품 문제로 단 한 건의 화재조차 없도록 애쓰는 BMW에선 오해(?)의 가능성을 알려주는 것이지만 이는 다른 차라고 예외가 될 수 없어서다. 화재 문제를 통해 화재 방지 교훈을 얻는 것 또한 중요하다.  

권용주 편집위원(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 [하이빔]아우디 구형 할인판매 재개, 속내는?
▶ [하이빔]내연기관 종말 시점 언급한 BMW의 교훈
▶ [하이빔]노후차 교체, 국세는 줄고 지방세는 늘고

Copyright © 오토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